유전적으로 혈액내 응고인자가 부족해 발생하는 출혈성 질환 '혈우병'. 전세계 16만 7천명의 환자를 포함해 26만 8천여명이 출혈질환을 앓고 있는 희귀질환이다.

혈우병 환자는 외모로는 구별이 안되며 일반인들과 똑같이 생활할 수 있지만 일단 출혈이 되면 멎지 않아 조심해야 한다.

17일 2013년 세계혈우병의 날을 맞아 한국혈우재단 황태주 이사장을 만나 헐우병에 대한 현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황 이사장은 전남대의대 명예교수이자 전남대화순노인전문병원장,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장을 맡고 있다. 올해로 한국혈우재단에 취임한지 1주년을 맞았다.

-'세계혈우병의 날'은 어떻게 선정됐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세계혈우병의 날은 지난 1989년 세계혈우연맹에 의해 제정됐습니다. 17일이 바로 세계혈우연맹의 창설에 앞장선 프랭크 쉬나벨의 생일입니다. 이 날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혈우병에 대한 인식개선과 국가적인 지원을 촉구하는 행사를 통해 출혈질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치료를 제공하자는게 주된 취지입니다.

-혈우병 환자의 정확한 통계는 어떻게 되나요
세계혈우연맹의 2011년 Global Annual Survey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혈우병 환자를 포함해 26만8천여명의 출혈질환자가 있다고 파악됐습니다만 저소득 국가까지 포함하면 혈우병 환자만 70만명으로 예상됩니다.

결과적으로 약 43명의 환자는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는 각 나라의 경제적인 사정에 따른 문제도 있지만, 혈우병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가 아직 매우 낮기 때문이죠.

충분한 치료를 제공하는 주요 선진국에서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물론 사이클, 서핑 등의 격한 운동도 가능하지만, 여전히 응고인자제제와 같은 치료약품에 접근을 하지도 못하는 나라도 많습니다.

-혈우병 치료법은 현재 어디까지 와 있나요

아직까지 간 이식을 제외하면 혈우병에 대한 완치의 방법은 없습니다. 간이식 또한 이식수술 후의 여러 문제로 인해 간암이나 간경화가 악화된 환자 외에는 시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비록 수술해서 혈우병이 없어졌다해도 삶의 질이 높아지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유전자 치료를 통한 완치의 방법을 찾는 연구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환우들의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춰 반감기가 긴 약품, 정맥 투여가 아닌 보다 편리한 방법으로 투여할 수 있는 약품 개발에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혈우재단을 중심으로 환자들의 돌연변이 분석과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앞으로 항체 발생, 유전자 치료 등에 대한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혈우병 치료의 수준은 어느정도인지요.

한국의 혈우병 치료 수준은 매우 높습니다. 특히 개별 환자들이 사용하는 응고인자의 양은 선진국 수준입니다. 이는 지난 2001년 희귀·난치성 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이 시작된 덕분이죠.

희귀난치성 질환이라면 삶을 포기 등이 연상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올해 초에는 우리 환자 중 한 명이 정형외과 전문의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정형외과는 의사 중에서도 매우 힘든 영역에 속하지요. 물론 환우 개인의 노력이 크겠지만, 이러한 분야에까지 도전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혈우병 치료환경이 좋아졌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형외과 전문의는 어릴적 황태주 교수에게 치료받았다)

이밖에도 사법고시, 공인회계사 등 전문직도 해마다 배출하고 있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황 이사장은 "혈우병 환자들의 최대의 적은 자신감 결여에요. 도전의식을 가져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 우리나라의 혈우병 치료의 문제와 해결방안이 있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월 처방횟수가 환자의 개별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는게 진료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문제입니다.

수술이나 입원치료에 대한 삭감 조치가 두려워 혈우병 환자를 보고 싶어도 약품 자체에 대한 사용허가를 내지 않는 병원도 많습니다.

1990년대를 전후해서 전국에 10개 지정병원을 지정했지만 이들 병원에 대한 지원이 전혀 없었죠.

이 때문에 현재 실질적으로 혈우병 환자들의 진료하는 지정 병원은 현재 7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보다 많은 병원들이 혈우병 환자들을 치료해야 환자들의 치료접근성이 향상될 것이고 뇌출혈과 교통사고와 같은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높아져 환우들의 생존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기관에서는 혈우병 치료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자료를 요구하고 있지만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혈우병 치료를 바라봐주었으면 합니다. 물론 학계에서도 충분한 근거자료를 만들기 위한 연구에 소홀해서는 안되겠죠.

-혈우재단 이사장 취임 1년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 지난 1년간 재단에는 안팎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통하여 재단이 혈우 환우들의 위하여 공정하고 바르게 운영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 보다 앞서 혈우재단 이사장을 맡으셨던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추진해온 좋은 사업들을 더욱 튼실히 진행하고 보다 혈우 환우와 가족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혈우재단이 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아울러 올해 9월에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태국, 호주 등을 포함한 동아시아혈우병포럼을 국내에서 개최합니다. 또한 세계혈우병대회 유치에도 재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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