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억력은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40대가 아닌 60대부터 감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과 정인과, 이현수 교수팀은 2000년 3월부터 2003년 8월까지 신경, 정신과적 질환과 약물 남용의 과거력이 없고,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등의 성인병이 없이 노인학교 등 정상적인 노후생활을 하는 노인 104명과, 동일한 조건의 20∼59세 사이 정상성인 324명을 대상으로 한국판기억평가검사(Korean version of Memory Assessment Scale. K-MAS)를 실시했다.

이 결과 기억력은 20대 초반을 절정으로 50대 후반까지 잘 유지되다가 60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감퇴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K-MAS를 이용한 연령대별 전체기억 평균 점수는 20대가 115.58점, 30대 110.80점, 40대 101.11점, 50대 98.74점이었던 반면, 60대는 90.37점, 70대는 90.02점, 80대 이상은 77.93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구 대상이었던 50대 이하 집단의 기억력 점수가 평균 100점대 이상에서 분포한 반면 60대 이상의 점수는 평균 90점 이하를 기록하여, 40대부터 기억력이 감소한다는 속설과 달리 기억력이 실제로 떨어지는 시점은 60대라는 사실이 검증된 셈이다.

특히 고학력 노인집단과 다른 성인집단의 기억수행을 선택적으로 비교한 결과, 같은 노인집단이라고 하더라도 학력이 높은 노인집단은 기억 저하가 크지 않았다.

대졸이상 노인집단의 전체기억 평균점수는 93.56으로 대졸이상 20-30대 집단의 점수인 110.7보다는 현저히 낮았지만, 다른 성인집단과 유의미한 수행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중졸 40대의 평균점수인 65.94, 고졸 50대의 평균점수인 85.03에 비해서는 수행능력이 높았다.

이번 연구결과는 오는 15∼16일 전북대에서 한국실험심리학회가 주최하는 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고대 구로병원 정신과 이현수 교수는 “노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기억이 저하된다는 일반적인 신념은 변화돼야 한다. 또한 기억력 감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동적으로 TV등을 시청하지 말고 독서, 장기, 바둑 운동 등의 여가활동에서 얻을 수 있는 지속적인 자극을 통해 지적능력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교육수준이 낮더라도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시키면 지적자극이 없는 노인들에 비해 기억력 저하의 심각도는 훨씬 낮고 저하의 시기 또한 늦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K-MAS란 고대 구로병원 정신과팀에서 개발한 한국판 기억검사로, 단어학습, 단어회상, 문장기억, 시각기억 등의 12개 항목의 소검사를 통해 전체기억, 단기기억, 언어기억, 시각기억의 네가지 기억척도 점수를 산출하며 진단변별력 79.15%의 신뢰성 높은 평가 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