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과정에서 일부 의료과실을 일으킨 의료진에 대해 법원이 약 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모 씨가 A산부인과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소송에 대해 원고 측의 일부 주장을 받아들여 최근 4억 5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이 씨는 2008년 11월부터 A산부인과에서 정기적으로 산전진찰을 받았다.

그러던 중 임신 39주차 직후 혈성이슬이 비치자 산부인과에 내원했고, 내진 결과 자궁경관이 50% 가량 소실돼 있고, 두덩결합의 상부경계가 내려와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자 의료진은 이 씨에게 제왕절개수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진통이 있으면 다시 내원하기로 하고 귀가시켰다.

이후 이 씨는 진통이 5분 간격으로 반복되고 심해지자 A산부인과에 재내원한 결과 고장성 자궁수축, 아두골반 불균형 예상, 태아곤란 등이 의심돼 제왕절개수술로 분만했다.

하지만 태아는 출생 당시 태변착색 소견을 보였고, 호흡음이 거친 양상과 태변흡입증후군이 의심되자 김모 원장은 직접 자신의 승용차에 신생아를 태워 B병원으로 이송 조치했다.

그러나 신생아는 운동 및 자세 발달지연이 관찰되고, 허혈성 뇌병증 병변으로 인한 사지마비 증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자 환자 측은 "A산부인과 의료진이 입원조치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고, 태아곤란증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제왕절개수술을 지연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원고 측은 "신생아의 태변흡입으로 호흡곤란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응급처치가 가능한 차량이 아닌 일반 승용차로 산소 공급도 하지 않고 B병원으로 전환시킨 과실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법원은 "우리나라 개인병원들이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면서 중요사항이나 특이사항이 있을 때만 진료결과를 기재하는 것이 관행처럼 돼 있다고 하더라도 부실 기재는 잘못된 것임이 분명하다"고 환기시켰다.

재판부는 "의사 측이 진료기록을 성실히 작성하지 않음으로 인해 진료경과가 불분명하게 된 데 따른 불이익을 환자측에게 부담시키고 그와 같은 상황을 초래한 의사 측이 유리한 취급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못 박았다.

분만 직전인 오후 5시경 태아심박동수가 분당 180회였는데 40분 후 140회로 돌아온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고, 이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아 제왕절개수술을 지연한 과실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산부인과 의료진 스스로 신생아가 출생 당시 호흡음이 거칠었다는 점을 자인하고 있어 전원 과정에서 관찰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A산부인과 의료진이 분만중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않아 태아곤란증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게 상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재판부는 "A산부인과 의료진은 분만 진행 경과 관찰을 소홀히 함으로써 태아곤란증을 의심할 만한 상황에 있음을 제 때 발견하지 못해 필요한 조치를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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