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ICU) 입원 환자에 진정을 목적으로 벤조디아제핀계 신경안정제를 고용량 투여하면 감염위험, 패혈증에 의한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번에는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용량에서도 지역획득성 폐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노팅엄대학 역학·공중보건학 에니안야 오비오라(Eneanya Obiora) 교수는 영국의 1차 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노출의 영향을 검토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Thorax에 발표했다.

3만 5천명 대상 코호트 증례대조

영국과 미국에서 1년 이상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지속 복용하는 환자는 전체 인구의 약 2%, 고령자는 10% 미만이다. 불안, 간질, 근육경련, 불면증 등 적응증도 다양하다.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면역체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거의 밝혀져 있지 않다.

임상 데이터는 매우 한정돼 있지만 중증 환자를 진정시키기 위해 고용량을 투여해야 하는 경우 비GABA 작동성 ​​약물이 미다졸람 보다 2차 감염위험이 낮으며, 로라제팜을 이용한 경우보다 생존 기간이 연장됐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중환자실 등에서 진정시킬 목적으로 고용량 투여하는 경우에는 GABAA수용체에 작용하지 않는 약물을 선택하는게 무난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렇다고 일상적인 용량으로도 쉽게 감염된다는 증거는 없다.

오비오라 교수는 영국의 1차 진료 환자 데이터베이스인 The Health Improvement Network(THIN)를 이용해 2001~02년에 지역획득성 폐렴으로 진단된 4,964명과 나이·성별을 일치시킨 대조군 2만 9,697명을 대상으로 비교해 보았다.

조건부 로지스틱 회귀 분석을 통해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사용과 지역획득성 폐렴 발병률의 관련성, 그리고 이 약물이 지역획득성 폐렴군의 사망률(30일 사망, 장기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보았다.

지역획득성 폐렴 발병률, 30일 사망률, 장기 사망률 모두 상승

그 결과,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에 노출되면 지역획득성 폐렴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Charlson's index score, Townsend score, 우울증, 심근경색, 폐렴 기왕력, 현재의 흡연, 폐질환을 조정한 후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에 노출될 경우 지역획득성 폐렴 발병의 오즈비(OR)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군 전체에서는 1.54(95% CI 1.42~1.67, P <0.001)였다.

약제별로 보면 디아제팜에서는 1.49(1.34~1.65, P<0.001), 로라제팜에서는 1.65(1.24~2.20, P=0.001)였다.

벤조디아제핀계는 아니지만 GABA A수용체에 작용하는 조피크론에 대해서도 검토한 결과 1.98(1.49~2.64, P<0.001)이었다.

이어 지역획득성 폐렴이 발병한 4,964명에서 사망률,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노출군과 비노출군과 비교해 나이, 성별, Townsend deprivati​​on score 현재 흡연, Charlson comorbidity index score, 음주 여부,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으로 조정해 위험비(HR)를 검토했다.

그 결과, 30일 사망률을 조정한 이후 위험비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군은 1.22(95% CI 1.06~1.39, P=0.004), 디아제팜은 1.24(1.04~1.47, P=0.014), 로라제팜에서는 1.61(1.14~2.28, P=0.007)로 위험이 매우 높아졌다.

반면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아닌 조피클론에서는 조정 후 위험비가 0.92(0.55~1.53, P=0.738)로 유의차는 나타나지 않았다.

장기 사망률 조정 후 위험비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전체에서는 1.32(1.19~1.47, P<0.001), 디아제팜은 1.27(1.11~1.46, P=0.001), 로라제팜에서는 1.48(1.10~2.00, P=0.010)로 유의하게 높았지만, 조피클론에서는 1.11(0.77~1.60, P=0.564)로 유의차는 없었다.

이러한 결과에 근거해 오이오라 교수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지역 획득성 폐렴 발병률 상승 및 이로 인한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면역계에 미치는 안전성 프로파일을 자세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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