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했다. 수 년째 전공의 기근현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산부인과, 비뇨기과, 흉부외과의 저주는 올해도 풀리지 않았다.

우려대로 대부분의 수련병원에서 ‘미달’ 사태가 속출했다. 정원 채우기는 고사하고 아예 지원자가 전무한 병원이 다반사였다.

▲ [표: 데일리메디 제공]
데일리메디가 2013년도 레지던트 지원현황을 분석에 따르면 대표적 기피과인 산부인과, 비뇨기과, 흉부외과의 지원자 가뭄 현상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원서 접수를 마감한 전국 107개 수련병원(자병원 모집 포함) 중 이들 3개 기피과 정원을 모두 채운 기관은 서울아산병원과 건국대병원 등 두 곳에 불과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산부인과 7명 정원에 7명, 비뇨기과 3명 정원에 3명, 흉부외과 5명 정원에 5명이 지원, 100% 충원율을 기록했다.

건국대병원 역시 산부인과 3명 정원에 3명, 비뇨기과 1명 정원에 1명, 흉부외과 1명 정원에 1명이 지원, 3개 기피과의 정원을 모두 채우는 기염을 토했다.

각 과별로 살펴보면 산부인과의 경우 대표적 수련기관인 제일병원도 6명 정원에 3명이 지원, 절반 밖에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했다. 차병원의 경우 모집결과 공개 자체를 거부했다.

반면 극심한 기근 속에서도 지원자가 정원을 초과하며 행복한 비명을 지른 곳도 있었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은 1명 정원에 3명의 지원자가 몰려 개별기관 중 산부인과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외에 충남대병원(3명 정원-4명 지원), 경상대병원(2명 정원-3명 지원), 양산부산대병원(1명 정원-2명 지원), 중앙대병원(1명 정원-2명 지원) 등이 여유를 갖게 됐다.

단국대병원, 충북대병원, 길병원, 강원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건양대병원, 순천향부천병원, 을지병원 등도 정원 채우기에 성공했다.

비뇨기과의 상황은 더욱 처참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지원자가 전무할 정도로 예비 레지던트들의 기피는 심각했다. 90명의 정원을 배정받은 비뇨기과의 지원자는 3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전체 수련기관 중 2013년도 비뇨기과 레지던트 정원을 채운 곳은 11곳에 불과했다.

경북대병원과 전남대병원, 서울아산병원이 각각 3명 정원에 3명이 지원, 100% 확보에 성공했고, 충남대병원과 길병원이 2명의 정원을 모두 채웠다.

이 외에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울산대병원, 영남대병원, 건국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강북삼성병원 등이 1명씩 배정된 인원을 모두 확보했다.

흉부외과 역시 기근이 심했다. 수 년간 계속된 미달 사태로 모집병원 마저 줄어든 상황에서도 전공의들은 흉부외과를 기피했다. 지원자는 총정원 60명 중 20명 남짓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한양대병원이 1명 정원에 2명의 지원자가 몰리며 유일하게 초과지원 기현상의 기쁨을 누렸다.

한림대 성심병원, 영남대병원, 건국대병원, 단국대병원, 고신대 복음병원 등이 각각 1명씩 배정 받은 정원을 모두 채웠다. 나머지 병원은 미달이거나 지원자가 전무했다.

한편 2013년도 레지던트 모집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의 인기도 상승이 눈길을 끌었다.

전체적인 미달 사태 속에서도 대부분의 병원이 정신건강의학과 정원은 모두 채웠고, 일부 병원은 과열 경쟁이 펼쳐지기도 했다.

실제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4명 정원에 9명이 몰려 2.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전체 진료과 중 최고 경쟁률을 나타냈다.

세브란스병원 역시 9명 정원에 15명이 지원, 1.67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대병원은 8명 정원에 14명이 지원했고(경쟁률 1.75대 1), 가톨릭의료원은 10명 정원에 21명이 원서를 접수했다.(경쟁률 2.10대 1)

정신건강의학과의 인기는 공공의료기관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단일 진료과 수련병원인 국립정신병원들의 경우 정원을 넘어 치열한 경쟁을 보였다.

국립서울병원이 4명 정원에 무려 14명의 지원자가 몰리며 ‘3.50대 1’의 경쟁률 고공행진을 이끌었고, 국립부곡병원(3.0대 1), 서울시은평병원(2.0대 1), 국립춘천병원(1.50대 1) 등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데일리메디

저작권자 © 메디칼트리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