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 마취과의사가 환자에게 여러가지 주의사항을 설명하지만 실제로 환자들은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미국 밴더빌트대학 정신과 엘리자베스 샌드버그(Elisabeth H. Sandberg) 교수는 건강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설명받은 내용의 20%정도만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Anesthesiology에 발표했다.

수술 전 설명에 관한 기억 평가, 실태와 연구에 큰 괴리

샌드버그 교수에 따르면 마취과의사는 수술 전에 50~100개 항목의 정보와 지시를 환자에게 알려준다.

환자는 자신이 받는 수술에 관한 정보를 알기 원하고 의사 역시 그런 요구에 응하려고 한다.

하지만 정보가 너무 많다보니 핵심을 간과할 수 있는데다 일방적인 설명 탓에 정보 대부분을 잊기 쉽다는 등의 문제도 있다.

또한 수술 당일 음식과 복약 관련 정보를 의료자에게 정확히 보고하는 장면에서는 의사의 설명에서 중요한 사항을 인지하고 이를 기억해 내는게 필요하다고 샌드버그 교수는 강조한다.

중요사항 암시 질문에서 기억률 상승

다른 대학에 다니는 건강한 학생 98명(여학생 60명, 평균 24세)을 대상으로 비급성질환에 대한 수술을 가정해 설명했다.

학생들은 약 15분간, 메모없이 마취과 의사가 환자에세 설명하는 영상을 보고 3가지 방법으로 기억 테스트를 받았다.

첫번째 방법은 비디오시청 후 '중요하다고 생각된 사항을 적어내시오'라는 질문에 답하는 자유기억과제(free recall task).

마취과의사의 설명이 병명과 사용 약물 등 80개 문장으로 나누어 이 문장들에 대한 정답률을 점수화해 평가했다. 이 방법에서 나타난 기억률은 21.3%였다.

두번째 방법은 시청 후 '당신은 어떤 마취를 받았나' '수술 전 음식에 관해 어떤 지도를 받았나' 등 중요한 사항을 암시한 10개 항목의 질문에 응답하는 단서기억과제(cued recall task). 이 방법에서 기억률은 67%로 높아졌다.

3번째는 기존 연구에서도 실시된 복수의 선택지를 고르는 인식과제(recognition task)로서 '비디오에서 의사가 말한 질환 이름은?' '수술 전에 해야 할 일은?'등의 질문에 대해 3~4가지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기억률은 83%로 가장 높았다.

이러한 과제 형식에서도 수술 전 약물사용에 관한 항목의 기억률이 낮은 경향이 나타났다.

샌드버그 교수는 "보다 실제적으로 접근한 이번 기억실험에서 의학적 설명 대부분은 사전에 단서가 있어도 기억하기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고 결론내렸다.

교수는 "의사는 단기기억의 한계를 파악한 후에 정보 제공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메모하는 것이 유용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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