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만 세 번째 열린 의사인력 토론회에서도 적정 의사수에 관한 전문가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7일 '의사인력 과잉인가 부족인가'를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13일 토론회에 대한의사협회 관계자가 불참해 편파성 시비가 일자 똑같은 주제의 행사를 다시 진행한 것이다. 앞서 열린 두 번의 토론회와 달리 이해당사자가 참석한 자리여서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뜨거웠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의사수가 부족하다는 의견과 증가속도를 고려할 때 충분하다는 의견이 맞섰고, 토론자 발언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졌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와 법무법인 해울 신현호 변호사는 의사수 확대를 주장했고,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김양균 교수와 의협 이혜연 학술이사는 반대 입장에 섰다.

토론회 전반부에는 의사수가 적정한지를 놓고 토론자들이 논쟁을 벌였다. 정형선 교수는 "여러 의료정책에서 임상의사와 다른 견해를 보였던 예방의학 전공자도 유독 의사 정원 문제에는 뒤로 빠진다"며 "의사수 증가로 희소가치가 약화되는 공통 이해관계가 있는지 볼 필요가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정 교수는 "의사수에 관한 가장 정확한 것은 인구대비 숫자"라며 "그런 면에서 의사가 너무 적다. 과거 줄였던 의대 정원을 다시 되돌리라는 것은 여러 여건을 고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양균 교수는 국내 의사수 증가속도를 보면 오는 2024~2025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도달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의대 정원 확대는 2016년은 돼야 가능하고, 학업과 수련을 마친 임상의를 배출하는 시기가 2025년 이후가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무분별한 정원 확대는 의사수 초과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데이터의)올바른 해석이 먼저라는 주장도 폈다.

이에 신현호 변호사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때 응급처치만 제대로 돼도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다는 응급의학과 교수의 말을 들었다"며 "단순히 인구 대비 의사수 논리로 사회적 소수자가 보호받지 못하면 묻지마 범죄가 일어나고,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사범시험을 로스쿨로 전환한 것은 국민 시각에서 사회 전체 이익에 부합하느냐를 따진 것"이라며 "시장 수요가 많으면 입학정원을 푸는 것이 당연하며 문신 등의 유사의료행위를 의사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 제도 개혁을 통해 국민에게 편하고 값싸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혜원 학술이사는 "의사가 많아야 의료서비스가 좋아지는 게 아니라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분석으로는 의사가 많아진다고 의료가 보장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전체적인 공공의료 측면은 동의한다"고 말했다.

의사수 추계방식 이견 

토론회 후반부에는 의사수 추계방식을 놓고 상반된 견해가 충돌했다. 특히 보건행정학자인 정형근 교수와 김양균 교수가 연구방법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공급이 단순하고 정확하며 수요량은 할 수 있는 변수를 다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의사인력 관련 연구용역 책임자이기도 하다.

이런 주장에 김 교수는 "추계방식 자체가 예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자승법 등을 생각하면 적정 인원이 얼마인지 애매하다"며 "이런 식이면 2025년에 다시 공급 문제를 추계해도 (인원이)부족하다고 나올 것"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정 교수는 "김 교수가 언급한 모형추계는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강조하는 것은 기존 의과대학 정원인 3400~3600명을 회복하고 문제를 따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여러 방식을 통해 증가율을 보면 2023년에 OECD 평균을 넘어선다"고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인구 10만 명당 졸업자가 가장 정확하며 OECD 평균보다 1명 이상이 부족하다"며 "한의사를 빼면 그 수는 더 줄고, 의학전문대학원을 고려해도 감소 추세"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교수는 "의과대학 졸업상 대부분이 임상의사가 되고 있다"고 언급했고, 정 교수는 "그건 맞지만 10년 후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가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고 했다.

이해원 학술이사는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누수효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안이한 생각"이라며 "의사가 부족하다면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공의료영역으로 집어넣을까 말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의사인력 평균 연령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젊다"며 "의사가 많다고 지방으로 인력이 유입될 것이란 생각은 안이하다"고 덧붙였다.

신현호 변호사는 "이 발언은 15년 전에 보건학을 전공할 때 예방의학 교수들이 한 이야기와 똑같다"며 "도서벽지에 갈 의사가 없다. 국가가 공급을 해줘야 한다. 지지체나 공기관을 통한 의사 육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 직후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건강보험을 관리·운영하는 주체로서 보험료를 부담하는 가입자인 국민과 진료하는 의사의 원활한 진료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의사가 긍지를 갖고 일하도록 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데일리메디

저작권자 © 메디칼트리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