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병이나 음료수 캔 등에 들어 있는 내분비계 교란물질 비스페놀A에 허용량 이내 적은 양에 노출돼도 해로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비스페놀A는 플라스틱과 에폭시의 원료물질로, 음식이나 음료수를 섭취하다가 소량의 비스페놀A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어 사람의 혈액과 소변은 물론 임산부의 태반이나 양수에서도 검출된다. 현재 체중 60㎏인 성인의 비스페놀A 하루 섭취 허용량은 3㎎이다.

서울대의대 내과 박영주 교수팀은 생쥐 45마리를 대상으로 비스페놀A를 투여하지 않은 그룹, 저용량(몸무게당 0.05㎎)으로 투여한 그룹, 고용량(몸무게당 1.2mg)으로 투여한 그룹 등 3개그룹으로 나눠 관찰한 결과 낮은 용량에서도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변형과 간기능 저하를 관찰했다.

지금까지 비스페놀A는 여성호르몬과 비슷한 성질이 있어서 주로 생식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간, 췌장, 갑상선 등 다양한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에서는 비스페놀A에 많이 노출된 사람일수록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 간기능 이상 등의 문제가 많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연구결과도 적은 양의 비스페놀A가 이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실험 결과를 담은 논문을 보면 저용량(몸무게당 0.05㎎)의 비스페놀A를 투여한 쥐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간수치가 점차 상승해 24시간이 지나자 정상 쥐들보다 간수치가 1.5~2배가량 높아졌다.

생쥐의 간세포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간세포 안에서 미토콘드리아의 모양이 비정상적으로 변화했으며 미토콘드리아도 기능이 저하됐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간세포에서 산화스트레스 및 염증과 관련된 지표들이 상승했고, 이런 현상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 국민일보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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