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과 암이 밀접하게 관련한다고 알려진 가운데 지난달 말 미국암연구협회(AACR)가 당뇨병치료제 메트포르민이 여러가지 암에 효과를 보인다는 5가지 연구성과를 Cancer Prevention Reasearch 에 발표했다.

메트포르민의 암 발병 억제 효과는 주로 대장암을 중심으로 보고돼 왔지만 이번 발표된 5건의 연구는 모두 다른 암종에 관한 것이다.

획기적인 신약이 아닌 기존 약물에 그것도 다른 질환에 많이 사용되는 치료제에 이처럼 주목이 모아진 경우는 드문 일이다.

전립선암 환자 대상 임상 제II상 시험에서 안전성 확인

지금까지 여러 관찰연구에서는 메트포르민이 암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발표에서는 사람 뿐만 아니라 동물실험을 포함해 여러 종류의 암에 대한 작용이 기대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캐나다 프린세스마가릿병원 안소니 조슈아(Anthony M. Joshua) 교수는 3월 31일~4월 4일에 미국에서 열린 AACR 학회에서 비절제 전립선암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메트포르민의 유용성에 관한 제II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전립선암 환자 22명에 대해 절제술 전에 메트포르민 500mg을 1일 3회 투여했다.

투여시작 후 평균 14일째에 중증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공복혈당과 비만지수(BMI) 등 각종 대사지표도 개선됐다. 절제술 이후에도 메트포르민에 관련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교수는 전립선암 증식에 당과 지방의 대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런만큼 이번에 얻어진 결과는 예비적이지만 메트포르민에 의한 당대사 및 비만의 개선이 일부 전립선암에서 종양세포 증식을 억제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당뇨병 또는 전당뇨병 상태의 합병 등 특히 이 약물에서 이득이 크다고 생각되는 전립선암 환자의 서브군을 밝혀낼 계획이다.

당뇨병 합병 췌장암 환자 2년 생존율 2배

예후 좋지 않은 암 가운데 하나인 췌장암에 대한 메트포르민의 효과는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동휘 리(Donghui Li) 교수가 발표했다.

당뇨병 환자의 췌장암 발병률은 일반인보다 높지만 메트포르민을 사용하는 당뇨병 합병 췌장암 환자의 2년 생존율은 비사용 환자에 비해 약 2배 높게 나타났다.

30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향적 연구결과, 검토 후 2년 생존율이 비사용환자에서 15.4%였지만 메트포르민을 사용한 117명에서는 30.1%였다.

교수는 메트포르민 사용으로 사망위험을 32%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망위험 감소효과는 전이 병변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병기에서 나타났다고 말하고 교수는 향후 췌장암 치료의 보조요법으로 메트포르민을 검토할 계획이다.

간암 유발 마우스에서 효과 확인-지질합성작용이 열쇠

동물실험에서는 새로운 암에 대한 효과에도 주목이 모아졌다. 미국 메릴랜드의대 제오프리 거넌(Geoffrey Girnun) 교수는 마우스 실험에서 메트포르민이 간암을 보호해 줄 수 있다고 보고했다.

가암을 유발시킨 마우스를 이용한 실험에서 메트포르민 투여 마우스에서는 대조군에 비해 종양증식 억제작용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교수에 따르면 간암에 대한 메트포르민의 작용을 직접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수팀은 이밖에도 메트포르민의 간암 발병 예방기전으로 간 국소에서 지질합병 억제작용이 관련할 가능성을 보고했다.

당뇨병환자, 비만자, 간염환자, 그리고 비알코올성지방간(NAFLD) 환자는 모두 간암의 고위험군이며 간에서 지질 합성의 항진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교수도 현재 임상시험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구강암에 대한 진행이 최대 90% 억제

미국립치과뇌안면두개연구소 실비오 굿킨드(J. Silvio Gutkind) 교수는 마우스 실험에서 메트포르민이 구강내 종양을 줄인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이 약은 구강암의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그널분자(mTORC1)를 크게 활성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실험 결과에서 이 약의 항종양효과가 크게 입증됐다고 한다.

mTORC1은 생물현상에 필요한 다양한 세포 시그널을 억제하는 인자로서 시그널 전달의 이상이 암 등의 여러 질환을 일으킨다고 생각되고 있다.

이번 실험에서는 발암 물질 유발성의 구강암을 유발시킨 모델 마우스에 메트포르민을 투여했다.

그 결과, 종양 크기 축소, 편평상피암으로의 진행이 70~90% 유의하게 억제되는 등의 결과가 얻어졌다고 한다.

멜라노마 세포에는 단독 효과 확인안됐지만 가능성 보여

악성도가 높은 암의 하나인 멜라노마에 대한 검토도 시작됐다. 영국 패터슨암연구소 리차드 마라이스(Richard Marais) 교수는 BRAFV600E 변이양성인 멜라노마 환자에서 채취, 배양한 암세포에 메트포르민을 첨가한 실험을 실시했다.

그러나 메트포르민에 의한 멜라노마 세포 증식 억제효과는 대부분 나타나지 않았다고 교수는 설명했다.

이 원인은 BRAFV600E이 메트포르민 내성 발변에 관련하는 RSK라는 단백질을 활성시키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멜라노마에는 메트포르민이 전혀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교수는 추가 마우스 실험을 통해 BRAFV600 변이 양성 세포에서 혈관내피세포 증식인자(VEGF-A의 생산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근거로 교수는 즉시 동일한 마우스 모델을 이용해 메트포르민과 VEG-A 억제작용을 가진 2종류의 항암제의 병용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메트포르민 단독투여군에서는 종양이 2배 증가한데 반해 axitinib 병용군에서는 종양 증가가 45% 억제됐다.

베바시주맙 투여한 경우  단독투여일 경우 종양 크기가 34% 억제됐지만 메트포르민을 병용하자 64%의 억제효과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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