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이라고 해서 무조건 인슐린을 투여해서는 안 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혈당이 높다고 해서 인슐린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환자에게 다른 동반 질환을 증가시키거나 동반 질환으로 인한 위험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14일 광주에서 개최된 제24차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연세대 허갑범 명예교수와 이은영 연구팀은 이같은 우려를 표명하며 "과거와 달리 최근 한국인의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 저항성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슐린 저항성'은 인슐린은 제대로 분비되나 어떤 원인에 의해 그 작용이 저하된 경우를 일컫는다.

연구팀은 한국인의 제2형 당뇨병을 치료함에 있어 "인슐린 분비가 잘 안 되는 경우에만 혈당조절을 목표로 하는 인슐린을 투여하고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경우는 생활습관의 개선과 인슐린 감수성을 높여주는 치료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2003년 1월부터 2009년 6월까지 6년 6개월 간 서울 허 내과에 내원한 692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실제 이들 환자 중 무려 73.1%에 이르는 5065명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진단돼 2형 당뇨병 환자의 대다수가 인슐린은 제대로 분비가 되나 작용을 제대로 못하는 환자로 밝혀졌다는 것.

연구팀은 무엇보다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서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을 투여한 경우 인슐린 사용 비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혈당조절은 더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환자들에게 대사증후군의 진단기준을 적용한 결과에서도 51.9%인 2629명이 대사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사증후군은 당뇨병, 고혈압, 심ㆍ뇌혈관질환 등 치명적인 질병의 근원이 되는 질환으로 내장지방이 축적되어 남자의 경우 허리둘레가 90㎝, 여자의 경우 80㎝이상이고, 고혈압 및 당뇨병 직전의 높은 혈당, 그리고 이상지혈증을 동반하는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또한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환자는 경동맥의 두께가 유의하게 높았고 경동맥경화증과 고혈압 등 동반질환의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한국인의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분비와 인슐린저항성의 유무에 따라 임상 및 생화학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의사들이 당뇨병 환자들을 관리할 때 인슐린저항성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갑범 명예교수도 "제2형 당뇨병에 대한 우리나라 환자들의 특성을 좀 더 규명해 이에 적합한 진료지침을 만드는 것이 향후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면서 "학계는 물론 실제로 환자를 대면하고 개원의에 이르기까지 인슐린 저항성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메디칼트리뷴 기사제휴 데일리메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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