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50년 동안 항응고제 시장은 와파린의 독주체제였다. 와파린의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약물이 없어 와파린은 독보적인 요법이었다.

국내에서도 와파린을 복용 중인 환자는 약 50만명. 이 중 대부분은 심방세동 환자들로 뇌졸중 예방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뇌졸중은 국내 사망 원인 1위의 질환이다. 게다가 사망하지 않더라도 진료비 자체의 증가 폭 자체만으로도 매우 심각한 중증 질환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성기뇌졸중 진료기관에 대한 평가(2010년) 결과에 따르면 2005년 대비 2009년 진료비는 55%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역시 ‘심뇌혈관질환 종합대책’을 수립하는 등 국가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기전으로 무장한 신약들이 등장했다. 환자와 의사, 그리고 정부적인 차원에서도 뇌졸중 예방을 위한 신약의 등장을 고대해 왔던 터라 항응고제 시장에는 전에 없는 큰 변화를 일으킬 움직임이 기정 사실화 되고 있다.

항응고제 신약 삼총사

심방세동 환자들은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약 5배 높다. 중증도는 이보다 더 높으며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재발률 역시 2배에 이르기 때문에 와파린 복용은 필수다.

와파린(비타민 K 길항제) 요법은 심방세동 환자들의 뇌졸중 위험을 64% 감소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와파린 요법은 치료 가능한 범위가 좁고 INR 모니터링이 자주 필요한데다 다른 약물 및 음식(흡연, 음주 포함)간 상호작용 등의 한계점을 갖고 있다. 그만큼 환자와 의사에게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약물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항응고 신약들은 와파린의 효과뿐 아니라 한계를 무너뜨리면서 전세계 학회 및 의료진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 출시됐거나 조만간 출시될 약물로는 프라닥사(성분명:다비가트란, 베링거인겔하임), 자렐토(리바록사반, 바이엘), 일리퀴스(아픽사반, 화이자& BMS)가 있다. [각 약물 비교 표]

국내 출시된 각 항응고제 별 프로필.

 

 

 

 

 

 

 

 

 

 

 

프라닥사 효과 와파린 대비 우월

항응고 신약 가운데 현재로선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적응증은 프라닥사가 유일하게 갖고 있다. 와파린이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만큼 다른 항응고제가 동일한 적응증을 받기 전까지는 절대적인 우위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RE-LY 연구에서 프라닥사는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 감소효과가 와파린을 뛰어넘는 효과를 입증했다. 이 연구결과는 우월성(superiority)을 입증한 최초이자 유일한 경구용 항응고제로서 기록됐다.

이 연구에서는 원래 목적인 비열등성 입증을 뛰어넘는 성공적인 결과도 얻어냈다. 표준용량인 프라닥사 150mg이 잘 조절된 와파린에 비해 뇌졸중 및 전신 색전증의 위험을 35% 감소시킨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출혈 및 두개내 출혈 등의 부작용도 크게 줄였다.

이를 근거로 미국 FDA는 지난해 10월 프라닥사에 비판막성 심방세동(AF) 환자의 뇌졸중 위험 감소에 대한 적응증을 승인했다.

올해 초에는 미국심장재단(ACCF), 미국심장협회(AHA), 미국심장박동학회(HRS)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프라닥사를 Class I으로 권고했다. 이는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 프라닥사가 필수 약물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프라닥사는 올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의 위험 감소에 대한 적응증을 받았으며 현재 심평원에 제출 서류를 준비 중이다. 급여 출시는 내년으로 예상된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최기준 교수는 “새로운 신약은 와파린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켰으며, 특히 프라닥사의 경우에는 와파린을 능가하는 효과와 안전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치료제”라고 평가했다.

한편 바이엘헬스케어의 자렐토는 '정형외과 수술 환자에서의 정맥혈전색전증 예방’으로 2009년 국내 적응증을 받았다. 현재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관련 적응증 추가를 준비 중이다. 일리퀴스는 유럽의약품감독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허가 권고를 받은지 얼마 안됐다.

우수한 항응고 신약들의 등장으로 국내 항응고제 시장은 어느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항응고제의 특성상 적응증은 물론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치료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리베이트 쌍벌죄 등으로 인해 오로지 약물의 경쟁력만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이른바 진검승부(眞劍勝負)의 시장 환경이 된 만큼 각 사의 마케팅 전략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트리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