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자극을 주는 환경이 암을 예방하며, 이러한 효과는 운동만으로는 얻기 어렵다"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신경학자 레이 카오(Lei Cao) 교수와 매튜 듀어링(Matthew During) 교수팀이 Cell에 발표했다.

지금까지 암 예방에는 균형잡힌 식사와 적당한 운동 등 생활습관과 생활환경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알려져 왔다.

운동효과보다 뇌 자극 효과가 더 낫다는 이번 결론은 다양한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자극적 환경이 뇌 활성

이전부터 넓은 공간에 다양한 장난감과 미로, 운동을 위한 챗바퀴, 동료로부터 숨어서 쉴 수 있는 장소 등을 마련한 일반적인 사육 환경과는 다른 '자극적 환경'(enriched environment)에서 길러진 마우스는 뇌의 발육과 학습능력이 개선되고, 나이를 먹어도 신경변성증에 동반하는 기억력 저하를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Nature reviews. Neuroscience). 주로 알츠하이머병 예방 등의 관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카오 교수와 듀어링 교수는 자극적 환경하에서 나타나는 뇌속의 변화가 체내 호르몬과 성장인자 밸런스에 영향을 주고, 이에 따라 암에 대한 응답성에 차이가 발생하는지 여부를 검증해 보았다.

자극적 환경에서는 암 증식 억제돼

양 교수는 마우스를 2개군으로 나누고 각각 통상 환경과 자극적 환경하에서 3~6주간 기른 후 피하에 B16 멜라노마 암세포를 이식하고 경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자극적 환경에서 3주간 사육된 마우스는 증식된 멜라노마 암조직 크기가 통상 환경에서 사육된 마우스보다 평균 43%(각 그룹 N=20,P<0.05) 작았다.

이 차이는 사육 후 6주째에 77%(N=18,P<0.05)까지 늘어났다. 자극적 환경의 마우스에서는 이식된 암세포가 전혀 증식하지 않은 예도 있었다.

자극적 환경하 사육에서 나타난 암세포증식 억제효과는 MC38 대장암 세포의 증식과 가족성 대장선종증 모델마우스(ApcMin/+)에서 발생한 자연발병선종에서도 확인됐다.

암억제효과는 혈청속 렙틴 감소 덕분

자극적 환경하에서 6주간 길러진 마우스의 혈청 속에는 통상 환경군에 비해 인슐린양 성장인자(IGF)-1, 아디포넥틴, 렙틴 등 암세포 증식억제와 관련있는 대사마커의 발현량이 증가했다. 그리고 이 혈청은 in vitro에서 B16 멜라노마세포 증식을 억제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억제 효과는 일반 환경에서 사육된 마우스의 혈청을 항렙틴 중화항체로 처리해도 재현되는 것으로 나타나, 자극적 환경에서 길러진 마우스 혈청 속에서 가장 뚜렷하게 감소한 렙틴(통상사육의 13%, 각 그룹 N=20,P<0.05)이 암 증식억제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자극적 환경에서 길러진 마우스의 시상하부에서는 뇌유래 신경영양인자(BDNF)의 발현량도 크게 높아졌다.

시상하부에서 BDNF의 과잉발현실험과 발현억제실험을 실시한 결과, 과잉발현을 실시한 일반적 환경 마우스에서도 멜라노마 세포의 증식을 대조군의 20%까지 억제할 수 있고, 동시에 혈청속 렙틴도 대조군의 약 25%로 감소했다.

반대로 발현억제실험에서는 자극적 환경하에서 길러진 마우스에서도 종양억제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동시에 혈청 속 렙틴도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관찰됐다.

교감신경 아드레날린 베타수용체 차단제인 프로프라놀롤을 투여해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자극적 환경에 자란 마우스에서 종양억제효과는 시상하부에서의 BDNF의 발현 상승으로 교감신경을 거쳐 혈청 속 렙틴 농도가 줄어든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BDNF 렙틴 경로가 새로운 항암제 타깃

이 연구에서 흥미로운 것은 이 일련의 실험을 통상 사육 환경에서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마우스에서 실시한 결과, 체중, 지방량, 근육량 등은 자극적 환경의 마우스와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BDNF의 상승, 렙틴 감소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종양억제효과도 관찰되지 않았다.

자극적 환경의 마우스의 총 운동량이 하루 평균 0.64km로 통상 사육환경+자유운동 마우스의 66%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종양억제효과가 나타났다는 사실은 암 예방에는 단순한 육체적 운동만으로는 부족하며 자극적 환경하에서 주어지는 호기심, 모험심, 창조력, 탐구심 등 '두뇌의 운동'이 효과적이라는게 교수팀의 견해다.

또 이번에 밝혀진 BDNF 렙틴 경로에 의한 종양증식억제효과는 새로운 항암제 타깃으로서도 기대할 만하다고 저자들을 결론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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