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신장이식 실패로 항체가 형성된 환자에 다른 혈액형의 신장을 이식하는데 성공한 사례가 국내에서도 나왔다.

이번 이식은 '감작'과 '혈액형 불일치' 라는 장기이식의 가장 까다로운 조건을 극복한 사례로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한 케이스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양철우 교수(신장내과)와 문인성 교수(이식외과)팀은 지난 10월 19일 20년전 첫 번째 신장이식 이후 만성거부반응으로 인해 이식신장의 기능을 상실하고 항체가 높게 형성된 O형 혈액형 환자(41세, 여성)에게 혈액형이 맞지 않는 B형 공여자(언니)의 신장을 이식해 성공했다고 밝혔다. 현재 수혜자와 공여자 모두 건강한 상태로 퇴원한 상태다.

양 교수팀에 따르면 1989년 첫번째 신장을 이식한 이 환자는 만성 거부반응을 일으켜 혈액 투석을 시작했다. 교환이식 프로그램을 통해 두번째 이식을 하려했으나 첫번째 이식으로 인한 '감작'정도가 83%로 높은게 문제였다.

여기서 말하는 감작이란 이미 체내에 항체가 형성되어 이식신장에 거부반응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감작된 환자의 경우 이미 형성되어 있는 항체가 이식된 신장을 공격하여 급성 거부 반응을 일으킬 위험이 높아 신장 이식의 고 위험군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양 교수팀은 철저한 사전 검사와 탈감작 치료를 시행하여 재이식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체내의 항체를 제거하기 위해 이식 1개월 전 입원해 B 임파구에 대한 항체주사를 투여 받은 후 퇴원했으며, 이식 2주전 다시 입원하여 혈장반출과 면역 글로불린을 이틀에 한번씩 6회 받은 후 이식을 받았다.

이후 이식 신장의 기능이 일주일 만에 정상으로 회복됐으며, 약 1개월 경과하는 동안 급성거부반응 없이 정상적인 이식신장의 기능을 유지(혈청 크레아티닌 0.66 mg/dl)했다.

교수팀은 "충분한 전 처치를 통해 항체를 적절하게 제거하면 혈액형 불일치와 감작 등의 악조건을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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