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차 추계 대한심장학회가 지난 달 8~10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관상동맥질환에 유용한 항혈소판약제, 심근경색 환자에 대한 세포치료 결과, 비만환자의 동맥경화 유발물질 등에 대한 연구결과 등이 발표돼 관심을 모았다. 780여편의 구연 및 포스터가 발표된 이번 학술대회에서 주목받은 연제들을 소개한다. 


 

- 승모판엽 면적 좌심실 유출로 폐쇄 주요인자

비후성 심근병증의 일부 환자에서 관찰되는 대표적인 혈역학적 변화로 좌심실 유출로의 역동적인 폐쇄가 오래 전부터 기술되어 왔으나 이의 발생에 관여하는 기전에 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특히 이 질환의 구조적인 특징인 심근의 비후로 인해 좌심실 유출로가 좁아져 발생하는 Venturi effect와 승모판엽의 구조적인 변화로 인한 판엽의 수축기전방이동(SAM)의 상대적인 중요성에 관해서는 정립된 의견이 없는 실정이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대희·송재관 교수팀의 이번 연구의 가장 획기적인 내용은 여태까지 불가능했던 승모판엽의 면적을 3차원 심초음파 영상자료를 이용해 구하는 과정이며, 심실 비후의 분포, 유두근과 승모판륜의 위치 등에 관한 3차원 지형학적 관계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연구결과 가운데 중요한 사실은 승모판엽의 면적이 좌심실 유출로 폐쇄의 가장 중요한 독립적인 결정인자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유두근의 위치과 승모판륜의 지형학적 변화가 동반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비후성 심근병증의 좌심실 유출로 폐쇄는 비후된 심실 근육 뿐 아니라 승모판과 이의 부속기관의 이상의 복합체이며, 비후된 심근만을 절제해 주는 현재의 치료방법이 변화가 필요함을 제시해준 연구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 세포치료, 관상동맥 치료 위험도 낮춰

최근 들어 서구사회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증가하고 있는 심근경색은 발생 당시의 30%에 이르는 사망률도 문제거니와, 심근 손상의 정도에 따라 이차적인 심부전이 발생하는 등의 후유증을 가져오는 매우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이미 괴사된 심근을 재생시킬 수 있는 치료법은 없으며 진행을 막는 치료법들도 매우 제한돼 있다.

세포치료는 이러한 심근경색 치료에 있어서의 제한점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치료법이다. 서울대병원에서는 G-CSF라는 사이토카인을 환자에게 투여해 골수에 존재하는 줄기세포를 말초혈액으로 동원한 후, apheresis 과정을 거쳐 필요한 줄기세포를 얻어 심근경색이 생긴 관상동맥에 주입하는 세포치료 방법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순환기내과 김민경 연구팀은 2004년 시행했던 MAGIC I 및 II protocol에서는 BMS로 치료한 급성심근경색 환자에서 G-CSF로 줄기세포를 동원해 주입하는 치료를 시행한 결과, 심근 기능은 호전시켰지만 스텐트 재협착이 증가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에 재협착을 줄이기 위해 약물용출 스텐트를 사용해 관상동맥 성형술을 하는 방법과  G-CSF로 동원된 줄기세포를 관상동맥 내로 주입하는 방법을 혼합 적용하는 방법으로 재협착 문제를 해결하고 역시 심근경색 환자에서 좌심실 수축 기능 및 운동 능력을 호전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MAGIC-3-DES trial을 시행했다.

MAGIC Cell-3-DES trial은 2004년 2월부터 시작되어 총 163명의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며, 현재까지 추적관찰을 지속하고 있다.

세포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세포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에 비해 조기에 심근수축력 회복을 보였으며, 그 효과가 2년까지 지속됐다. 또한 세포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심장 근육의 경색 깊이도 줄어들고 심근경색의 후유증으로 인해 움직이지 않는 국소 심근 부위도 줄어들었다.

환자들의 평균 추적관찰 기간은 42개월이었다. 이 기간동안 발생했던 심혈관 사건에 대해 분석한 결과, 세포치료는 사망, 심근경색 재발, 심부전이나 심근 허혈로 인한 재입원, 심혈관계 사건의 재발로 인한 관상동맥에 대한 치료를 다시 받아야 하는 위험도를 50% 정도(49%의 상대위험도 감소 효과)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세포치료가 이러한 동맥에 대한 보호효과를 보일 수 있는 기전은 심근경색의 치료를 위해 관상동맥이 막힌 것을 뚫어주고 재협착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한 약물용출 스텐트와, 세포치료를 위해 주입하는 G-CSF라는 약물과의 이로운 상호작용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 CYP2C19 유전자 변이형에 실로스타졸 추가 효과적

급성심근경색과 같은 혈전성 합병증의 발생에 의한 급사나 심부전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혈소판의 응집을 억제하는 항혈소판약제는 관상동맥질환 치료의 근간이 되는 약물이다.

항혈소판약제는 보통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의 두가지 제제를 복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중 클로피도그렐이 보다 강력한 혈소판응집억제 작용을 나타낸다.

특히 관상동맥에 스텐트 삽입을 받은 환자에 있어서 이들 두가지 항혈소판 약제에 의한 혈소판 응집이 충분히 억제되지 않을 경우 스텐트 안에 혈전이 갑자기 차면서 관상동맥이 폐쇄되어 심근경색이 초래되는 ‘스텐트 혈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항혈소판제제의 약효과, 특히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 상품명: Plavix) 약효과가 충분히 확보되는 지의 여부는 이들 환자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하지만 클로피도그렐 복용 후 혈소판의 응집이 억제되는 정도 즉 약제의 반응성은 개인마다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다양성은 클로피도그렐이 복용후 활성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간에서 cytochorme P-450이라는 효소에 의해서 대사돼야 하는데, 이 효소 중 특히 CYP2C19이 선천적으로 발현되지 않아 이 효소의 기능이 소실된 유전자형을 가지는 개인의 경우 클로피도그렐이 간에서 대사되지 않아 약제가 활성화 되지 못해 약효과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다.

실제 임상에서 클로피도그렐 복용 후 혈소판 응집이 충분히 일어나지 않으면 심근경색, 뇌경색 그리고 사망과 같은 급성 혈전반응에 혈관사고가 증가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우리나라에서 클로피도그렐에 대한 약제 내성이 문제되는 것은 클로피도그렐을 대사하는 CYP2C19의 유전자 변이형을 가진 환자의 비율이 60%에 이를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최근 새로 개발된 항혈소판제제인 Prasugrel이라는 약제는 이러한 대사과정이 필요 없어 보다 안정적으로 혈소판 응집을 억제 할 수 있어 혈관사고를 줄일 수 있지만, 고령의 환자나 저체중의 환자, 전에 뇌졸중을 앓은 적이 있는 환자에서는 오히려 출혈사고를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과거부터 당뇨환자의 사지혈관질환에서 사용되어 왔던 또 다른 항혈소판제제인 실로스타졸(cilostazol, 상품명 플레탈)은 간에서 CYP2C19에 의해서 대사되지 않아 CYP2C19의 유전자 변이형에 영향을 받지 않고 혈소판 응집억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경상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황석재·정영훈 교수팀은 CYP2C19의 유전자 변이형의 보유여부에 따라 클로피도그렐에 의한 혈소판 응집억제가 클로피도그렐을 용량을 두 배로 증량시키는 요법과 클로피도그렐의 상용량에 실로스티졸이라는 또 다른 항혈소판제제를 추가하는 요법 중 어느 치료법에서 더 효과적인지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결과 예상대로 CYP2C19의 유전자 변이형을 가지지 않는 환자에서는 클로피도그렐의 용량을 두배로 증가시키는 요법과 실로스타졸을 추가하는 요법사이에 차이가 없었지만,  CYP2C19의 유전자 변이형을 가지는 환자군에서는 실로스타졸을 추가하는 환자군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혈소판 응집을 효과적으로 억제 할 수 있었다. 또한 실로스타졸을 추가하는 요법은 Prasugrel과 달리 출혈이 증가하지 않고 스텐트 재협착을 줄여주는 효과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단 실로스타졸을 투여 받은 환자에서 않은 두통과 심계항진 그리고 안면홍조 등의 치명적이지 않은 부작용의 발생이 더 많았다.

결론적으로 관상동맥질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치료제 중 하나인 클로피도그렐에 대한 약물반응이 저하되는 주 원인인 cytochrome 2C19의 유전자 변이에 의한 효소기능 상실을 극복하는데 있어 실로스타졸의 추가요법이 효과적임을 밝혀내, 향후 이러한 유전자 변이형의 발현 빈도가 높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인에서 적합한 항혈소판 요법을 제시한 첫 번째 연구라고 할 수 있겠다.


- 돌연사 위험판단에 심전도-설문지 유용

매년 군에서 돌연사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경우, 부검을 함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찾을 수 없어서 부정맥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젊은 성인에서 심전도상으로 찾을 수 있는 돌연사의 가능한 원인으로는 브루가다 증후군, 선천성 QT 연장 증후군, 부정맥 유발성 우심실 심근병증, 조기흥분증후군, 심실 빈맥 등이 있다.

2008년에 대한심장학회 부정맥연구회와 군은 장병들의 돌연사 위험 인자를 찾아내고 돌연사를 막기 위한 연구를 시행했다. 경기도에 복무하는 장병 10,952명에게서 설문지와 동의서를 받고 혈압, 심전도를 측정하고, 부정맥연구회 회원들은 인터넷을 통해 심전도를 분석했다.

심전도에서 좌심실 비대 소견을 보이고 증상 또는 가족력이 있는 환자에게 심초음파 검사를 했다. 브루가다 심전도 형태를 보이고 증상 또는 가족력이 있는 환자에게 flecainide 유발 검사를 했다.

조기흥분증후군의 소견을 보이고, 증상 또는 가족력이 있는 환자에게 심장 전기 생리검사를 했다. Epsilon파를 보이는 환자에게 심초음파를 했다. QT 연장 소견을 보이는 환자에게 운동부하검사, 생활 심전도검사를 했다.

서울성모병원 심혈관센터 오용석 교수·엄재선 임상강사팀은 10,952명의 심전도 중 10,867명의 심전도를 분석했다.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21.9±4.5세였으며, 모두 남성이었다. 비정상 심전도를 보이는 환자는 32.61%였다. 동성 서맥이 27.24%로 비정상 리듬 중 가장 흔했고, 우축 편위가 17.55%로 축 편위 중 가장 흔했다. 혈압이 높은 환자일수록 동성 서맥의 빈도가 유의하게 낮아졌으며, 키가 클수록 우축 편위의 빈도가 유의하게 높아졌다.

좌심실 비대 소견을 보이는 환자는 6.20%였고, 이중 증상 또는 가족력이 있는 환자는 1.99%였으며, 이중 심초음파상 비후성 심근병증을 보이는 환자는 없었다. 브루가다 심전도 형태를 보이는 환자는 0.90%였고, 이중 증상 또는 가족력이 있는 환자는 0.45%였다.

flecainide 유발 검사에서 양성을 보이는 환자는 1명으로, 이 환자는 심장 전기 생리 검사에서 심실성 빈맥이 유발되었고, 삽입형 제세동기 시술을 받았다. 조기흥분증후군 소견을 보이는 환자는 0.17%로, 이 중 증상 및 가족력이 있는 환자는 0.04%였다. 심장 전기 생리검사에서 심실상성 빈맥이 유발된 환자는 2명이었으며, 이 환자들은 고주파 도자 절제술을 받았다.

Epsilon파를 보이는 환자는 0.05% 였고, 심초음파 상 부정맥 유발성 우심실 심근병증 소견을 보이는 환자는 없었다. QT 연장을 보이는 환자는 0.02%였으며, 이중 운동 부하 검사, 생활 심전도 검사 상 이상 소견을 보이는 환자는 없었다.

연구팀은 심전도와 설문지는 외견상 건강한 젊은 남성에서 돌연사의 위험 인자를 평가하는데 유용한 수단이라고 결론 내렸다.


- ‘리지스틴(resistin)’ 동맥경화 형성 촉진

서구화된 국가들에서 비만의 유병률이 ‘대유행’이라고 불릴 만큼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심혈관계 질환, 당뇨병, 그리고 암, 등 비만과 관련된 질환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만에 의한 합병증 발생에 있어서 기존에 알려진 혈역학적 그리고 대사적 요인 외에도 지방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애디포카인(adipokine)’이 중요하게 작용을 한다는 것이 알려지게 됐다. 이에 따라 이들의 작용을 조절함으로써 비만에 의한 합병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표적인 애디포카인으로는 렙틴(leptin), 애디포넥틴(adiponectin), 그리고 리지스틴(resistin)과 같은 물질들이 있다. 이중 특히 리지스틴은 동물에서 당뇨를 유발하는 중요한 물질로 처음 알려지면서 당뇨의 중요한 therapeutic target이 될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아직까지 사람에서는 그 기능이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이상언 연구팀은 애디포카인의 일종인 리지스틴이 사람에서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중요한 물질임 처음으로 입증했다.

리지스틴은 혈관내피세포, 혈관평활근세포, 그리고 대식세포에 작용해 혈관 내 염증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 동맥경화의 형성을 촉진했다.

이는 비만에서 동맥경화가 발생하는 새로운 병리 기전을 밝힌 것으로 향후 동맥경화의 새로운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데 있어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 제대혈 줄기세포 옥시토신 처리시 심근세포 특성 획득

성인의 심근경색증, 협심증, 심부전 및 말초혈관 질환의 증가는 성인 사망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다양한 약물 및 치료기술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인한 노령화로 인해 심혈관질환의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후의 수단인 심장이식 또한 장기 공급의 부족, 이식 후 낮은 생존율, 면역거부반응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근 줄기세포 연구에 의하면 다양한 퇴행성 질환이 줄기세포로 개선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전남대병원 심장질환 치료기술개발 특성화센터 안영근·김용숙 교수팀은 제대혈에서 중간엽 줄기세포를 분리해 심근경색 동물모델에서의 효과를 연구했다.

줄기세포를 경색 심근부위에 이식 후 심기능의 호전이 관찰됐다. 그러나 이식된 줄기세포의 생존 및 생착률이 현저히 낮은 점을 극복하고자 이식 전 안전하고 효율적인 전처리(priming) 과정에서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을 이용했다. 옥시토신은 호르몬 작용 이외에도 배아줄기세포의 심근세포분화를 촉진하고 혈관내피세포의 이동성을 증가시킨다고 보고되었다.

줄기세포를 옥시토신으로 4시간 처리한 후 배양액으로 세척해 경색 심근에 이식했을 경우 생착률이 약 25% 더 증가했고, 그에 따른 심근섬유화 억제 및 심기능 호전효과도 증가했다. 또한 세포의 배양기간 동안 옥시토신을 첨가했을 경우 심근세포의 단백인 connexin43, cardiac troponin T, 그리고 α-sarcomeric actin이 제대혈 중간엽 줄기세포에서 발현이 현저하게 증가했다.

특히 동물실험에서는 옥시토신 첨가배지에 배양한 줄기세포를 경색 심근에 이식했을 경우 심근세포로 분화된 이식세포를 관찰할 수 있었고, 심근경색 후 심근섬유화 억제효과 또한 현저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제대혈 중간엽 줄기세포가 옥시토신에 의해 심근세포의 특성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해 심근경색 세포치료를 위한 효율적인 접근방법을 제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체 줄기세포가 완벽한 심근세포의 생리적 특성 및 기능을 갖춘 세포로의 분화 가능성이 더욱 정교하고 직접적으로 확인돼야하고, 분화 후 생체내에서의 작용 기전에 대한 연구 또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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