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소장 : 이동수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2005년부터 진행 중인 '한국인의 정체성 연구'를 통해 한국인의 자아정체감이 매우 취약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연구소는 우리나라 성인남녀 199명을 심층 면담해 자아정체감을 분석한 결과, 안정지향적이며 현실순응형이지만 위기에 약한 '폐쇄군'이 74.4%(148명)로 가장 많았으며, 능동적이고 진취적 개척자형인 '성취군'은 12.6%(25명)로 두 번째로 많았다. 또한 수동적이며 무기력한 방관자형인 ‘혼미군’ 은 10.6%(21명), 고민이 많은 대기만성형인 ‘유예군’이 2.5%(5명) 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자아정체감 부족은 외환위기로 인한 회사원의 구조조정으로 졸지에 실업자가 된 사람에서 많이 나타난다. 특히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동병상련이라는 연대감으로 자포자기식의 생활을 하는 사람에서 뚜렷했다.

이러한 경향은 남녀에 상관없이 모두 비슷한 양상을 보였으며 나이가 많을수록 폐쇄군이 많고 젊을수록 혼미군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나이가 많은 층에서는 헌신도는 느는 반면 탐색은 줄고, 젊은 층에서는 자아정체감이 덜 정립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력이 높을수록 성취군이 많고 폐쇄군이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즉,  성취군이 중졸 이하의 경우 전무했으나 대학원졸 이상은 41.2%로 조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자아정체감이 취약한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는 뚜렷한 문제를 일으키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지만 실직이나 이혼 등으로 주변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되면 과도한 음주나 자살과 같은 비합리적 선택을 한다.

이러한 병리현상에 대해 이동수 소장은 "1960~70년대 한국 사회의 급속한 발전 과정에서 집단의 목표가 강조되고, 개인의 희생이 요구되면서 ‘자아정체감’ 발달이 성숙되지 못한 것이 하나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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