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동일 성분 계열의 약물은 복용법이나 기전, 화학구조가 거의 비슷한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최근 당뇨병 치료 신약으로 주목받고 있는 DPP-4 억제제 자누비아(시타글립틴)와 가브스(빌다글립틴)가 그 주인공이다.

DPP-4 억제제란 혈중 인크레틴 호르몬 농도를 높여 인슐린 분비는 증가시키고 글루카곤 분비는 억제하여 조화롭게 혈당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췌장 섬세포 기능을 향상시키는 작용을 갖고 있다.

이처럼 같은 질환에 작용하는 동일한 DPP-4억제제임에도 두 약은 같은 점보다는 다른 점이 더 많다.

우선 자누비아(MSD)는 현재 미국FDA와 유럽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반면 가브스(노바티스)는 유럽에서만 승인을 받았을 뿐 미국에서는 간독성의 문제로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

노바티스 측에 따르면 미국FDA가 신장을 통해 약물이 배설되는 메커니즘을 요구하고 있어 빨라야 2010년에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당뇨병치료제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자누비아의 독주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노바티스가 유럽회사라 미국과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희생양이 됐다는 설도 있었지만 자누비아의 유럽 승인으로 하나의 ‘설(說)’로 끝나버렸다.

또다른 점은 이 두 약물의 화학구조가 다르다는 점이다. 노바티스 임상의학부 이지수(가정의학과) 전문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동일 계열의 약물에서 나타나는 비슷한 구조가 아니라 전혀 다른 구조라고 설명하고 있다.

화학구조가 다른 탓인지 약효 발현 기전도 다르다. 자누비아는 혈중 체류시간에 비례해 효과가 나타나는 반면, 가브스는 혈중 체류시간이 낮아져도 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복용법도 자누비아는 하루에 한번이지만 가브스는 하루 2회 복용한다.

아울러 자누비아는  복용 후 급속히 흡수되어 1∼6 시간 후 혈중 최고농도에 도달하며 8∼14 시간의 반감기를 갖는 반면 가브스는 복용 후 1∼2 시간에 혈중 최고 농도에 도달하며 혈중 반감기는 2시간으로 자누비아에 비해 짧다.

신체에서 배출되는 경로도 자누비아는 섭취한 약의 80%가 대사없이 신장을 통해 배출되고 15%는 간을 통해 배설되는 반면 가브스는 간에서 85%, 신장에서 15%가 대사없이 배출된다.

약물 자체는 이처럼 다른 점이 많지만 2개 약물의 마케팅 방법은 너무나도 유사하다. 우선 외국계 제약사에서 제조했지만 모두 국내회사(자누비아는 대웅제약, 가브스는 한독약품)와 코마케팅한다.

이 코마케팅 국내회사 역시 메트폴민과 아마릴 등 당뇨병치료제에 일가견이 있는 회사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어쨌든 이들 약물의 공통 목표는 혈당치를 부작용없이 얼마나 잘 낮추느냐는데 있다. 이러한 새 기전의 약물 출시는 당뇨병 치료법도 변경시키고 있다. 과거 식전 및 식후 혈당에 초점을 맞춰왔고, 얼마전까지만해도 당화혈색소(HbA1C)가 혈당 변화를 가장 잘 나타내는 신호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열린 국제당뇨병학회에서는 당화혈색소 보다는 혈당의 변동폭에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대두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환자의 몸에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혈당치를 측정하는 기계를 부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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