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재미 못 봐 독자판매 회의론
리베이트 엮일까 공동판매 신중

최근 출시된 오리지널 약이 국내 제약사와 공동영업을 하는 추세이지만 출시된지 좀 된 오리지널 약물은 반대로 회수되는 분위기다.

문제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제휴했던 약을 회수하면서 생각지도 않게 눈물을 흘리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 회수 후 매출이 제휴시절만 못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피부성형에 주로 쓰이는 보톡스. 이 제품은 한국엘러간이 지난 10년간 대웅제약과 협력해 판매해왔지만 돌연 회수 결정으로 올해 1월부터 독자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홀로서기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결과는 비관적. 2007년 점유율 44%까지 기록했던 보톡스 시장점유율은 올해 들어 30% 초반대로 급락했다. 급기야 지난 1분기에는 국산제품에 1위 자리를 내주면서 대표품목의 자존심마저 상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 역시 회수 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품목 중 하나다. 릴리는 2003년 론칭 때부터 대웅제약과 공동 판매해오다 2007년부터 독자영업을 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최고의 파트너십을 자랑했던 2006년의 경우 출시 3년 만에 25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나 홀로 판매를 시작한 2007년과 2008년은 모두 210억 원 대로 약 10% 급감 후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국산신약인 자이데나는 140억 원을 기록, 오히려 후발 주자에 쫓기는 형국이 돼 버렸다.

최근 일성신약으로부터 회수한 리덕틸의 매출 역시 이러한 상황을 걷고 있다. 물론 과거와는 달리 제네릭도 나왔고 회수한지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섣부른 평가라는 말도 있지만 매출 변화는 확실히 감지되고 있다.

이처럼 다국적 제약사들이 회수한 제품이 매출이 떨어지는 결정적 배경은 국내사들이 다져온 영업망 그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판 때문이다.

물론 효과와 안전성을 겸비한 경쟁 신약과 제네릭의 출현, 그리고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한 제약시장 위축, 영업환경 변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국내 제약사의 영업망에 대한 외자사의 평가 절하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 영업 특성상 지속적인 관계가 중요하지만 전국적인 영업망 확보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라면서 “회수 후 이러한 기반이 무너지니까 경쟁사에 밀려 매출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회수한 오리지널 제품 마다 매출이 떨어지자 회수에 대한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다이이치산쿄의 경우 올메텍을 완전히 회수한다는 설이 나돌았지만 시장을 나누어 여전히 대웅제약과 제휴하는 형태는 이 같은 신중론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리베이트로 국내 제약사가 구설수에 올라있는 가운데 공동 판매가 공동 리베이트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완전 회수'와 '공동판매' 선택의 고민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