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기 임신인 줄 모르고 피임약이나 감기약 등의 약물을 복용했어도 통계학적으로는 기형아 발생률이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임신인줄 모르고 먹었다면 괜찮다"는 말이 일부 사실로 입증된 것이다.

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팀은 지난 1999년 11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약물노출로 마더리스크프로그램(태아기형유발물질정보센터)을 방문한 임산부(3,328명)와 약물에 노출되지 않은 임산부(2,997명)를 비교분석한 결과, 약물 노출군에서 2.5%(74/2997), 그렇지 않은 군에서 2.9%(75/2573)의 비율을 보여 통계학적으로 기형아 발생률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임신 초기라도 여드름 치료약인 로아쿠탄, 혈액응고억제제인 와파린 등 특정 약물은 태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약물에 노출된 임신부들은 먼저 전문의와 상담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임신초기 피임약을 복용한 경우 중절 권유받은 임신부가 50%에 이르고, 임신부가 인식하는 기형아 발생률은 43%에 이르는 등 약물에 노출된 임신부들이 겪는 심리적 불안감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군의 임신부들이 임신 중 약물을 복용한 시기는 임신 3.5~4.6주였으며 임신 중 노출 빈도가 높은 약물은 소화기계 약물로 전체 31,742건 중 7,353건(23.16%)이었다. 소염진통제(17.82%), 항생제(12.32%)가 그 뒤를 이었다.

상위다빈도 약물은 acetaminophen, chlorpheniramine maleate, pseudoephedrine HCI, amoxicillin, cimetidine, loxoprofen 등이었다. 알려진 기형유발물질과 기형우려약물의 빈도로는 항진균제인 fluconazole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여드름치료제인 isotretinoin, 그 다음은 신경안정제인 Temazepam과 Lorazepam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