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0년 전에 비해 소아 환자수가 절반 이상 감소했다.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동네에서 소아과 병원을 찾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한 소아과학회 관계자의 말이다.

사회 전반에 걸친 저출산 현상으로 분만 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은 비단 산부인과만이 아니다. 소아청소년과 역시 급감하는 환자수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소아과학회 김창휘 이사장은 "불과 몇 년 전에 비해 환자수가 절반 가량 줄어들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며 "소아 환자 이외 영역으로 진료과목을 확장하지 않고는 생존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에 일선 소아과에서는 육아 상담이나 이유식, 영양 클리닉 등 진료 영역 이외 부분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학회 차원에서도 진료 영역 확장 등을 통해 소아청소년과를 살리기 위한 자구적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많은 않다.

소아청소년과 의원 현황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바로미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시군구별 표시과목별 의원 현황에 따르면 2006년 1월 2208곳에서 2008년 12월 현재까지 2111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무려 100여곳이나 소청과 간판이 줄어든 셈이다.

학회 관계자는 "경영난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정상적인 진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상적으로 진료비 삭감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청과 의사들은 이 같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타과 진료를 하거나 비만클리닉 운영, 건강식품 판매, 대체의학 시술에도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창휘 이사장은 "전문의들이 자신이 공부한 전문과 진료를 못 하고 타과 진료를 하는 것은 국가 자원의 낭비일 뿐 아니라 의사들 간의 과당 경쟁을 유발해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꼬집었다.

경기 불황의 그늘이 더욱 깊어지면서 한국 사회의 화두로 등장한 ‘양극화 현상’은 의사사회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엎친데 덮친격인지 한국 여성의 평균 출산율은 또 다시 세계 최저를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1일 발표한 '세계보건통계 2009'에 따르면 2007년 한국의 여성 1인당 평균 출산율은 2006년과 같은 1.2명으로 193개국 가운데 최하위로 나타났다.

보건복지가족부 손영래 공공의료과장이 최근 어린이병원 심포지엄을 통해 "저출산으로 필연적인 환자가 감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청과 전문의를 줄여야 할지, 새로운 진료 영역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힌 대목은 시사하는바가 크다.

복지부 역시 현 상황에 대해 뾰족한 묘수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손영래 과장은 "수가 인상은 매우 험난해 광범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지불 체계 개편을 함께 고려하는 방안이 필요하며 소청과의 적정 의료인력에 대해 되짚어 볼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김창휘 이사장은 "의료수가가 낮고 출산율이 낮아 장래 기대 수입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더 이상 보고 있어서는 안된다"면서 "이런 때일수록 수가 개발과 소청과 전문의 만의 영역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의료수가 현실화와 상담료 신설 등이 검토돼야 한다"는 것.

그는 "현재 소아 환자의 경우 60% 정도만이 소청과를 찾고 있는데 이는 소청과 의사의 정체성 부재에서 기인한다"며 "소청과 전문의 자체가 진료를 다각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이 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현실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일리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