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사례   

 

56세 남자로 9년 전부터 당뇨병을 앓았으며 1년 전부터는 경구 혈당 강하제 3 (하루 glimepiride 8mg + metformin 1,500mg + glucobay 300mg)를 투여하고 있었으나 약물 순응도가 낮고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아 인슐린 치료를 권유받았으나 거부하면서 미루어오다가 최근 체중 감소와 고혈당 증상이 지속되어 내원하였다. 키는 168cm, 체중 66kg로 체질량지수는 23.4 kg/m2이었다.

 

당화혈색소는 15.1%이었고 공복혈당이 254mg/dL, 식후 혈당은 452mg/dL로 혈당 조절이 불량하였고 공복 C-peptide 1.57ng/mL이었다. 인슐린 글라진을 40 단위 + metformin 1500mg + glucobay 300mg으로 처방하다가 혈당이 잘 떨어지고 저혈당 증상을 호소하여 경구 혈당 강하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글라진을 32 단위로 낮추어 유지하였다.

 

인슐린 치료 2 개월 후 공복 혈당이 108 ~ 115mg/dL로 저하되고 당화혈색소가 9.0%로 감소하였으나 환자는 체중이 4kg 늘었고 저혈당 증상이 주당 3~4회 정도로 발생한다고 하였는데 특히 식사 시간을 잘 지키지 않을 때 심하게 나타난다고 하였으며 당시 혈당은 70 ~ 90mg/dL 정도를 보였다고 한다.

 

외래에서 규칙적인 식사와 혈당에 영향을 많이 줄 수 있는 과일과 음료수에 대해서 재교육하고 식후 운동을 지도하면서 metformin 1,000mg으로 줄이고 detemir로 처방을 변경하였다. 이후 저혈당 발생 횟수는 월 1회 이하로 감소하였다고 하고 체중은 변화 없었고 공복혈당은 평균 115mg/dL, 당화혈색소도 7.5%로 유지되고 있다.

 

 

 Comment

 

 환자의 경우 인슐린 분비능 감소 및 인슐린 저항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glimepiride 대신에 인슐린 글라진 40단위를 하루 일회 주사 (basal bolus regimen)하면서 메트포르민, 글루코바이를 병용 투여하였다. 이후 혈당이 점점 감소하면서 잦은 저혈당을 보여 인슐린 용량을 32단위로 감소시켰다. 9주 뒤 체중이 현저히 증가하였고(4kg), 공복혈당이 목표치에 도달하면서 당화혈색소가 9.0%로 호전되었는데 저혈당 증상은 계속 호소하고 있었다. 환자는 식이 및 운동 교육에도 불구하고 혈당을 자주 측정하지 않았고 식사 시간을 잘 지키지 않거나 혈당에 관계없이 간식을 자주 먹는다고 하였다. 일단 metformin 1,000mg으로 감량하였으나 당화혈색소는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아서 insulin detemir를 글라진과 같은 용량인 32단위로 대체하였다. detemir로 대체한 이유는 환자의 인슐린의 혈중 농도가 좀 더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고 환자의 체중 증가가 현저하여 추후 혈당이 조절되면서 예상되는 체중 증가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였다. 32단위의 detemir는 환자의 체중 kg 0.4 단위를 넘는 용량이었기 때문에 글라진과 비슷하게 하루 24시간 지속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시 한 번 더 운동과 식이 요법 부분에 대해서 재교육하면서 매일 자가 혈당을 측정하도록 강조하여 3개월 뒤 외래를 재방문하게 하였다. 환자는 여전히 식이 조절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였지만 인슐린 치료는 잘 따르고 있었고 더 이상의 체중 증가 없이 당화혈색소도 7.5%로 개선되어 있었다.

 

 

1921년 프레드릭 밴팅은 인슐린을 처음 발견하고 당뇨병을 앓아 온 그의 절친한 친구에게 처음으로 인슐린 주사를 하게 된다. 결과는 놀라웠다. 오랫동안 당뇨병 증상으로 자리에 누워있던 그 친구는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친구의 손을 잡으며 이렇게 이야기 하였다. "기적의 약일세, 친구. 머리가 이렇게 맑아질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는데...."

 

당뇨병의 인슐린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들은 주사제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과 인슐린 치료는 곧 마지막 단계라는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당뇨병 치료 약물에 많은 획기적인 변화가 있지만 '기적의 약' 인슐린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치료제이며 안전하고 편리한 약이라는 위치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당뇨병학회를 비롯하여 전문가들은 혈당 조절이 경구 약제로 잘 되지 않거나 당화혈색소가 8.5% 이상이면서 고혈당으로 인한 이차적 증상이 있는 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인슐린 주사를 시작할 것을 권유하고, 시작한다면 기저 인슐린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치료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포도당 독성을 조기 진화함으로서 인슐린 요구량을 감소시키고 일부 환자에서 인슐린 투여를 장기간 중단할 수 있게 하여 궁극적으로 인슐린 주사 빈도와 사용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최근의 한 연구 결과 2제 이상의 경구혈당강하제 투여에도 당화혈색소가 7~8%로 가벼운 정도로 잘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기저 인슐린 투여군과 생활요법 변화군을 9개월간 비교하였을 때, 인슐린 투여군에서 당화혈색소가 더 의미있게 감소하였고 만족도도 좋았다고 보고하였다.

 

인슐린의 생리적인 작용, 즉 탄수화물 대사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인슐린은 췌장 외에서도 작용하여 단순한 혈당 조절 이상의 역할, 즉 체내 에너지 균형을 유지에 관계한다는 사실은 흥미로우면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부분이다. 사실 인슐린은 뇌를 포함한 인체의 거의 모든 장기에서 작용한다.

 

실험동물의 뇌에 직접 인슐린 투여를 하면 식욕을 떨어뜨려 체중을 감소시키는 것이 밝혀져 있다. 하지만 제 2형 당뇨병 환자에게 투여하면 체중 감소가 아니라 오히려 체중 증가를 초래하고 - 특히 제2형 당뇨병의 가족력이 있거나 인슐린 투여 전 혈당 조절이 불량하고 체중 감소가 있었던 환자에서는 3내지 5kg 이상 현저히 나타난다 ― 또 이 체중 증가와 함께 저혈당 발생이 NPH RI와 같은 전통적인 사람 인슐린 주사제의 가장 큰 장애로 지목되어 왔다.

 

저혈당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NPH 같은 경우 peak (최고 농도)가 있다는 약동학적 특성과 RI는 식후 생리적인 인슐린 분비 양상을 그대로 모방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peak를 없앤 인슐린 글라진(Lantus£) detemir(Levemir£)와 같은 장시간 지속형 기저 인슐린과 초속효성 인슐린 유사체를 개발하였고 제 1형 및 2형 당뇨병 환자에게 그 사용이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

 

이들 유사체는 아직 그 사용 역사가 짧아 미세혈관합병증과 대혈관 합병증에 대한 효과는 사람 인슐린과 비교 평가할 수 없으나 당화혈색소 저하로 본 혈당 조절은 사람 인슐린과 유사하고 저혈당도 적게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초기 제 2형 당뇨병 환자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저 인슐린 중에서 insulin detemir는 저혈당과 체중 증가가 적다는 연구 결과로 주목받고 있다.

 

Insulin detemir가 저혈당 발생이 적은 이유는 글라진과 마찬가지로 peak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매일 주사 맞는 환자의 혈중 인슐린 농도의 일간 변화가 크지 않은 것도 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제1형 당뇨병 환자 54명을 대상으로 인슐린 0.4 단위/체중 kg/일 투여하고 euglycemic glucose clamp 기법으로 일간 변화를 관찰한 결과 detemir가 다른 인슐린에 비해 개체 내 변화폭이 적다고 보고하였다.

 

체중 증가가 적거나 혹은 때로는 감소하는 소위 ꡒweight neutral effectꡓ insulin detemir에 국한되어 나타나는데, 다른 인슐린과 비교하여 인슐린 투여 전 당화혈색소 정도에 관계없이 관찰되고 단독 사용하거나 다른 경구 혈당 강하제를 같이 사용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아마도 저혈당이 적게 생기므로 간식을 적게 먹는 것도 가능한 이유가 되겠지만 다른 기저 인슐린에서는 weight-neutral effect가 관찰되지 않는다는 것과 detemir 임상 연구에서 저혈당 빈도는 같더라도 다른 인슐린에 비해 체중 증가가 적은 현상이 관찰되는 점을 볼 때 다른 기전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나 아직까지 정확하게 그 기전은 모른다.

 

Insulin detemir는 지방산기가 붙여진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주사 후 피하조직과 혈관 내에서 알부민과 결합하고 혈액 뇌 장벽을 좀 더 신속하게 통과할 수 있으며 뇌나 간세포에 많은 농도로 도달하여 작용하는 것이 체중에 유익한 효과를 보이는 기전으로 제시되고 있다.

 

현재 몇몇 연구 센타에서 식욕과 칼로리 소모량 등에 타 인슐린과 차이를 보이는지 알기 위해 비교 연구를 진행 중이다. 어쨌든 이런 임상 연구들에서 관찰된 효과는 실제 임상에서도 사실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인슐린 투여 후 심한 저혈당을 경험하였거나 투여 중단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체중 증가가 문제되는 환자에서는 insulin detemir의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