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의약품(이하 일반약)이 전문의약품(이하 전문약) 영역까지 손을 뻗는 사례가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들어 선보인 일반약 중에는 주로 병의원에서 처방되는 고지혈증, 전립선비대증, 비만, 집중력강화 등이 대거 포함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일단 외형적으로 볼 때 병원에 가기 싫고 전문약의 부작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고지혈증 일반약으로는 SK케미칼의 ‘윤게올3’이 눈에 띈다. 일본의 다이이치산쿄사 제품인 이 약은 처방약에 견줄만큼 많은 임상데이터도 확보해 놓고 있다. 도쿄의대 등에서 실시한 임상에 따르면 51.5% 환자군 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전문치료제 분야인 전립선비대증 시장에도 LG생명과학의 ‘카리토’가 나오면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호박씨 추출물을 주성분으로 하는 등 생약성분인 만큼 부작용이 매우 적다는 점이 특징이다.

비만치료제 시장은 이미 일반약이 진출한지 오래됐다. 최근 오리지널 약의 특허만료로 전문의약품이 포화된 상황에서 휴온스는 ‘살사라진’으로 틈새 시장를 노리고 있다. 18가지 한약으로 만들어진 이 제품은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방식보다는 체내 신진대사를 도와 지방의 연소를 도와주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어 나름 선전하고 있다.

최근 들어 온갖 스트레스로 인한 성인병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집중력 증강제 시장에도 일반약의 손길이 뻗치고 있다. 조아제약의 ‘바이오톤’은 천연물(로열젤리 등)을 원료로 하며 식약청에서 집중력을 증가시켜 주는 일반약으로 정식 인정받았다. 조아 측은 ADHD 치료제를 집중력치료에 쓰는 이른바 비정상적으로(?) 형성된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처럼 제약사들이 일반약으로 전문약 시장을 겨냥하는 이유는 치료제 시장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틈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고지혈증과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시장은 고령 환자의 증가로, 비만은 식생활의 변화로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어 그만큼 돈벌이가 된다는게 제약사들의 판단이다.

또한 초기 환자의 증가도 한몫하고 있다. 일반약은 대부분 환자가 자각증상을 느끼고 직접 찾는다는 점에서 중증이 아닌 증상 초기에 쓰인다는 점을 제약사들이 놓치지 않은 것이다.

반면 전문약의 부작용에 민감한 환자를 위한 대안이라는 해석도 있다. 전문약의 경우 효과 대비 부작용을 감수해야한다면 효과는 떨어져도 안전한 약을 선택하겠다는 소비자의 심리가 일반약 시장을 키운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타고 전문약이 일반약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향후 늘어나고 있다. 2005년 영국에서는 고지혈증 치료제인 심바스타틴이 일반약으로 전환됐으며 2007년에는 미FDA가 제니칼을 일반약으로 승인했다.

국내에서도 몇년 전부터 소화기, 순환기계 등 일부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전환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일반약이 처방치료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