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수익 R&D에 투자안하면 이미지 추락
동아제약만이 박카스 수익으로 신약 개발

제약사들이 한동안 뜸했던 음료시장에 또다시 손을 뻗치고 있다.

과거 제약사들이 음료시장에 손을 댄 건 의약품에 비해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이 적고 개발이 쉽기 때문이었다. 최근 약가인하와 규제 등에 따른 불안감이 더해진 상태라 이 시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드링크 위주로 재미를 본 광동제약은 음료사업을 강화시키고 있다. 비타500과 옥수수차에 이어 최근에는 보이차 음료인 ‘보이를 만나다’로 파죽지세를 이어갈 모양이다.

해당 음료는 지난 2007년부터 음료업체들이 참여했으나 별 재미를 보지 못한 아이템. 광동제약은 이러한 분위기를 보이차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조아제약은 어린이 음료로 틈새를 공략하기 위해 최근 ‘튼튼 짱구’와 ‘똑똑 짱구’를 출시했다.

그간 다양한 음료를 출시하긴 했지만 어린이 음료가 시장성이 가장 좋다는 판단에 신제품을 추가로 선보인 것이다. 이 회사가 음료사업에 얼마만큼 비중을 두는가는 최근 EBS 방송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광고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의약외품 사업을 꾸준히 키우고 있는 중외제약도 최근 천년초를 주성분으로 한 ‘중외천년초’로 사실상 음료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천년초가 갖고 있는 변비제거 및 숙취해소, 항산화 효과가 있다는게 회사측의 주장이다. 역시 대표적인 음료로 성장시키고자 본격적인 마케팅활동에 돌입한 상태다.

미에로화이바로 이름을 알린 현대약품은 최근 ‘미에로뷰티엔’을 새로 출시해 음료시장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최근 인기를 모으는 소녀시대를 광고모델로 채용해 원더걸스를 모델로 내세운 비타500에 버금가는 제품으로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이처럼 제약사가 수익성을 찾기 위해 드링크 시장에 뛰어들면서 관련시장도 급속히 커지는 가운데 제약사가 약이 아닌 음료에 집착하는 모습에 곱지 않은 시선이다. 단기수익만을 노린다는 비난이다.

대다수 제약사들은 각종 규제와 약가인하로 제약시장이 어려운건 알지만 주객이 전도되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제약회사 연구소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볼 때 제약회사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음료시장에 진출하는게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다른 제약사 임원은 “음료시장에 진출한 제약사들은 벌어들인 수익을 신약개발 비용으로 쓰겠다며 합리화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발언에 그치고 있다”면서 음료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또다른 음료제품 개발비로 들어간다고 일침했다.

현재 음료시장에 진출한 제약사는 많지만 동아제약만이 박카스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스티렌, 자이데나 등의 신약개발 성과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박카스는 음료가 아닌 일반의약품이다.

나머지 제약사들은 음료를 통해 얻은 수익을 R&D에 쏟아 붓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신약이 없다는 점에서 말만 앞선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보고를 보면 음료로 올린 수익에 비해 R&D비율은 여전히 낮다. 이 때문에 무늬만 제약사라는 지적도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의 본분과 실리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음료보다는 의약품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고 “수익을 신약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지 않을 경우 식품회사 이미지로 고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