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된 사람일수록 염색체인 텔로미어가 짧아지고 다양한 질환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이 텔로머레이스 활성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텔로머레이스는 텔로미어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효소다.

UCLA(캘리포니아대학 로스엔젤레스) 병리학·임상검사학 제니 초이(Jenny Choi) 씨가 Brain, Behavior and Immunity에 발표했다.

텔로머레이스 활성 50% 감소

텔로머레이스의 역전사 효소활성은 염색체 텔로미어 끝에 6염기 반복 배열을 추가해 말단 복제 문제에 대항하고, 텔로미어 길이를 안정시켜준다.

정상 체세포의 대부분은 세포분열 도중에 일부 텔로미어 배열을 잃게 되는데 사람 T임파구는 그 활성화에 협조한 텔로머레이스를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초이 씨는 이번 in vitro 연구에서 8명이 다른 기증자에서 유래하는 활성화 T임파구 배양 중에 in vivo의 스트레스 상태와 같은 농도의 하이드로코르티존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텔로머레이스 활성이 유의하게 낮아졌으며 비교적 높은 하이드로코르티존 농도에서는 텔로머레이스 활성이 50%나 감소했다.

또한 T임파구를 코르티졸에 노출시키자 말초 혈관단핵구 세포에 대한 일차 자극 뿐만 아니라 이미 한 번 활성을 보인 세포에 대한 2차 자극에서도 텔로머레이스 활성이 낮아졌다.

에스트로겐에서는 활성강화

초이 씨에 의하면 코르티졸에 노출된 이후 나타나는 영향은 CD4 양성 T임파구와 CD8 양성 T임파구 양쪽 모두에 나타나며 텔로머레이스의 구성 성분인 사람 텔로머레이스 역전사 효소(hTERT)의 전사도 유의하게 억제됐다.

그러나 CD4 양성 T세포의 경우 하이드로코르티존에 의한 텔로머레이스 조절 패턴은 같은 항원 자극 중에 CD8 양성 T세포가 영향받았을 때 나타나는 텔로머레이스 조절 패턴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CD8 양성 T세포에는 고농도일수록 텔로머레이스 억제 작용이 강했지만 CD4 양성 T세포에는 정반대의 패턴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관련 세포를 하이드로코르티존 뿐만 아니라 에스트로겐에도 노출시켰다.

다음 단계는 면역능 높이는 약제개발

이로써 텔로머레이스 활성은 호르몬 증강 효과도 있을 뿐만 아니라 에스트로겐이 이러한 효과를 강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지견은 스트레스와 관련한 텔로미어 단축의 잠재적 기전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정동적 스트레스 상황 하에서 T림프구 텔로머레이스 활성을 강화하는 치료가 면역기능에 유익한 효과를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임파구 내 텔로미어의 단축은 류마티스관절염(RA), 심혈관질환, 다운증후군, HIV, 만성 정신적 스트레스나 기분장애와도 관련한다고 밝혀져 있다.

게다가 알츠하이머병(AD)이나 만성 HIV-1 감염의 경우에는 특정한 임파구 서브그룹에서 텔로미어 단축이 촉진된다는 사실도 나타나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만성질환아의 어머니나 AD환자의 개호자에서는 스트레스가 말초혈 백혈구 속의 텔로머레이스 활성을 저하시키거나 텔로미어를 단축시킨다고 증명됐다.

만약 in vivo에서의 코르티졸 노출이 in vitro에서 관찰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나타낸다면 이번 연구 데이터는 이미 보고된 정신적 스트레스와 텔로미어 단축의 관련성에 대한 잠재적 기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게 초이 씨의 설명이다.

그는 “요약하면 이 연구의 결과는 정신적 및 신체적 건강의 양쪽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분비계, 신경계, 면역계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의 해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연구책임자인 UCLA의 리타 에프로스(Rita B. Effros) 교수는 “사람의 몸은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는 ‘투쟁 또는 도주 반응’를 지원하기 위해 코르티졸의 생산을 높인다”고 설명. 그러나 장기간 혈류 속의 코르티졸 농도가 상승한 상태라면 면역계가 약해진다.

교수는 “우리는 텔로머레이스 활성을 높여 면역계가 코르티졸의 효과를 피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법을 검토하고 있다. 이 치료법이 성공하면 만성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도록 면역능을 높이는 약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