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사례

 

여자 51세의 환자로 최근에 심해진 하지의 저린감을 주소로 방문하였다. 20년 전에 당뇨병으로 진단받았으며, 체중 52kg, 신장 153cm, 체질량지수 22.2kg/m2 1차 의료기관에서 신합병증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치료 받아 왔다. 방문 전에는 중간형 인슐린인 NPH를 하루 20단위, 보글리보스 0.3mg   1 3회로 혈당을 조절하였으며 고혈압의 조절을 위해서 이뇨제 (furosemide 20mg 1 1, hydrochlorthiazide 25mg 1 1)와 안지오텐진 II 수용체 차단제(telmisartan 80mg 1 1)를 복용하였다. 하지의 저린감에 대해서는 삼환계항우울제 (amitriptyline 10mg 1 2)와 항경련제 (gabapentin 300mg 1 3)를 복용하고 있었다.

 

 

Comment

 

울산의대 내분비내과 남궁일성 교수
본 환자의 경우에는 유병기간이 20년이므로 30대 초반에 당뇨병을 진단받아 다른 환자들에 비해 일찍 당뇨병으로 치료를 받아왔다. 환자의 과거력에서 케톤산증의 병력이 없으며 초기에 경구혈당강하제만으로 혈당조절이 가능했으므로 20년 후에 측정된 인슐린 분비능의 감소는 당뇨병 진단초기부터 있었을 수도 있으나 당뇨병의 유병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점차 인슐린 분비능이 감소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당뇨병의 유병기간이 길어 인슐린 분비능이 현저히 감소되어 있거나, 신기능의 이상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에는 경구혈당강하제 보다는 인슐린치료가 주된 치료가 된다.

 

최근에는 지속형 인슐린인 인슐린 디터머나 인슐린 글라진, 초속효성 인슐린이 속속 등장하여 보다 생리적인 인슐린분비에 맞게 인슐린 투여방법을 다양화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지속형 인슐린은 중간형 인슐린인 NPH에 비해 저혈당과 체중증가의 위험을 줄여서 더 적극적으로 혈당을 조절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NPH는 인슐린 투여 후 20~30분 이내에 식사를 해야 하지만 지속형 인슐린은 식사시간과 관계없이 일정한 시간에 인슐린을 투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간형 인슐린 투여 후 점심 식사 전에 자주 저혈당이 발생할 경우에 고려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우선은 식이섭취와 관련된 사항으로 아침 식사량 적은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하며, 아침 식사와 점심 식사 시간 사이의 간격이 너무 긴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아침 식사에 포함된 탄수화물의 양도 확인해 보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운동량의 급격한 변화가 저혈당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아침식사 후 운동이나 육체노동 또는 목욕과 사우나와 같은 체온과 혈액순환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그 밖에도 약물의 상호작용이나 신장기능의 변화도 인슐린 대사에 영향을 주어 저혈당의 빈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저혈당에 대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나 작용시간이 짧은 인슐린 투여로 인슐린 작용이 최고점에 도달하는 시기에 저혈당이 발생한다면 작용시간이 보다 긴 지속형 인슐린으로의 변경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본 환자에서는 중간형 인슐린인 NPH 18단위에서 인슐린 디터머 20단위로 변경하였는데, 인슐린 투여량의 변경은 인슐린 종류에 따른 변경이 아니라 당화혈색소의 상승에 따른 증량한 것이다.

 

지속형 인슐린이 중간형 인슐린에 비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속형 인슐린의 경우에는 인슐린 투여에 따른 peak가 없기 때문에 저혈당의 빈도는 줄어들지만 식후 혈당상승을 인슐린으로 전부 조절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속형 인슐린을 투여한 후에 공복혈당은 조절이 잘 되지만 당화혈색소가 높게 측정되는 경우에는 식후고혈당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식후고혈당을 조절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본 환자의 경우에는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가 모두 잘 조절되고 있어 보글리보스 투여만으로 식후고혈당을 조절하였다. 그러나 사구체여과율 40ml/min/L 전후의 신기능의 이상과 경도의 빈혈이 동반되어 있으므로 당화혈색소가 낮게 측정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향후 크레아티닌이 2.0mg/dL 이상으로 증가할 경우에는 보글리보스의 사용에도 제한이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중간형인슐린을 사용하여 인슐린 작용이 최고점에 나타나는 시기에 저혈당을 자주 경험하는 환자에서는 인슐린의 작용시간이 보다 긴 지속형 인슐린의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 과체중을 동반하지 않고 인슐린 분비능의 감소가 주된 소견인 당뇨병 환자에서도 기저인슐린으로는 NPH보다 저혈당이나 체중증가가 적은 인슐린 디터머가 더 적합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레버미어와 저혈당

 

초기검사로 공복혈당 및 당화혈색소, c-peptide와 미세혈관합병증에 대한 검사와 흉부 X선 촬영과 심전도 등을 시행하였다. 혈압 125/60mmHg, 맥박 1분에 86, 공복혈당 93 mg/dL, 당화혈색소 5.0%, c-peptide 0.5 ng/mL로 공복 인슐린 분비량이 극히 감소되어 있었다.

 

미세혈관합병증에 대한 검사 결과로 안저검사는 망막증이 동반되지 않았으며 정량적 감각기능검사 (current perception threshold)에서 경미한 감각이상만 나타났다.

 

그러나 당뇨병성 신증의 진단을 위해 시행한 8시간 미세알부민뇨는 237.59 mg/min으로 단백뇨가 동반되었으며 헤모글로빈 10.6 mg/dL, 혈중요산질소 17.6 mg/dL, 크레아티닌 1.48 mg/dL로 경도의 빈혈과 함께 신기능이상이 동반되었다.

 

환자의 증상과 정량적 감각기능검사의 결과가 일치하지 않아 하지의 신경전도검사를 추가로 시행하였으나 이상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경우 신경전도검사만으로 질환의 유무를 확진할 수 없으므로 환자의 증상을 기준으로 추가적인 약물치료를 하기로 하였다. 하지의 저린감은 주로 밤에 양측 발에 심하게 나타났으며 낮에는 앉아있다가 일어날 때 어지러움을 호소하였다.

 

삼환계항우울제인 amitriptyline 10mg을 취침 전에 추가로 투여하였으며 항산화제인 알파리포산 600mg 1 1회를 추가하였다. 기립성 저혈압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어 항경련제인 가바펜틴(gabapentin)을 투여 중단하고 이뇨제 중 hydrochlorthiazide 12.5mg으로 감량하였다. 빈혈은 만성질환에 의한 빈혈과 철결핍성 빈혈이 함께 동반된 것으로 확인되어 철분제를 투여하였다.

 

당뇨병의 미세혈관합병증 결과로 망막증이 동반되지 않았으나 단백뇨가 관찰되며 신기능 이상이 동반되어 있어 추가적인 검사를 위해 신장내과에 진료를 의뢰하였다. 신장내과에서 24시간 소변의 단백뇨와 신장초음파 등을 시행하였다. 24시간 단백뇨는 984mg/day로 현성단백뇨의 범위에 속했으며 신장초음파에서는 특이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신장내과에 입원하여 신장 조직검사를 시행하였으며, 당뇨병성 신증에 합당한 소견을 보였고 심한 고혈압성 혈관질환의 소견도 관찰되었다. 이미 혈압이 110/62 mmHg로 잘 조절이 되고 당뇨병성 신증에 해당하므로 hydrochlorthiazide의 투여는 중단하였다.

 

Hydrochlorthiazide의 투여를 중단한 이후에도 혈압 상승이 관찰되지 않고 109/58mm~114/65mmHg로 잘 조절되고 있다.

 

1년 후 하지의 저린감은 호전되었으나 3개월 전부터는 점심 식사 전에 발생되는 저혈당이 더욱 자주 발생한다고 호소하였다.

 

저혈당의 빈도는 1달에 4회 정도 발생되었으며 운동이나 식사 등의 분명한 저혈당 유발요인을 발견할 수 없었다. 공복혈당 194mg/dL, 당화혈색소 6.9% 3개월 전의 공복혈당 129mg/dL, 당화혈색소 5.8%에 비해 빠른 혈당상승이 관찰되었다.

 

인슐린을 평소 사용하던 NPH 하루 18단위에서 인슐린 디터머 (레버미어) 하루 20단위로 변경하였으며, 경구혈당강하제는 변경 없이 보글리보스 0.3mg 하루 3회를 투여하였다.

 

4개월 후에 당화혈색소는 6.5%로 감소하였으나 공복혈당이 193mg/dL, 식후2시간 혈당이 291mg/dL로 상승되어 있어 인슐린 디터머 투여량을 26단위로 증량하였다. 이후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가 모두 감소하여 인슐린 디터머를 2개월 후에 2단위 감량하여 현재는 24단위를 투여하면서 공복혈당 120mg/dL, 당화혈색소 5.4%로 유지하고 있다.[그림]

 

인슐린을 NPH에서 인슐린 디터머로 변경한 이후에 가장 큰 변화는 저혈당의 빈도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인슐린 디터머가 26단위로 투여될 경우에만 점심 식사 전에 한 달에 1~2회의 저혈당이 발생하였으며 그 외에는 저혈당이 발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