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약가제도에 유일한 돌파구
해피드럭·백신·성형치료제에 집중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에서 비급여 전문의약품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동안 비급여 품목은 주로 다국적 제약사들의 전유물이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화다.

아직까지 비급여 품목의 판매 비중은 적지만 성장률만큼은 두드러진다. 발기부전치료제, 백신, 호르몬 제제 등 지난해 국내사들의 주요 비급여 품목의 평균성장률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매출도 100억에서 최대 300억 원까지 이른다.

동아제약의 대표적인 비급여 품목인 자이데나는 지난해 30% 가량 성장한 160억 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중심 품목으로 자리를 꿰찼다.

비급여 시장을 맛본 동아제약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조루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제품 출시가 예정된 내년 초에는 회사의 비급여 품목 매출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비만치료제로 내분비시장을 키우고 있다. 2007년 선보인 슬리머는 보험 등재약으로도 100억 넘기 힘든 상황에서 지난해 매출 160억 원으로 효자 품목에 올라섰다.

이에 힘입어 제니칼 제네릭인 오슬림도 출시 예정이라 매출에서 차지하는 더 늘어날 조짐이다.

바이오분야에 집중 투여하겠다고 밝힌 만큼 SK케미칼에서는 백신 판매 비중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MSD의 가다실과 로타텍을 판매하며 수익구조에 변화를 주더니 올해부터는 A형 간염 백신의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발기부전치료제인 엠빅스도 힘을 보태고 있다.

태평양제약과 LG생명과학은 성형외과 치료제 품목으로 비급여 비중을 키울 태세다. 태평양제약은 최근 정기총회에서 메디톡신의 성장을 지켜봐달라고 공표하는 등 메디톡신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지난해 120억 원 어치가 팔리며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로 떠올랐다. 회사는 내친 김에 필러 제품을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LG생명과학은 최근 유트로핀 등 호르몬 제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왠만한 보험약보다 더 높다. 회사는 조만간 자체 개발한 필러를 선보이겠다고 밝히고 있어 비급여 품목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제약사들이 비급여 비중을 조금씩 조금씩 늘려나가는 이유는 불확실한 약가 제도의 돌파구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또한 일단 허가와 동시에 판매가 가능해 다양하고 신속하게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점도 또다른 이유다. 그리고 일정수준의 영업력만 있으면 수익성이 어느 보장된다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는 VIP마케팅을 통해 틈새시장을 노리겠다는 전략도 갖고 있다. 특히 호르몬제제나 고가백신의 경우 소비자의 경제적 여유가 전제돼야 하는 만큼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수익구조를 바꾸려면 비급여 품목의 비중이 커져야 한다”면서 “동아, 한미, 중외제약 등 상위 제약사들이 앞다퉈 비급여 신약을 개발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미 보유한 질환 품목에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는 금연치료제 등 새로운 영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는 “2012년부터는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급여 품목의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어 제약사 순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