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간판품목 영업권 국내사에 넘겨
성장세 둔화로 사실상 ‘영업 포기’

다국적 제약사들의 일부 품목에 대한 영업을 국내사에 모두 넘기고 알짜 주력품목에만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한국MSD,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한국노바티스 등은 일부 품목을 판매중단하거나 국내 제약사에 넘기는 작업을 완료했다.

한국MSD는 이미 지난해 연말부터 일선 병의원에 공급 중단 공문을 보내는 등 올해부터 A형간염 치료제인 박타의 판매를 중단했다.

유일하게 신약을 선보이면서 품목 늘리기에 주력한 한국노바티스도 엘리델, 라미실 등 대표적 3개 품목을 한국 갈더마에 넘겼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관절염치료제 모빅도 3월부터 삼일제약이 판매한다. 모빅은 지난해 매출 약 92억으로 이 회사의 간판 품목 중 하나였다.

이처럼 제약사들이 대표 품목의 판매를 외부에 맡기는 배경은 최근 경기침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력을 뽑을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 대비 성장률이 낮은 품목을 골라내고 여력을 고성장 품목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계산에서다. 간단히 말해 돈 되는 품목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한국MSD는 A형 백신 공급 중단의 이유로 수급불안정을 들었지만 비급여 백신 품목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한국노바티스와 베링거인겔하임 역시 최근 고성장을 구가하는 순환기품목에 집중하기 위한 보라는 평가다.

다양한 품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측면도 있다. 산발적으로 여러 품목이 있으면 영업 인력만 분산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품목이 아니라도 일정 수준의 영업 인력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바에야 차라리 다른데 맡기는게 더 낫다”면서 선택과 집중 현상이 계속될 것임을 예상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수익을 중요시하는 다국적 제약사 특성상 과연 잘 팔리는데 넘기겠냐”면서 사실상 퇴출로 보아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제약사 관계자는 “일부 약품이 특허만료, 부작용 논란으로 성장에 한계에 부딪힌게 사실”이라면서 “국내사들이 나름 큰 품목이라고 판단해 무턱대고 받아들였다간 자칫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며 꼼꼼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인지 영업력을 절반씩 나누는 사례도 늘어났다. 머크주식회사는 중외제약과 콩코르를,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대웅제약과 넥시움을 공동판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