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경도∼중등도 알츠하이머병(AD)의 진행 지연과 인지기능 개선에 처방되는 갈란타민(제품명 레미닐, 얀센)이 중증 환자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맨체스터대학 알리스테어 번즈(Alistair Burns) 교수는 중증 AD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SERAD 시험 결과, 인지기능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Lancet Neurology
에 발표했다.

갈란타민은 아세틸콜린 에스터레이스 억제제의 일종으로, AD 진행을 지연시키지만 억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경도∼중등도 AD환자에 처방되며 중증으로 진행되면 투여를 중단하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과거 시험에서 아세틸콜린 에스터레이스 억제제인 도네페질을 투여한 중증 치매환자에서 인지기능이 개선됐다는 보고가 있어 중증 환자에도 효과적일 가능성이 나타나기도 했다.

치매를 막을 수는 없지만 진행을 늦춰 환자 혼자서 목욕이나 옷갈아입기 등의 일상생활동작(ADL)을 할 수 있는 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다면 개호자의 부담을 줄이고 나아가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

이번 시험에서는 유럽 10개국 57개 요양소에 장기 체류하는 고령자(평균 83세) 가운데 중증 AD형 치매[Mini-Mental State Examination(MMSE) 스코어 5∼12]로 진단된 환자를 갈란타민 군(207례)과 위약군(200례)으로 무작위 배정해 검토했다.
그 결과, 갈란타민군에서는 인지기능의 지표인 SIB(severe impairment battery)가 위약군에 비해 개선됐다. 특히 기억력, 운동 퍼포먼스(praxis), 공간시각능이 크게 개선됐다.

한편 7개 항목으로 구성된 minimum data set-activities of daily living (MDS-ADL)을 이용한 ADL 평가에서는 갈란타민군에서 이동운동(locomotion)이 개선됐지만 전체적인 작업능력 개선도에 대한 개호자 평가는 양쪽군에서 같았다.

번즈 교수는 “SERAD 시험에서는 갈란타민을 복용하는 환자에 투여를 중단시킨게 아니라 갈란타민 비투여 환자에서 인지기능 저하가 진행된 다음에 투여할 때 나타나는 효과를 검토한 것이다. 이번 데이터는 요양소에 거주하는 치료하지 않은 중증 AD환자에 대한 갈란타민 치료의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유해현상은 경도∼중등도였으며 고령 AD환자에서 예측되는 수준이었다. 또한 갈란타민 군에서는 위약군에 비해 사망률이 유의하게 낮아졌다(4% 대 11%, P=0.012).

번즈 교수는 “이는 신체적·정신적 활동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도 “치료가 사망률에 영향을 주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으며 향후 고려할만한 원인을 모두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수는 또 “SERAD 시험 결과는 갈란타민이 합병증을 가진 중증 AD환자에서는 내약성이 높으며, 안전하게 지속적으로 투여할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갈란타민의 적응 범위를 경도∼중등도 AD환자에서 중증 환자까지 확대시킬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인디애나대학 마틴 팔로우(Martin Farlow) 박사는 관련논평(2008; 8: 22-23)에서 이번 시험으로 중증 AD환자에서 나타난 갈란타민의 내약성이 확인됐다고 말하면서도 “이러한 환자군에서 갈란타민의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 중증 AD환자에 대한 갈란타민 효과 평가는 ADL 평가법으로 바꿔 장기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시험에서 검토된 것처럼 갈란타민의 새로운 사용법은 발병 초기부터 시작해 오랜기간 투여해 온 환자의 경우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갈란타민을 조기에 투여하기 시작한 환자에서 장기간 임상적 효과가 유지되는지 여부도 장기간 검토하거나 N-메틸 D-아스파라긴산(NMDA) 수용체 길항제인 메만틴(memantine) 투여 환자에 갈란타민을 추가하는 시험을 통해 알아보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