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이 환자에 대한 인공호흡기 제거하라는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비약상고라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세브란스 박창일 원장은 17일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서부지법 결정은 기존 판결과는 달라 법원 결정에 따를 필요가 없다고 최종 판단, 대법원에 비약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비약상고는 상위 법원에 항소없이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하는 방식으로 환자와 보호자의 고통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병원측은 설명했다.

현재 원고측은 병원측의 항소 움직임에 동의를 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박 원장은 무리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고측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상고를 강행하겠다고도 덧붙였다.

병원측이 이번 결정은 사회 각층 특히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등 의학단체와 각계 인사의 의견을 수렴해 병원윤리위원회가 7차례에 걸친 회의 결과다.

병원 측은 이번 대법원 상고에 대해 법원 판단에 따라 귀중한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해서는 안된다고 밝히고, 차제에 이에 대한 관련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이 밝힌 상고의 이유로는 현재 환자(76세 여성)의 상태가 눈을 깜빡일 수 있고 통증 자극에 반응하는 식물인간 상태로서 뇌사상태는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뇌간의 일부 기능만이 유지되고 있어 인공호흡기를 장착한 상태다.

몇년전 보라매병원 사건에서 보호자의 요구대로 호흡기를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살인죄를 적용한 것과는 완전히 반대인 이번 판결은 국내 유사한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또 향후 이러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각 병원의 윤리위원회가 나름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