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주 그레이트넥】 정신질환의 대부분은 주의·기억·인지면에서 다양한 장애가 일어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정신분열증과 양극성장애, 우울증은 중증화·만성화·생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는 3개 질환을 가진 환자수가 약 4천만명에 달한다. 하버드대학(보스턴)에서 열린 제3회 정신분열증·우울병 연구 미국동맹(NARSAD) 보스턴 정신의학 연구 심포지엄에서는 정신분열증의 신규 치료법 개발에 유전학을 도입한 매사추세츠종합병원(보스턴) 정신분열증 임상연구 프로그램의 도널드 고프(Donald C. Goff) 부장이 의장을 맡아 최신 연구를 소개했다. 심포지엄에서 다뤄진 연구에 대해서 알아본다.

 

엽산의 영향은 유전적

 

엽산은 비타민B 복합체의 일종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정신분열증환자에서는 엽산보충제로도 증상이 완화된다는 보고도 있다. 이를 유전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고프 부장은 NARSAD가 지원하는 새로운 연구를 통해 “설명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부장은 낮은 혈중엽산치와 정신분열증의 음성증상의 관계를 밝혀낸 연구를 이미 발표했다(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2004; 161: 1705-1708).

 

이에 따르면 엽산은 아미노산의 호모시스테인 수치를 낮게 유지시키는 등 뇌속의 다양한 화학 경로에 관계하고 있다.

 

호모시스테인치가 지나치게 높으면 학습, 기억, 뇌 발달, 일반적인 신경 처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N-메틸 D-아스파라긴산염(NMDA) 수용체의 기능이 떨어진다.

 

하지만 정신분열증 환자에서 왜 엽산 수치가 낮아지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관련 가설 중 하나로 20세기에 발새안 2대 기근을 검증한 역학 연구에서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엽산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2차 세계대전 당시였던 1944∼45년에 나치 독일 점령하에서 일어난 ‘네덜란드의 기근 겨울’과 59∼61년 중국에서 발생한 기근을 검증한 결과, 이러한 기근 기간 중에 태어난  소아의 정신분열증 발병률은 통상보다 2배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치료 저항성 환자에서 대규모 시험

 

그러나 다른 대부분의 기근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프 부장은 다른 곳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부장은 (1)엽산 흡수를 조절하고, 정신분열증환자에서 부족한 글루타민산 카르복시펩티다제(GCP)II와 (2)엽산을 활성시켜 뇌속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메틸렌 테트라하이드로엽산환원효소(MTHFR)―의 2가지 효소 유전자에 주목했다.

 

부장은 이들 유전자에 문제가 나타난 환자에 엽산 보충이 효과적인지를 검토하는 대규모 이중맹검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등록환자의 상당수는 치료 저항성의 정신증상을 보이는 환자. 이 시험은 3개 시설에서 정신분열증환자 150례를 등록, 16주간 추적한다.

 

부장은 “정신분열증은 이환율이 높아 치료비가 드는 질환이다. 치료도 어려워 특히 약 30%로 알려진 치료저항성 정신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서는 매우 곤란하다. 이러한 환자에서는 은둔이나 감정둔마를 동반하거나 우울병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엽산의 안전성은 입증돼 있어 연구에서는 치료 저항성 정신증상으로 고통받는 정신분열증환자의 결과를 개선하는데 엽산이 효과적인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효과높은 환자 분류

 

고프 부장에 이어 동료인 조슈아 로프먼(Joshua Roffman) 박사팀도 NARSAD의 지원을 받아, 엽산보충제가 가장 효과적인 정신분열증환자를 분류했다.

 

우선 MTHFR 유전자를 검토하여, 이 유전자의 다형 중 하나를 갖고 있으면 정신분열증 증상이 심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이 다형을 보유한 사람은 엽산 섭취량 부족으로 발생하는 증상과 관련이 있었다.

 

박사팀은 현재 뇌속 도파민 농도에 영향을 주는 카테콜-O-메틸트란스퍼레이스(COMT)와 MTHFR의 조합을 검토 중이다.
양쪽 효소의 유전자는 각각 정신분열증과 독립적으로 관계하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러한 유전자가 상호작용을 일으키면 일부 환자군에서 인지장애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MTHFR와 COMT의 양쪽 모두에 질환 위험을 높이는 다형을 가진 환자에서는 전두전야의 도파민 농도가 정상치 미만으로 낮아져 정보처리와 작업기억에 장애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

박사팀은 또한 기능적 신경영상기술을 통해 MTHFR 유전자와 COMT 유전자에서의 동일한 다형의 편성이 비정상적인 전두전야 활성의 저하와도 관련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박사는 “현재 어떠한 유전자의 조합이 정신분열증을 일으키는지를 분류할 수는 있다. 각 생물학적 유전자 경로가 해명되면 고위험군과 특정 치료가 가장 효과적인 환자군도 분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우울제 반응에도 관여

 

정신분열증에서는 유전자가 해명되면 개별 치료법이 가능해질 수도 있는데, 우울병에서도 이러한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을까.

2006년의 미국연방정부 조사에 따르면 임상적 우울병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초기 항우울제 치료나 대화요법이 별 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그 원인 규명에 나섰다.

 

또한 항우울제 투여는 수면장애나 성기능장애, 두통, 소화관 장애 등의 부작용을 자주 일으킨다.

 

미식품의약품국(FDA)의 분석에서는 소아나 청소년에서의 항우울제 투여가 자살 우려를 일으킬 가능성도 시사됐다.

 

이 병원 정신의학 로이 펠리스(Roy Perlis) 부장에 의하면 항우울제 치료에 대한 각 환자의 반응성에는 특정 유전자가 관여하고 있다. 부장팀은 NARSAD의 지원을 받아 이러한 유전자를 분류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마우스를 대상으로 검토한 결과, 4개 유전자 가운데 항우울제 치료 반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이는 여러가지 다형이 분류됐다.

 

이에 따라 부장팀은 미국 정부가 관여해 실시한 대규모 우울병 치료제연구인 Sequenced Treatment Alternatives to Relieve Depression(STAR*D)의 등록환자에서 1,554례의 DNA 표본 데이터를 추출해 이들 4개 유전자의 변이에 대해 검토했다.

그 결과, TREK1 유전자의 다형과 항우울제 치료에 대한 반응성 저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우울병 환자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발견될 때까지 여러가지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지견은 매우 중요하다.
치료저항성인 우울병 환자를 일찍 발견할 수 있다면 보다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약제반응성에 유전자다형이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검토함으로써 선택성 높은 완전히 새로운 클래스의 항우울제를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

 

부장은 “향후 각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치료법에 환자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이해한다면 우울병 치료를 좀더 세부적으로 진행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척 대부분 질환 유전자 공유

 

중간 표현형(endophenotype:비정상적으로 관계하는 특징)은 질환 관련 유전자를 검출하는데 지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하버드대학 정신의학 부문 데보라 레비(Deborah L. Levy)교수팀이 정신분열증과 양극성장애 환자의 가족력을 검토한  바에 따르면 정신질환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관련 유전자를 가진 친척을 분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중간 표현형의 분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교수는 “모든 유전자 연구에서 유전자 보유자와 비보유자를 구별하는 것은 중요 과제”라고 설명하고 있다.

동일 가계에서 유전성 질환을 일으키는 비율은 예를 들면 낭포성 섬유증의 경우 25%, 헌팅턴병에서는 50%이지만 정신분열증을 일으키는 경우는 가계내에서 6.5%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친족은 발병하지 않아도 관련 유전자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교수팀은 정신분열증과 양극성장애 유전자를 가진 친척을 분류하기 위해 정신분열증의 발병 자체보다는 가계내에서 자주 나타나는 정신분열증의 중간 표현형으로서 (1)느리게 움직이는 물체를 눈으로 쫓기가 어렵다 (2)잘못된 문법을 사용하거나 독특한 의미를 부여하는(idiosyncrasy) 언어사용 (3)안면 정중선 상에 경도의 이상이 나타난다 (4)소음이나 중요하지 않은 자극을 차단(sensory gating)하기가 어렵다-등 4개 항목에 초점을 맞춰다.

 

유전자분류는 이제 출발점

레비 교수에 의하면 이러한 특징은 정신분열증이 있는 가계에서 자주 나타난다. 예를 들면 정신분열증환자의 사고장애에 해당하는 특징인 idiosyncrasy는 환자의 일촌에서 임상적으로 발병하지 않은 가족의 37%에서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가계 내 정신분열증 발병률의 약 6배에 해당하는 것이며, 사고장애와 정신분열증, 관련 임상조건을 맞추면 질환 관련 유전자를 가진 친척은 약 50%에 이른다.

 

이는 우성 유전자를 보유하는 비율에 버금가는 것으로 가계내 정신분열증 발병률 6.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교수는 “정신분열증이나 양극성장애 질환에서 유전자의 분류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최종 목표는 이러한 유전자를 이용해 뇌속에서 유도되는 생물학적 과정을 발견하는 것이며, 이것이 결과적으로는 향후 치료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연구는 정신분열증, 양극성장애, 우울병의 발병 위험과 병리적으로 유전자가 어떻게 관여하는지에 대해 새롭게 조명하는 것이다.

정신질환의 치료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진행되는 경우도 많은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특정 환자와 특정 유전자를 타깃으로 한 신규 치료법의 개발 진행은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