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의 통증관리는 그 동안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이는 가장 고통스러운 증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통증을 환자는 참을 수밖에 없다고 단념하고 의료인 역시 치료해도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료법이 복잡하고 위험성이 높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WHO에서 제정된 암성통증 가이드라인이 보급되면서 통증과 관련된 치료연구가 크게 발전되고 있다. 현재 통증관리는 안전하고 간편하게 실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오히려 의료인측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의무가 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작년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Digestive Disease Week(DDW :소화기관련 학회주간)-Japan 2006에서 발표된 암성통증 관리를 주제로 한 2건의 세미나를 소개한다.

암성통증관리 이제는 적극적인 시대로
초기부터 옥시코돈 사용해 환자 QOL 향상

48th Japanese Society of Gastroenterology
“암성통증치료 표준화시켜야-표준진료지침(Clinical Pathway)을 이용한 암성통증완화법”
 Hori Natsuki NTT Kanto Medical Center

암성통증 관리는 일부 의료진의 개별적인 경험을 토대로 ‘적당히’ 실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많은 연구를 통해 과학적인 데이터가 확보되면서 간편하고 안전한 진통제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높은 수준의, 근거(evidence) 중심의 통증관리를 보다 많은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환경 또한 속속 갖춰지고 있다. 일본 NTT 간토병원 완화치료부 호리 나츠키 박사는 통증관리의 표준도구로서 표준진료지침(Clinical Pathway, 이하 CP)을 작성하고, 그 개요를 소개했다.

WHO 3단계 진통제사다리에 근거한 CP 제작

호리 박사에 따르면 완화치료의 목표는 의학적 근거에 의거하여 개별적 의료를 통해 QOL을 포괄적으로 향상시키는데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표준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표준진료지침(CP)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작성된 CP에는 통증완화, 간병 등 2가지가 있는데 이 중 통증완화를 위한 CP는 가급적 조기에 암성통증을 완화시켜 환자의 QOL을 향상시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 CP는 근거(evidence)에 준하여 작성됐으며 기본이 되는 WHO 3단계 진통제사다리(Analgesic ladder)의 재평가, 통증완화를 억제하는 인자 검토, 기존약제의 평가와 부작용 대책의 결정, 쉽고 확실한 평가법의 책정 등의 순으로 진행되며 구체적인 목표, 약제, 평가항목 등이 결정된다.

WHO의 3단계 진통제사다리는 통증 정도를 경도(제1단계), 경도~중등도(제2단계), 중등도~중증(제3단계)으로 나누고, 제 1단계에서는 비(非) opioid계 진통제±진통보조제를, 2, 3단계에서는 통증 강도별로 opioid와 비(非) opioid계 진통제±진통보조제를 병용하는 것으로 암성통증완화 CP는 이 3단계 진통제사다리에 따라 만들어졌다(그림1).

 

2단계서 Opioid 투여 변비 대책은 필수

호리 박사에 의하면 1단계에서는 비(非) opioid계 진통제인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를 이용하고, 여기에 위점막에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프로톤펌프억제제(PPI)를 병용한다.

NSAIDs 단독투여로 환자 상태가 나빠지고 식욕이나 활동성이 저하되거나 처방된 약제를 예정보다 빨리 복용해 버리는 등의 상태가 나타나면 2단계 이후로 판단, 약한 opioid를 처방한다.

일반적으로 약한 opioid로 분류되는 인산코데인은 비교적 부작용이 적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호리 박사는 유효 혈중농도를 유지하는 시간이 4~6시간으로 짧아 1일 4~6회 복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불충분한 약효로 인해 자주, 그리고 다량을 복용해야 한다.

호리 박사는 “투여량을 600mg(몰핀으로 환산하면 60~100mg)으로 할 경우 20mg정을 30정이나 먹어야 한다는 계산이 되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며 인산 코데인을 CP에 적용하는데는 소극적 자세를 나타냈다. NSAIDs와 PPI의 복용은 그대로 계속한다.

호리 박사는 “opioid에 의한 통증완화가 생존기간을 연장시킨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말하고 “통증이 심해지면 생존기간이 줄더라도 통증을 없애달라고 요청하는 환자가 있는데 opioid는 수명을 단축시키지 않으면서 통증을 제거할 수 있는 약제”라고 덧붙였다.

다만 몰핀, 옥시코돈  등 강력한 경구 opioid는 장관 운동을 저하시키는 경우가 있어 변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변비가 자주 발생하면 개선이 어렵기 때문에 opioid를 투여하면서 동시에 완하제, 항구토제를 투여해야 한다”고 호리박사는 강조했다.

옥시코돈은 2단계부터 시작하여 지속적 사용 가능

최근에는 경피흡수 opioid인 펜타닐 패취도 사용되고 있다. 펜타닐은 투여량이 적을경우 소화관 부작용이 적게 나타난다. 호리 박사는 그러나 펜타닐 패취의 최소 규격은 2.5mg으로, 몰핀으로 환산할 경우 60mg이라는 고용량이 된다고 지적한다.

펜타닐 패취를 처음부터 부착하게 되면 호흡이 억제되는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미세하게 조정할 수도 없어 opioid를 시작하는 데는 전혀 적합하지 않고 CP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FDA는 2005년 펜타닐 패취는 opioid를 처음 투여하는 환자에게는 투여해서는 안되며 이미 다른 opioid를 투여해 통증 상태가 안정돼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이용해야 한다고 경고한바 있다. 절반을 잘라서 붙이는 경우 역시 약물동태가 불확실해 권장할만한 사용법은 아니라고 한다.

몰핀 역시 적합한 방법이 아니다. 몰핀은 기존에 gold standard로 알려져 있었지만 서방형 제제는 최소 용량이라 해도 과량이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고령자나 신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졸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opioid 도입에는 적합하지 않다.”

반면 옥시코돈은 5mg부터 서방형 제제가 나와 있어 “opioid를 처음 사용하는 경우에도 절대로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CP에서는 2단계 이후에 옥시코돈을 이용하도록 했다고 한다.

3단계에서는 옥시코돈 외에 다른 opioid도 사용할 수 있지만 “옥시코돈은 2단계부터 지속적으로 용량을 늘려나갈 수 있다. 환자는 효과가 있는 약을 바꾸기 싫어하기 때문에 약물 교체 없이 용량적정(dose titration, 통증 정도에 따른 용량의 증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매력”이라고 호리 박사는 강조하고 있다.

CP 적용으로 통증완화, 변비, 수면에 좋은 결과

이처럼 암성통증 완화 CP에서는 옥시코돈 서방형제제와 NSAIDs를 기본 약제로 정했다. 또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통증에 투여되는 속효성 약물(rescue dose)은 몰핀으로 했다.

그러나 최근 옥시코돈의 속효성 제제가 승인되면서 “조만간 속효성 옥시코돈이 속효성 몰핀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리 박사는 설명한다. 또한 “동일한 성분, 동일 투여경로를 가진 opioid끼리의 조합은 통증완화를 간편하고 신속하게 해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CP 평가에는 통증의 정도와 부작용을 이용한다. 통증 정도에 대해서는 일상생활에서 ‘졸음이 발생하는가’ ‘안정 시 통증이 없는가’를 중심으로 평가하며 그 자체가 CP의 목표가 된다. 평가는 모든 의료진이 실시하는 것으로 했다. 또 용량적정(titration)은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매일 계속하기로 했다.

실제로 CP를 적용한 결과, 7일째까지 통증완화를 달성한 비율이 확실히 증가한다는 결과가 얻어졌다. 또 변비의 감소, 수면의 개선도 나타났다고 한다(그림2).

   

72nd Japan Gastroenterological Endoscopy Society
향후 진료에 도움되는 소화기암 통증 치료
  Norio Katayanagi
Department of Surgery, Niigata City General Hospital

Opioid는 암성통증의 약물요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여전히 오해나 사용방법의 오류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니가타시민병원 가타야나기 노리오 박사는 통증관리의 견해를 설명하면서 opioid의 적절한 사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통증관리는 초기부터 암치료와 함께

가타야나기 박사는 통증관리의 견해에 대한 설명에 앞서 통증 개념의 변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존에는 ‘통증으로는 죽지 않는다’며 암이나 수술 이후의 통증은 환자가 당연히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지금은 ‘통증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우울증으로 자살하거나 면역저하나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병사하는 경우도 있다는 보고에 근거하고 있다.

반대로 통증을 제거하면 QOL의 개선 뿐만 아니라 생존기간도 연장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점에서 가타야나기 박사는 “통증관리는 암치료 초기부터 암치료와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암을 치료하는 의사에게는 또 “일부 환자에게 ‘이 항암제를 사용하면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거나 ‘방사선치료는 통증을 줄일 수 있다’ 고 설명하면서 치료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통증을 견뎌야 한다고 말하는 의사가 있는데, 통증을 암치료의 효과 지표로 삼아선 안되며 통증관리와 암치료는 동시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치료목표는 집에서 일상생활 가능한 상태

그렇다면 통증은 어느 정도까지 완화시켜야 할까. WHO는 통증 치료의 목표를 ‘야간의 수면 확보’ ‘안정 시 통증 소실’ ‘일어날 때나 몸을 움직일 때 발생하는 통증의 소실’ 등 3단계로 설정해 놓고 있다.

가타야나기 박사는 “일어날 때나 몸을 움직일 때의 통증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경우는 70~80% 정도다. 그러나 통증이 약간 남더라도 잠을 자거나 안정시에 통증이 없으면 집에서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이 상태가 우리의 목표”라고 말하고 일상생활과 관련된 치료목표의 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옥시코돈은 암환자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내장통증에 효과적

어떤 진통제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WHO가 주장한 기본원칙은 ‘경구로(by the mouth)’ ‘일정 시간마다(by the clock)’ ‘단계적으로(by the ladder)’ ‘개별적 용량으로(for the individual)’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with attention to detail)’ 등 5가지.

순응도가 가장 높은 경구약이 바람직하며 통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간을 정해 투여한다. 약제는 진통효과가 약한 약에서 강한 약으로 단계적으로 선택하고 통증 정도에 따라 투여량을 결정한다. 그리고 응급투여 용량(rescue dose), 부작용 등에도 충분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

WHO는 또 3단계 진통제사다리에서 단계적으로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1단계에서는 NSAIDs를 선택하고 이후 모든 단계에서 사용한다.

치료는 반드시 1단계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타야나기 박사는 “초기 통증은 염증성인 경우도 있어 NSAIDs가 효과적인 시기는 반드시 있다. 이 단계에서 NSAIDs 처방을 중단하고 통증을 참게 하면 통증 치료가 더 어려워진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2단계 이후의 통증에는 opioid를 사용한다. 물론 효과는 opioid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가타야나기 박사에 의하면 통증은 그 전달경로 별로 A-δ섬유를 매개하는 골전이통증 등의 체성통, C섬유나 교감신경을 매개하는 내장통증, 말초·중추신경장애에 의한 신경장애성 통증 등으로 분류된다.

암환자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은 내장통증이다. 인체모델을 통해 각종 통증에 대한 옥시코돈과 몰핀의 진통효과를 비교한 시험에서 내장통에 대한 옥시코돈의 진통효과는 몰핀에 비해 유의하게 우수한 것으로 보고됐다(그림1).

 

경구복용 가능한 기간엔 옥시코돈으로 통증관리

Opioid의 사용법으로는 응급투여(rescue dose)가 하나의 포인트가 된다. 응급투여는 용량적정(titration)을 통해 필요량에 도달한 후 발생하는 갑작스런 통증 뿐만 아니라 용량적정(titration) 중에도 실시해야 한다(그림2).

 

하지만 “titration dose를 신속하게, 정시 투여하는 지속성 opioid량에 반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타야나기 박사는 설명한다.

한편 돌발성 통증에 대한 응급투여의 경우에는 “같은 종류의 opioid를 사용하는게 가장 이상적이다. 지금까지는 몰핀 밖에 없었지만 조만간 옥시코돈의 속효성 제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옥시코돈 한 종류로 통증조절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Opioid를 사용할 때 알아두어야 할 점은 opioid rotation이라는 약제변경이다. 약제변경은 확실히 적응 여부를 확인한 다음에 실시하는 게 중요하다. 안일한 약제변경은 통증 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가타야나기 박사는 적응 항목으로 통증조절 실패, opioid의 부작용, 급속한 내성발생, 경구복용 불가로 인한 제형변경 등 4가지를 들었다.

현재 opioid rotation이 가능한 강력한 opioid는 몰핀, 펜타닐, 옥시코돈 등 3개이다. 가타야나기 박사에 의하면 몰핀은 경구 복용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정맥주사하거나 피하주사 할 수 있다. 돌발성 통증이 많은 환자나 경미한 용량조절이 필요한 환자 등에도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몰핀은 활성대사물의 영향이 강해 고령자나 신장애를 가진 환자에게는 사용하기 어렵다. 일시적인 의식장애인 섬망(Hallu-cination) 역시, 다른 2개 약제에 비하면 많은 편이다.

변비는 몰핀 뿐만 아니라 옥시코돈, 펜타닐 등에서도 발현하기 때문에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 옥시코돈은 구역·구토가 경미하다. 또 중등도에서 중증의 통증에 사용할 수 있으며 효과가 투여 1시간 이내에 나타나 12시간 동안 지속된다. 최소 용량이 5mg이라 용량적정(dose titration)도 쉽게 할 수 있다.

한편 펜타닐 패취는 간편하긴 하지만 titration에 어려움이 있고, 초기부터 사용할 경우 즉시 고용량이 돼서 혈중농도를 조절할 수 없게 되는 등 결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가타야나기 박사는 “우리 병원에서는 경구로 복용이 가능한 기간에는 옥시코돈을 제1선택제(first choice)로 시작하여 통증을 없앨 수 있는 충분량까지 증량시키고 있다(그림3).

 

경구로 복용할 수 없다면 몰핀, 또는 10mg 이하로 억제시킬 수 있는 증례라면 펜타닐 패취도 좋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Opioid에 대한 환자·가족의 이해가 관건

Opioid의 유용성은 의사들에게는 상당히 잘 알려져 있지만 환자들의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다.

‘2005년도 암성통증 치료환자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의료용 마약(opioid)의 사용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중독이나 의존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 “통증을 억제하는 마지막 수단이라는 느낌이 들어서”라는 응답이 각각 95%로 나타났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WHO방식의 암성통증치료법을 아는 환자는 모두 “사용을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점에서 가타야나기 박사는 “opioid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환자와 가족의 이해가 치료에서는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