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연보에서 알 수 있듯이 뇌졸중은 대한민국 국민의 중요 사망요인중의 하나며, 노인인구의 증가와 함께 향후 중요한 의학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뇌졸중은 심각한 신경학적 손상을 동반하여 환자에게 단순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안겨다 줄 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온다. 뇌졸중의 가장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치료는 위험인자의 관리를 통한 예방에 있다. 그러나 모든 질환의 원인을 단 하나의 요인이 결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며 뇌졸중의 예방도 이와 같다.

김용재(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


죽상동맥경화증의 역학과 임상 특별기획시리즈 6

뇌졸중과 고지혈증

많은 역학연구 및 관찰연구들에서 뇌졸중과 혈중 콜레스테롤과의 명확한 연관 관계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관상동맥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나 관상동맥질환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statin 임상을 통하여 이들 집단에서 statin이 뇌졸중의  발생률을 감소시킴이 발견되었다.

70,070명의 환자를 포함하는 9개의 대단위 임상연구에서 보면 statin에 의한 뇌졸중의 상대적 위험 감소는 21%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뇌졸중에 대한 statin의 효과는 지질 감소 효과 외에도 다양한 다른 기전에 의한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statin이 관상동맥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은 다수의 환자 군이나, 더욱이 뇌졸중의 병력을 가지고 있는 환자군에서 뇌졸중의 위험도를 줄일 수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관상 동맥 질환이 없고 뇌졸중과 일과성 허혈 발작의 병력을 가진 환자군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임상 연구의 결과가 이런 의문에 답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뇌졸중 위험인자 고지혈증


통계청 연보에서 알 수 있듯이 뇌졸중은 대한민국 국민의 중요 사망요인중의 하나이며, 노인 인구의 증가와 함께 향후 중요한 의학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뇌졸중은 심각한 신경학적 손상을 동반하여, 환자에게 단순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안겨다 줄 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에 심각한 여러 문제를 가져온다.

현재까지의 뇌졸중 치료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 가장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치료는 위험인자의 관리를 통한 예방에 있다.

고전적인 의미의 뇌졸중의 위험인자로는 고혈압, 심장질환, 흡연, 당뇨병 등이 알려져 있다 [그림1].

[그림1] Well-Established Risk Factors for Stroke
 


그러나 모든 질환의 원인을 단하나의 요인이 결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게 되며 뇌졸중의 예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임상가들은 적극적인 위험인자의 관리에도 불구하고 뇌졸중이 발병하게 되는 경우에 접하면서 새로운 위험인자의 역할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수많은 역학적 연구들이 이루어졌지만 아직은 뇌졸중의 독립된 위험인자로서의 콜레스테롤의 역할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많다.

콜레스테롤은 협심증, 심근경색증을 일으키는 관상동맥질환의 주요 발병 요인이다. 관찰적인 역학조사를 통해 콜레스테롤과 관상동맥질환의 상관성이 밝혀졌으며 많은 임상 연구의 결과를 통해 콜레스테롤이 관상동맥질환 발병의 직접인자가 된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뇌졸중의 경우도 ‘관상동맥-대동맥-경동맥-두강내 동맥’으로 이루어지는 혈관계 질환임을 고려할 때 콜레스테롤의 역할은 중요한 관심이었다.

콜레스테롤과 뇌졸중 상관관계 못 보여줘


뇌졸중의 아형 (출혈성과 허혈성)을 구분하지 않고 이루어진 많은 연구들은 대부분 뇌졸중과 콜레스테롤과의 상관관계를 보여주지 못했다.

대표적 역학 연구로 1989년 NEJM에 발표된 MRFIT(The Multiple Risk Factor Interven tion Trial)의 결과를 보면 고콜레스테롤혈증은 허혈성 뇌졸중과 저콜레스테롤혈증이 출혈성 뇌졸중과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2].

[그림2] MR-FIT study
 


특히 저콜레스테롤혈증(<160mg/dl)과 출혈성 뇌졸중과의 연관성은 많은 임상가들에게 오히려 ‘낮은 콜레스테롤은 뇌출혈의 위험인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결과였다.

그러나 출혈성 뇌졸중이 저콜레스테롤혈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저콜레스테롤혈증을 가진 환자들이 더 고령이며 흡연과 음주율이 높으며, 이로 인한 염증이나 저 영양 상태의 영향으로 생각되고 있다.

1998년 Lancet에 발표된 동아시아지역 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저콜레스테롤혈증과 출혈성 뇌졸중의 약(弱) 상관관계를 보여주었다.

뇌졸중의 아형을 분류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국민보건영양조사 결과에서는 콜레스테롤과 뇌졸중과는 상관관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그림3].

[그림3] Cholesterol and ASCVD among Men
 


최근에 뇌졸중의 위험요인으로서의 중성지방, 보호요인으로서의 고밀도콜레스테롤에 대한 몇몇 연구들이 발표되고는 있지만, 뇌졸중에서 콜레스테롤의 역할은 관상동맥의 경우와는 다른 역학적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혼돈스럽고 명확하지 않은 역학연구들이 남긴 의문들은 statin의 임상연구를 통하여 조금씩 풀려가게 된다.


Statin의 뇌졸중 보호효과


Statin의 임상연구는 관상동맥질환의 예방을 주 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관상동맥질환의 2차 예방 연구인 4S, CARE, LIPIDS 같은 대규모 연구들에서 총 사망률과 관상동맥의 위험성뿐 아니라 이 연구들의 2차 종점(endpoint)의 하나인 뇌졸중의 발생률이 감소된다는 결과를 보여 주었다.

Simvastatin을 투여한 4S(Scandinavian Simvastatin Survival Study)에서는 28%, pravastatin을 사용한 CARE (Cholesterol and Recurrent Events)와 LIPID(Longterm Inte-rvention with Pravastatin in Ischemic Disease)에서도 각각 32% 및 19%의 뇌졸중 감소 결과를 보여주었다.

저콜레스테롤혈증과 출혈성 뇌졸중이 관련이 있다고 보고한 MRFIT 연구로 인해 일부 의사들은 지질저하요법에 대해 수동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고혈압이 있는 노인환자에 대해 그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현재까지 진행된 statin 계열 약물의 임상연구의 결과를 보면 그런 사실을 발견할 수 없다.

특히 콜레스테롤의 감소에 의한 출혈성 뇌졸중의 발생은 어느 연구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새로운 전환점 HPS


지금까지의 역학적 연구에서 연관관계를 밝혀내지 못했던 콜레스테롤과 뇌졸중 발생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역학적 결과와 상반되는 결과의 성급한 해석은 많은 반론을 일으켰다.


뇌졸중 환자의 15~20%만이 관상동맥질환의 병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대상 연구군 구성의 문제, 즉 나이가 뇌졸중 호발 연령 군보다 비교적 젊은 남자들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

또한 뇌졸중의 중요한 위험인자인 고혈압의 유병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뇌졸중의 발생률이 3~4% (5~6년간)로 실제의 뇌졸중 집단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문제들이 제기되었다.

전환점은 HPS(Heart Protection Study)에서 나타났다. 연구 대상군 가운데 상당수를 관상동맥질환 이외의 혈관질환(뇌졸중을 포함한)을 가진 군과 당뇨병과 고혈압이 있는 군, 콜레스테롤이 높지 않은 군, 그리고 노인 및 여자들을 다양하게 포함시킨 이 연구에서도 25%의 뇌졸중 발생률 감소를 보였다 [그림4].

[그림4] Simvastatin : Stroke Incidence
 


뇌졸중의 병력이 있는 군을 대상으로 한 심층 분석에 의하면 statin은 출혈성 뇌졸중에 대해서는 이익도 해도 없으며 허혈성 뇌졸중에 대해서는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경도 및 중등도의 뇌졸중에서 더 뚜렷한 효과를 보였다.

기저 콜레스테롤 수치에 상관없이 혈관 질환에 보호 효과를 나타낸 이 연구의 결과는 statin의 역할이 단순한 콜레스테롤의 강하 이상의 효과를 가진 다양한 기전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2003년 4월 미국 FDA에서는 simvastatin 치료 시작의 적응증으로 관상동맥질환이나 말초혈관질환 및 당뇨와 함께 뇌졸중이나 다른 뇌혈관질환을 표기하도록 하였다.

HPS 임상의 연구 대상군 가운데 뇌졸중의 병력이 있는 3,289명(전체 환자의 16%)을 대상으로 한 심층 분석에서 simvastatin은 전체적인 뇌졸중 발생 (허혈성과 출혈성)을 줄이지 못했다.

그러나 기왕의 뇌졸중의 병력이 있는 환자들에서도 허혈성 뇌졸중의 발생을 감소시켰고, 무엇보다 주요 혈관질환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또는 혈관재개통술)의 발생률을 20% 감소시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효과는 콜레스테롤이나 저밀도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높지 않은 대상군에서도 나타났다.

HPS 임상에 포함된 기왕의 뇌졸중의 병력이 있는 환자들에서 주요 혈관질환은 감소 했으나 뇌졸중의 발생을 감소시키지 못한 것은, 환자군들이 뇌졸중 발생 후 평균 4년이 지난 환자들로 이미 뇌졸중의 재발이 흔한 시점이 지난 환자군이라는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노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2차 종점으로 뇌졸중과 치매를 대상으로 한 PROSPER (Prospective Study of Pravastatin in the Elderly at Risk)의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으나, atorvastatin을 사용한 ASCOT(Anglo-Scandinavian Cardiac Outcomes Trial)에서도 뚜렷한 뇌졸중 예방 효과를 보여주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중요한 임상 연구인 CARDS (Collaborative Atorvastatin Diabetes Study)에서는 뇌졸중의 상대적 위험도를 48%나 감소시켰다.

특히 HPS와 ASCOT, CARDS의 결과들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을 포함하는 전반적인 심혈관 위험 요인에 근거한 치료 전략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스타틴과 뇌출혈 평가 필요


뇌졸중에 대한 statin 치료에 의한 효과는 동맥 경화반의 안정화에 대한 직접적인 역할로 설명되고 있다.

지질 강하 효과 이외에도 혈관 운동 기능 향상, 항염증성작용, 항산화 기능 강화, 내피 기능이나 혈전 형성 등을 조절하는 다양한 역할(pleiotropic effect)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림5].


[그림5] Stroke Protection: Potential Mechanisms
 

이러한 장미빛 임상 연구 결과들과 달리 실제 진료에서 뇌졸중 예방을 위해 statin 사용은 매우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현행 보험 적용기준과 함께 임상가의 발목을 잡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는 뇌출혈에 대한 두려움이다. MRFIT의 연구 결과에서 보여준 저콜레스테롤혈증은 뇌출혈의 위험 요인이라는 믿음이 많은 statin 임상 연구의 안정성 검증에도 불구하고 지워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저콜레스테롤혈증이 자기공명영상 검사에서 대뇌의 미세출혈(microbleed)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발표가 있은 후 더욱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최근 Framingham Heart Study에서 이와 상반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지만 statin과 뇌출혈(특히 미세출혈)의 위험과 이익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약물상호작용 및 한국인의 특성도 고려


또 하나는 약물 상호 작용이다. warfarin과 digoxin은 statin과 상호 작용하므로 신중하게 처방하여야 한다.

허혈성 뇌졸중의 중요한 치료약제인 clopidogrel(Plavixⓡ)과 atorvastatin과의 약물 상호 작용이 논란이 되었으나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고려는 아직도 한국에서 유병율이 높은 출혈성 뇌졸중이다. 대부분의 statin 임상 시험에서는 출혈성보다는 허혈성 뇌졸중에서 효과를 나타냈다.


덧붙여 한국인의 뇌졸중은 두개내 병변(intracranial pathology)에 의한 것이 많고 백인에게 흔한 두개외 병변(extracranial pathology)에 의한 뇌졸중은 그에 비해 드물다.

이러한 배경에서 서구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의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향후 한국적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뇌졸중과 콜레스테롤 실제진료에 신중해야


근거 중심의 의학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임상연구의 결과들을 실제 진료에 적용하는 데는 신중함이 따라야 할 것이다.

뇌졸중 부분의 가장 큰 변화는 2003년 유럽뇌졸중학회(EUSI)의 새로운 치료지침에서 나타났다.

HPS 결과를 근거로 뇌졸중 1차 예방의 경우에는 고위험군에서, 2차 예방의 경우 허혈성 뇌경색이나 일과성 뇌허혈증의 모든 경우에 반드시 statin 치료(simvastatin 40mg/day)를 고려하라고 권하고 있다.

2004년도에 발표된 미국심장학회(AHA)/미국뇌졸중학회(ASA)의 권고안에도 대규모 임상시험의 결과들을 근거로 허혈성 뇌졸중이나 일과성 허혈발작의 병력을 가진 상당수의 환자들이 statin 사용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 제안하고 있다.

특히 급성 관상동맥질환 임상에서 나타난 빠른 효과를 근거로, 죽상경화증에 기인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들의 입원기간 중 스타틴 제제를 시작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을 것으로 지적하였다.

현재 일과성 허혈 발작 및 뇌졸중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SPARCL (Stroke Prevention by Aggressive Reduction in Cholesterol Levels)의 결과가 나오면 더욱 명확해지겠지만, 이제 뇌졸중과 콜레스테롤은 더 이상 역학적 연구의 결과에 발목을 잡히지 않아도 되는 시기에 이른 것이다.

새로운 약제는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새로운 임상 결과도 계속 발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근거 중심의 의학에 충실한 진료를 위해서는 새로운 약제의 개발과 함께 이들에 의해 가장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자 군을 찾기 위한 연구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한국의 임상결과에 따른 한국형 뇌졸중 예방 치료 지침이 만들어지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