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모두 보충요법하면 효과

여성호르몬이 감소되면 다양한 생활습관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남성호르몬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러나 남성호르몬(안드로겐)의 감소가 신체기능이나 인지기능의 저하, 골다공증, 동맥경화성 질환에 관련한다는 사실은 확실한 것같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일본후생노동성의 사업인 ‘남성호르몬 감소에 따른 노인병의 치료전략과 그 기전에 관한 종합 연구’에서는 남성호르몬이 줄어들면 생활습관병과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업의 주임 연구자인 도쿄대학대학원 노화의학 아키시타 마사히로(秋下雅弘) 교수로부터 안드로겐과 인지기능, 동맥경화성 질환의 관련성, 그리고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의 가능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연구 계기는 여성호르몬

아키시타 교수가 안드로겐 연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미국의 대규모 스터디인 Women’s Health Initiative(WHI). 이 스터디에서 내과계에서 여성호르몬 보충요법(HRT)의 효과를 입증하는 에비던스가 얻어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WHI는 HRT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립보건원(NIH)이 50∼79세 건강한 폐경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터디다.

1990년대 미국에서는 HRT가 항노화를 실현하는 ‘꿈의 치료법’으로 주목받았다. 따라서 WHI에서 갱년기장애의 치료 뿐만 아니라 심질환 등의 예방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됐었다.

하지만 HRT를 받은 후에도 심질환이 줄어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유방암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8년 예정이었던 이 스터디는 5년만에 중지됐다.

이 보고를 계기로 아키시타 교수는 지금까지의 여성호르몬 연구에서 남성호르몬으로 관심을 옮기게 됐다.

그래서 그때까지 테스토스테론이 갖고 있던 네거티브 호르몬이라는 이미지가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외의 연구보고를 조사해 보았다.

실제로 요양간호를 받는 남성의 남성호르몬 분비량과 일상생활동작(ADL), 인지기능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하면서 교수는 무엇인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연구를 하는 동안 여성에서 여성호르몬 감소에 따른 영향과 마찬가지로 남성호르몬도 노화에 따라 줄어들어 생활습관병이나 관상동맥질환, 골절, 치매 등 다양한 노인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그림1). 

 

낮으면 이벤트 발생위험 2.9배

현재 일본에서는 확실한 성선기능 저하증을 제외하고는 남성에게 안드로겐 보충요법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아키시타 교수는 고령자의 안드로겐 감소와 그 치료법의 의미를 해명하기 위해 심료내과(내과적 증상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신경증이나 심신증을 치료 대상으로 하는 진료 과목), 건망증외래, 노인병과, 비뇨기과, 내분비대사과, 산부인과, 개호시설 등 각 분야의 협조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3년간 실시된 이 연구는 (1)안드로겐과 노년기의 관련성을 검토하는 관찰연구 (2)안드로겐 보충·대체요법의 효과를 검토하는 개입연구 (3)안드로겐의 작용 기전에 관한 기초연구- 3가지로 구성돼 있다.

안드로겐과 노년기에 대해서는 건강한 중노년층에서 약한 고령자까지 8개 집단(총 900례)을 대상으로, 안드로겐 농도, 질환지표, ADL 등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중노년층 남성환자의 안드로겐 농도와 심혈관이벤트의 관련성을 관찰한 연구는 30∼69세 남성 176례(48±13세)를 대상으로 했다.

아침 공복시에 채혈하여 (1)혈청호르몬 농도(총테스토스테론, 에스트라디올, DHEA-S, 코르티졸) (2)혈청지질(총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3)혈당(4)HbA1C를 측정해 초음파 장치로 상완동맥의 혈류의존성 혈관확장반응(FMD)을 검사했다.

그 결과, 평균 76개월(중앙치 54개월) 추적기간 중에 23례에서 심혈관이벤트가 나타났다. 즉 뇌졸중 6례, 관상동맥질환 9례, 심장사망 2례, 심부전 입원 4례, 말초혈관질환 2례였다.

이러한 질환의 발생과 총 테스토스테론의 관련성을 알아보기 위해 증례를 호르몬농도에 따라 저, 중, 고 3개군으로 나누어 생존 분석을 해 보았다.

그 결과, 총 테스토스테론이 낮은 군은 중간 군~높은 군에 비해 심혈관이벤트 발생이 유의하게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그림2).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FMD나 메타볼릭신드롬과 관련하고 있다. 이번에는 추가로 나이, 체질량지수(BMI),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혈증, 흡연, FMD를 공변량으로 한 비례 해저드 분석도 해 보았다.

그 결과, 총 테스토스테론이 낮은 군에서는 이벤트 발생의 상대적 위험이 2.9배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는 “생활습관병 외래나 남성갱년기 외래 환자에서는 테스토스테론 감소를 감안하여 검사해야 한다. 그리고 감소된 것으로 확인됐을 경우에는 고 위험례로서 혈압, 혈당, 지질 등의 관리와 안드로겐 보충요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충하면 언어기억 개선

안드로겐 보충요법, 대체요법의 효과에 대해서는 건강한 중노년층에서 약한 고령자까지 7개 집단 총 200례를 대상으로 호르몬보충과 운동요법을 실시하여 인지기능, ADL, 운동기능, 호르몬농도에 미치는 효과를 검토했다.

노화에 따른 안드로겐 감소는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에서도 일어난다. 그러나 호르몬보충에는 남성화 등의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남성에게는 테스토스테론을 1일 40mg, 여성에는 테스토스테론보다 작용이 약한 테스토스테론 전구체인 디하이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DHEA)을 1일 25mg 처방했다.

6개월 복용한 결과, 단어기억, 지연재생 등 물건을 기억하는 기능이 개선됐으며 피험자의 약 절반이 시험이 끝난 후에도 복약을 희망했다.

남성에서는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이 전립선암 위험을 높이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아키시타 교수는 “지금까지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이터는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이미 전립선암이나 전립선 비대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남성호르몬을 보충하면 병세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치료시작 전에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 및 배뇨장애를 체크해야 한다고 교수는 지적한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으로 간기능이나 PSA치에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운동하면 테스토스테론 분비 향상

호르몬보충을 대체하는 운동요법의 효과도 효과적이었다.

나가노현 기소무라에서 실시된 낙상 예방을 위한 운동교실에 참가한 여성 30례(평균 69세)에게 스트레칭와 근력운동을 매일 30분씩 하도록 지도했다.

이 운동 교실의 실시 전후로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인지기능의 점수, 악력, 보폭을 조사했다. 그 결과 총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23.0ng/dL에서 32.6ng/dL로 증가했고, 손펴기시험에서는 2.9cm, 최대 걸음폭은 5.3cm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테스토스테론과 유의하게 관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3).

 

아키시타 교수는 “테스토스테론에는 근육을 증강시키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운동하면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올라가 근력이 붙어 ADL를 향상시킨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중년 이후에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하면 생활습관병에서 치매까지 다양한 질환을 발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의 가능성도 시사됐다.

향후에는 갱년기장애에 대해 HRT를 실시하고 폐경 후에는 DHEA로 옮기는 등 새로운 HRT의 치료법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