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질환 막고 면역관해 유도

정상 동물의 말초에서 특정 T세포 집단을 제거하면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을 발병한다. 1985년에 교토대학 재생의과학연구소 사카구치 시몬(坂口志文) 교수가 제시한 실험 결과에서는 면역계에 천성적·항상적으로 발현하는 제어성 T세포의 존재가 밝혀졌다. 제어성 T세포는 자기반응성 T세포를 억제하여 거부반응을 나타내지 않는 면역관용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비 자기항원에 대한 이펙터(effector) T세포의 면역응답도 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대학 감염·면역학강좌 장기이식 면역관용팀 코시바 다카아키(小柴貴明) 교수는 생체 간이식 후 면역억제제 없이도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은 환아에서 제어성 T세포가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입증, 임상현장 최초로 제어성 T세포를 파악해 주목을 끌었다.
 
자기반응성 T세포의 활성화 억제

정상적인 마우스의 비장 또는 림프절의 CD4 양성 T세포에서 특정 집단을 제외한 세포현탁액을 T세포가 없는 누드마우스에 접종하자 갑상선, 타액선, 랑게르한스섬, 위장, 부신, 난소, 정소 등에 장기 특이적인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킨다.

그러나 미리 제거해 둔 T세포를 보충하면 자가면역질환은 발병하지 않는다.

이 특정한 CD4 양성 T세포 집단은 인터루킨(IL)-2수용체 α쇄의 구성성분 CD25를 높게 발현하고 있어 억제기능이 특화된 성숙한 세포집단이다. 정상 흉선에서 생산되어 항상 말초에 존재하는 제어성 T세포로 알려져 있다.

면역학적 자기관용은 자기반응성이 떨어지는 T세포의 흉선에서 발생하는 세포사 또는 말초에서 비활성화를 통해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설명한 실험 결과는 자기 성분에 반응하는 T세포는 제어성 T세포라는 독립적인 T세포 서브인구에 의해 항상 활성이 억제되고 자기관용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제시해 주고 있다.

사카구치 교수는 “생체에는 자신을 공격하는 임파구가 항상 존재하며 이를 억제하는 제어성 T세포도 존재한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제어성 T세포가 자기반응성 T세포의 활성화를 억제시키기 때문에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원인으로 제어성 T세포가 감소하거나 기능부전을 일으키면 자기반응성 T세포에 대한 억제에서 벗어나 자가면역질환을 발병한다. 이 때 어떤 장기를 공격하는지는 개개인의 유전적 배경에 따라 다르다”고 지적한다(그림1).


 
자가면역질환은 오버래핑(overlapping)이 하나의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1형 당뇨병 모델동물 NOD 마우스는 방치하면 갑상선염을 발병한다. 자가면역질환은 장기 특이성을 나타내는 한편 어떤 공통된 발병 메커니즘이 있는 것으로 추측돼 왔다.

이 추측을 입증하는 전형적인 사례가 갑상선염, 1형 당뇨병, 염증성장염, 음식알레르기 등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 IPEX라는 질환이다.

IPEX의 원인유전자는 제어성 T세포의 마스터 조절유전자

IPEX 환자는 남아에만 발생하며 대부분 태어난지 3년 후에 사망한다. 2001년에 X염색체상의 Foxp3라는 유전자가 원인이라는 사실이 마우스와 사람에서 밝혀졌다.

Foxp3가 제어성 T세포의 마스터 조절유전자라는 사실은 그로부터 2년 후 사카구치 교수에 의해 Science에 보고됐다.

IL-2는 말초에서 제어성 T세포의 생존과 유지에 필수적인 사이토카인이라는 사실도 밝혀져 있다. 교수는 정상마우스에 1 mg의 항IL-2 항체를 불과 10일간 투여했는데도 자가면역성 위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IL-2의 공급원은 CD25를 낮은 수치로 발현하는 CD4 양성 T세포다. 또한 CD8 양성 T세포, NK세포, NKT 세포 등에서도 낮은 수치에서 IL-2 유전자의 전사가 나타나 이러한 임파구도 제어성 T세포의 생존과 기능 유지에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한편 IL-2가 과잉된 상태에서는 제어성 T세포의 억제 활성은 없어진다. Foxp3는 IL-2의 생산을 억제하는 한편 IL-2 수용체 발현을 높이고, 면역응답을 포지티브·네거티브하게 조절한다.

교수는 “최근 우리는 AML1이라는 전사인자가 Foxp3와 연동하여 제어성 T세포의 기능 발현에 작용한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또한 CD25보다 특이성이 높은 제어성 T세포의 마커로서 비타민 엽산의 수용체 중 1개인 4형 엽산수용체 FA4(Folate receptor 4)에 주목하고 있다. 제어성 T세포를 이용한 장기 이식에서의 면역관용 유도나 제어성 T세포의 기능을 억제하여 종양면역을 유도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임상 응용에 사용하기에는 그 작용 메커니즘을 좀 더 자세하고 분명하게 하는게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소아생체 간이식 환자 15%가 Spontaneous tolerance

최근 교토대학에서 생체간이식을 받은 환아(0∼16세)의 분석 결과, 제어성 T세포가 이식된 간에서 면역관용 유도에 작용하는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는 데이터가 얻어졌다.

이 대학에서는 간 이식 후 2년 이상 경과한 환자 중 1년간 거부반응이 없었고, 현재 간기능이 정상인 증례를 대상으로 면역억제제 타크로림스를 점감하다가 최종적으로 투여를 중지하는 프로토콜을 실시했다.

프로토콜 도입은 1997년 경부터로 대상은 0∼16세 환아. 성인환자는 제외됐다.

이 대학에서 실시한 소아 생체 간이식례는 지금까지 총 600건에 이르지만, 이 중 약 15%인 87명이 면역억제제를 투여하지 않고도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교수는 이러한 경우를 완전 무처치 상태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면역관용이 유도된 경우로 Spontaneous tolerance라고 부르고 있다 

제어성 T세포 증가 확인

코시바 교수는 상기 Spontaneous tolerance가 나타난 환아 말초혈에서 단핵구를 분리하고 제어성 T세포의 마커인 CD25를 크게 발현하는 CD4 양성 T세포의 비율을 플로사이트 미터로 측정하여 같은 연령대의 건강아, 면역억제제 사용 환아에서의 이 세포의 비율과 비교했다.

그 결과, 면역관용 환아의 제어성 T세포의 비율은 대조군 보다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림2).

 

또한 면역관용 환아의 CD4 양성 CD25 음성 T세포수를 일정하게 유지시킨 상태에서 CD4 양성 CD25 강(强)양성 T세포의 양만 바꾸고, 도너(donor)와 제3자의 단핵구를 항원으로 첨가하여 환아의 CD25 강양성 세포가 CD4 양성 CD25 음성 세포에 미치는 억제효과를 조사했다.

제3자의 단핵구에 대해서는 CD25 강양성 세포가 CD25 음성세포의 9분의 1로 줄어든 시점에서 억제효과가 없어졌다.

도너의 단핵구에 대해서는 CD25 강양성세포가 CD25 음성 세포의 27분의 1로 감소했을 때에야 비로소 억제가 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환아의 제어성 T세포에 의한 억제 효과가 도너에 대해 더 강력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올 2월에는 면역관용 환아의 그라프트속에 FOXP3 단백질 양성세포가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이 면역염색에서 확인됐다.

거부반응이 만성적인 환아의 그라프트 속에는 FOXP3 단백질 양성 세포는 없었다. 사람의 면역관용 이식장기내에서 FOXP3 단백질의 존재가 확인된 것은 5월에 미국이식학회에서 보고된게 처음이다.

코시바 교수는 “성인에서는 C형 간경변 환자의 생체 간이식이 가장 많지만, 인터페론은 거부반응을 유발시킬 수 있어 이식 후 초기에는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이식 간의 재감염은 반드시 발생하여 간경변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소아 환자의 Spontaneous tolerance의 메커니즘을 해명 할 수 있다면 성인 생체 간이식이나 다른 장기 이식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