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투여로 마우스 인지기능 개선

10년 이상 아밀로이드β단백질이 뇌에 축적하여 노인반을 형성, 불가역적인 신경변성을 초래하는 알츠하이머병(AD). 이에 대한 백신요법은 전세계적으로 경이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는 유감스럽게도 중증의 수막뇌염이라는 부작용을 일으켜 중지됐다. 최근 일본국립장수의료센터연구소 타비라 타케시(田平 武)소장은 경구 백신의 인지기능 개선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이 경구백신은 선행 임상시험의 실패를 토대로 제창된 것으로, 모델 마우스와 원숭이 실험에서는 부작용도 없었으며 매우 양호한 결과가 얻어졌다. 이 경구백신의 효과에 대해 알아본다.

Aβ1-43 이용한 백신

현재 일본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자의 약 7%가 인지증(이하 치매)이다. 경도 인지장애(MCI)까지 포함하면 약 1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60∼70%가 AD이며 AD환자는 약 120만명, AD 예비군이라고 할 수 있는 초기 MCI 단계를 포함하면 약 170만명으로 추정된다.

AD의 병리학적 특징은 아밀로이드β(Aβ) 단백질 축적으로 인한 노인반의 형성, 타우단백질 침착에 의한 신경원섬유 변화, 시냅스, 신경돌기, 신경세포의 변성·탈락이다.

그 중에서도 노인반에 침착하는 Aβ단백질이 AD의 발병 메커니즘의 핵심으로 밝혀져 있다.

Aβ단백질은 아밀로이드 전구체 단백질(APP)에서 분리돼 정상적으로 생산되며, 생체 내에서는 40개 아미노산으로 완성되는 Aβ1-40와 42개 아미노산으로 완성되는 Aβ1-42등이 그 주요한 산물이다.

이들 가운데 생체 내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Aβ1-40은 비교적 물에 녹기 쉽고 분해되기 쉽다. 반면 Aβ1-42는 양적으로는 Aβ1-40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불용성이며 응집성이 매우 높고, 신경독성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9년에 사람 APP 유전자변환(Tg) 마우스를 Aβ1-42로 면역시킨 결과 노인반 형성을 예방할 수 있음이 미국 엘란사의 데일 쉥크(Dale Schenk)에 의해 밝혀졌다.

이 연구팀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람 APP Tg마우스를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Schenk 등의 보고를 기초로 합성 Aβ1-42펩타이드에 아주반트(면역활력제)를 혼합한 근주형 백신 AN-1792가 아일랜드의 엘란사에 의해 개발돼 와이스사가 치험을 담당했다.

그러나 실약군 280명의 약 6%가 수막뇌염을 일으켜 2002년에 치험이 중단됐다.

타비라 소장팀이 개발한 AD 신규 백신은 AN-1792에서 이용된 Aβ1-42와 동일한 응집활성과 신경독성을 가진 Aβ1-43를 이용했다.

Aβ1-43 cDNA(complementary DNA)를 아데노 동반 바이러스 벡터에 넣고, 사람 APP Tg 마우스에 경구투여했다.

아주반트는 이용하지 않았다. 이 백신을 생후 45주된 마우스에 1회 투여하자 노인반이 거의 없어졌다는 결과가 나왔다(그림).

 

장관면역 유도

AN-1792의 치험을 중단시킨 수막뇌염은 아급성으로, 의식 장애를 동반하는 다발성 병변 증상을 나타내는 중증이며 무균성이었다.

그 병태는 백신접종 후 뇌척수염이나 감염 후 뇌척수염과 유사했으며 Aβ에 반응성인 T세포 서브 인구Th1 세포의 과잉 반응에 의한 자기면역성 수막뇌염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실패를 거울삼아 타비라 소장은 Th1 세포를 자극하지 않는 방법을 이용, 경구투여로 장관 면역을 유도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항상 여러가지 이종(異種)항원에 노출돼 있는 장은 T세포의 또다른 서브타입인 Th2에 의해 강력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Th1 반응은 억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경구투여로 Aβ에 대한 장관 면역을 유도하면 Th1 자극없이 뇌염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합성 펩타이드를 그대로 투여해도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은 아데노 동반 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했다.”

벡터는 장의 표피세포를 감염시키고 여기서 Aβ1-43펩타이드가 만들어진다. Aβ1-43 cDNA의 상류에 분비 시그널 펩타이드를 삽입하기 때문에, Aβ1-43의 대부분은 장에서 배설되지만, 일부가 체내(점막고유층)로 분비돼 항체가 만들어진다. 혈류를 타고 체내를 돌아다니는 항체는 혈액뇌관문에서 조금씩 뇌로 침투하여 서서히 뇌 전체에 널리 퍼지는 것이 확인됐다.

장의 표면적은 체내에서 가장 크기 때문에 항체의 생산효율도 매우 좋다고 생각된다.
소장은 또 “와이어스사의 임상시험은 2가지 소중한 정보를 얻었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백신을 통해 사람에서도 실제 노인반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시험중단 후 백신투여군 중 다른 질환으로 사망한 9명의 뇌를 부검한 결과, 6명에서 노인반이 완전히 없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의 3명 중 2명에서는 유의하게 감소됐다.

또다른 하나는 실약군의 경과를 추적관찰하여 Aβ에 대한 항체 수치가 자주 높아지는 환자에서는 인지기능 저하가 느려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백신 자체는 AD에 대해 충분히 효과적임이 입증됐다고 할 수 있다.

인지기능 개선 확인

AD의 모델 마우스인 사람 APP Tg 마우스에서 앞서 설명한 것처럼 1회 경구투여만으로도 45주령된 마우스의 뇌속에서 노인반이 거의 완전하게 없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항체 수치는 백신을 투여한 후 4주 무렵부터 상승하여 8주째에 최고조에 도달한 후 점차 낮아졌지만, 반년 후에도 높은 수치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마우스에서는 1회 경구투여하면 적어도 6개월간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이 마우스는 탄생 직후부터 Aβ가 많이 생산됐기 때문에 Aβ에 대해서 면역이 생겼을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지만 안전하다고는 속단할 수 없다. 그래서 뇌에 Aβ가 축적돼 있는 20세 이상의 노령 원숭이를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대조군보다 실약군에서 노인반이 유의하게 감소하고 뇌염 등의 부작용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지견은 2004년 Journal of Alzheimer Disease에 게재돼 같은 해 최우수 논문에 수여되는 알츠하이머 어워드를 수상했다.

최근에는 백신 투여 후 마우스의 인지기능도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Y미로시험은 마우스의 인지기능을 조사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Y자형 미로의 특정 장소에 놓여진 마우스는 반드시 Y의 중심점으로 되돌아온다는 습성을 이용한 시험이다.

예를 들면 중심점에서 Y자형 미로의 좌측으로 올라간 마우스는 인지기능이 정상이라면 자신이 간 방향을 기억하기 때문에 다음에 반드시 다른 방향을 선택한다.

정확하게 다른 방향을 선택하면 1점을 준다. 이와같이 실시하여 백신 1회 경구투여 후 3개월 후에 시험을 실시하여 백신 투여 전의 성적과 비교했다. 그 결과 정상군과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까지 인지기능이 회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Mouri A, et al. FASEB J 2007).

사람 APP Tg 마우스는 사람으로 치면 50세 전후에 해당하는 생후 10개월 무렵부터 인지기능이 낮아지기 시작한다. 백신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에서는 생후 13개월째에 Y미로 시험 성적은 떨어진다.

경도일 때부터 백신투여

사람에 백신을 투여하면 어느 정도 인지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 앞서 설명한 임상시험 중지 후 실약군을 추적관찰한 결과 백신 투여 전에 인지기능 검사인 Mini-Mental State Examination(MMSE)에서 20점이었던 사람이 백신 투여 후 30점이 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백신으로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줄어들거나 현상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타비라 소장은 “AD는 뇌세포의 상당수가 죽고, 보상기능도 잃어버리는 시점에서 발병한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백신을 투여해 노인반을 없애도, 이미 신경네트워크는 엉클어져 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추측을 근거로 백신 투여는 AD발병 전 MCI를 보이는 단계에서 실시하는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MCI인 사람이 반드시 AD가 발생한다고는 할 수 없고, 혈관성 치매를 일으키거나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 중에서 향후 확실히 AD로 진행하는 경우만을 골라내기 위해서는 MCI와 영상진단을 조합하여 발견해 내는게 최선의 방법이다.”(타비라 소장)

AD의 영상진단으로 현재 전세계적으로 많이 실시되고 있는 것은 포지트론 단층촬영법(PET)을 이용한 아밀로이드 이미징,[11C]PIB PET(11C:carbon 11, PIB:Pittsburgh 화합물)로, 뇌속의 Aβ 축적을 특이적으로 검출할 수 있다.

이 영상진단과 MCI를 조합하여 백신을 투여할지 아니면 경과를 관찰할지를 결정하는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