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람음성간균인 레지오넬라(Legionella pneumophila) 감염으로 발생하는 레지오넬라 폐렴은 우리나라에서는 제3군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일단 발병하면 중증화되기 쉽다고 알려져 있으며 인공호흡기를 이용한 고산소요법이 필요한 경우가 약 절반에 이른다. 하지만 이러한 고산소요법이 오히려 증상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 토호대학 미생물·감염증학 야마구치 게이조(山口惠三)교수는 고산소요법 자체가 레지오넬라 폐렴의 악화를 조장한다고 판단, 동물실험에서 그 가설을 입증하는 데이터를 얻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서 들어본다.

입원환자 절반 인공호흡기 필요
 
레지오넬라폐렴의 임상적 특징은 염증성 변화를 보여주는 C반응성단백질(CRP) 수치가 높거나 GOT, GPT 등의 효소가 상승하면서 호흡곤란을 유발하고 의식이 없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고도의 저산소혈증이 나타나며 저산소혈증의 정도는 흉부X선상의 음영 정도보다 높은게 하나의 특징이다.

호발연령은 40∼70대, 특히 남성에 많으며 위험인자로는 목욕탕, 흡연, 만성기도감염증, 당뇨병, 신장 질환, 면역부전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발병시에 기초질환이 없는 경우가 약 70%를 차지한다. 사망률은 20%를 넘는다.

야마구치 교수가 고산소요법이 레지오넬라감염에 의한 급성폐장애를 조장시킨다는 의심을 하게 된 것은 레지오넬라폐렴에 의한 사망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토호대학에서 레지오넬라 폐렴 제1호 증례(43세 남성)는 제4병일에 균이 분리, 진단이 확정돼 에리스 로마이신과 리팜피신을 투여했으나 폐장애가 급속히 악화돼 제6병일에 사망했다. 부검시 균자체는 완전하게 제균된 것으로 판명됐다.

이 증례는 고도의 저산소혈증을 초래했기 때문에 제1병일부터 인공호흡기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 환자뿐만아니라 레지오넬라폐렴 증례는 저산소혈증이 뚜렷해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인공호흡기 사용례는 45.3%에 이른다.

감염+고산소로 마우스 치사율 증가

교수는 “그러나 신속하고 적절하게 항균제를 투여해 균을 제거했는데도 불구하고 폐장애가 더욱 급속하게 진행된 것은 고산소요법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판단, 교수는 마우스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통해 가설의 기초를 만들었다.

사육환경의 산소농도를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는 방을 이용하여 마우스를 고산소노출군, 레지오넬라 감염군, 감염+고산소노출군 등 3개군으로 나누어 관찰한 결과,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얻어졌다.

마우스를 고산소에 노출시켜도 마우스는 사망하지 않았다. 또 레지오넬라를 기도를 통해 감염시켜도 마우스 사망률은 10%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레지오넬라를 감염시킨 마우스를 고산소에 노출시키자 8일 이내에 대부분의 마우스가 사망했다.

이 결과가 레지오넬라에 특이적인 현상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동일한 조건하에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을 감염시키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폐렴간균 감염마우스를 고산소에 노출시켜도 사망률은 약 60%에 그쳐 일반환경에서의 폐렴간균 감염에 의한 사망률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그림1). 결국 감염+고산소에 의한 사망은 균종에 따라 차이가 있음이 밝혀졌다.
 

야마구치 교수는 비교대조군으로 폐렴간균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레지오넬라가 세포내 기생성인 반면 폐렴간균은 비세포내 기생성이기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포의 아포토시스 조장?

레지오넬라감염 마우스는 모두 폐중량이 증가했으며 감염+고산소노출군에서 폐중량은 더욱 증가했다. 감염+고산소군의 폐포세정액 내 알부민이 뚜렷하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고산소하 감염군에서는 폐조직의 투과성이 높아지고 폐속에 염증성 삼출액이 저장돼 있다고 생각됐다.

그러나 감염군과 감염+고산소군의 폐속의 레지오넬라균의 양을 비교해도 양쪽군의 균량에는 차이가 없었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균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야마구치 교수는 “레지오넬라 감염에 고산소가 추가되면 마우스에는 치사적으로 작용하는데, 이 때 균량이 오히려 감소한다는 것은 고산소 상태에서는 단순히 감염증 자체의 병세가 악화되었기 때문에 마우스가 사망한게 아님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왜 감염+고산소상태에서 치사적인 급성폐장애가 일어났을까. 이 점은 아직 블랙박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혈관내피장애나 폐포표피장애의 항진, 고사이토카인 상태, 활성산소에 의한 조직장애, 세포의 아포토시스 등 몇가지 요인이 추정되고 있다. 이들 중 교수는 특히 아포토시스에 주목했다.

레지오넬라감염 자체가 폐포의 아포토시스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감염+고산소는 레지오넬라에 의한 세포의 아포토시스를 더욱 조장시킨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아포토시스는 죽음의 수용체라는 종양괴사인자(TNF)α수용체나 Fas·Fas 리간드를 개입시킨 자극이, 세포내 단백질 분해효소 caspase 패밀리에 전해지면서 caspase cascade가 활성화되어 DNA가 분해된다.

여기서 caspase-3와 DNA 분해의 마커인 히스톤 DNA를 아포토시스의 지표로 하여 마우스 폐조직에서의 검출을 시도한 결과, 어느 쪽의 지표도 감염+고산소군에서 분명히 높은 비율로 검출됐다(P<0.05, 그림2).

 
또한 아포토시스를 특이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TUNEL 염색에서도 감염+고산소군에서 폐조직의 뚜렷한 아포토시스상이 관찰돼 감염+고산소군의 폐장애 급성악화에 아포토시스가 관여하는 것으로 시사됐다(그림3).

 

임상에서 검증이 급선무


최근 교수팀에서는 Fas 유전자를 녹아웃시킨 마우스를 이용한 검토도 실시됐다.

하지만 이러한 마우스에서는 레지오넬라 감염+고산소하에서도 사망률은 Fas 유전자 비결손군보다 유의하게 낮았다(P<0.05). 이 결과 역시 감염+고산소하에서의 아포토시스의 항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농도 산소가 세포를 상해시킨다는 사실은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감염증과 관련하여 이러한 명확한 데이터가 나타난 것은 처음으로 해외에서도 주목되고 있다.

교수팀은 마우스에 caspase 억제제, 간세포성장인자(HGF), interferon c 등 다양한 물질을 투여하여 감염+고산소하에서의 급성폐장애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현재 유의한 결과는 얻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유일하게 caspase 유전자를 타깃으로 만든 siRNA(short interfering RNA)를 투여하여 caspase의 발현을 억제시키는 실험에서 유효성이 나타나는 결과가 얻어져 주목되고 있다.

야마구치 교수는 “레지오넬라 감염+고산소에서의 아포토시스 항진 메커니즘은 아직 충분히 밝혀져 있지 않다. 게다가 지금까지 얻어진 데이터는 어디까지나 마우스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사람에서도 실제로 마우스에서 관찰된 것처럼 동일한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확인해내는게 급선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