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맥경화로 인한 허혈성 심질환의 발병 억제에 에스트로겐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최근 비허혈성 심부전의 중요한 원질환(原疾患)인 심비대를 가진 환자에서도 심질환에 의한 사망빈도가 여성에서 높으며 고혈압을 가진 폐경여성에서는 에스트로겐 보충요법(HRT)에 의해 심근중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폐경 후 5년 이상 지나면 좌실후벽과 중격벽의 두께가 약 10% 두꺼워진다고 보고돼 에스트로겐이 심비대를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는 사실이 나타나고 있다. 에스트로겐의 심비대 억제 메커니즘 및 임상에서 에스트로겐의 심근보호작용에 대해 최신 지견을 오사카대학 병태정보내과학 노데 고이치 교수로부터 들어보았다.

심근세포에 직접 작용

에스트로겐은 혈관평활근세포나 혈관내피세포에 존재하는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통해 혈관보호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심근세포나 섬유아세포에도 에스트로겐수용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노데교수는 안지오텐신II(AII)를 지속투여해 만든 래트 고혈압성 심비대 모델에서 17베타-에스트라디올(E2)이 심비대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그림1). 노데교수는 이것이 에스트로겐의 혈관보호작용에 의한 간접효과뿐만 아니라 에스트로겐의 심근세포에 대한 직접효과라는 사실을 조사하기 위해 래트태아 심근세포를 이용하여 AII에 의한 심근세포 비대에 대한 E2의 억제효과를 검토했다.

그 결과, E2는 AII에 의한 심근세포에서의 류신(leucine)의 흡수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그 억제효과는 에스트로겐수용체 억제제 ICI 182780에 의해 사라진다는 사실에서(그림2), E2에 의한 심근세포 비대억제는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매개하는 작용으로 밝혀졌다.




또 심비대 마커인 artrial natriutic factor(ANF) 프로모터활성의 증가도 E2에 의해 억제됐다.

심비대의 세포내 시그널은 포스포리파아제C(PLC) 활성화에서 2가지 경로로 나누어 ANF활성화로 전달되는데 그 중 한 경로는 Ca2+생산, 칼시뉴린활성화, 전사인자 NF-AT3활성화. 또다른 경로는 프로테인키나아제C활성화, extracellualar signal-regulated kinase(ERK)활성화, 전사인자 AP-1활성화인 것으로 보고됐다.

E2는 양쪽 경로의 전사인자의 활성화를 억제시킨 후 PLC활성화 보다 상류의 시그널을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GS4활성화 통해 심비대 시그널 억제

PLC활성화의 상류 시그널 중에서 막에 존재하는 3량체 G단백, 그 중에서도 심비대 형성에 중요한 Gq단백의 활성화가 고려되고 있다.

노데 교수는 E2가 AII에 의한 Gq단백의 GTP결합능이 증가하지 못하도록 억제하지만 억제성 G단백인 Gi단백이 GTP화 결합하는 능력 및 AII가 AII수용체와 결합하는 능력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3).



또 에스트로겐이 RGS4의 활성 증가로 Gq단백의 활성화를 억제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RGS4는 G단백의 활성조절에 중요한 단백으로 만일 없어질 경우 심비대를 형성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으로 노데 교수는 『에스트로겐은 RGS4의 활성화를 통하여 Gq단백활성을 억제하고 또한 PLC의 활성화를 억제하여 하류 2개 경로를 억제하여 심비대 시그널을 억제할 수 있다. 에스트로겐이 RGS4를 활성화시키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향후 검토과제이지만 RGS4처럼 상류에서 작용하기때문에 에스트로겐의 심근세포 비대억제 효과는 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간접적으로 작용하는 다양한 심근보호작용도

또 에스트로겐 투여 1시간 후에 AII로 자극해도 Gq단백의 활성은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나 에스트로겐의 심비대 억제효과는 유전적인 시그널을 매개하지 않고 non-genomic한 급성효과라는 사실도 지적되고 있다.

에스트로겐은 이러한 심근세포에 대한 직접작용 외에 혈관내피세포에 존재하는 일산화질소 생산효소(eNOS) 활성화에 의한 일산화질소(NO)의 생산촉진이나 내피유래 과분극인자(EDHF)의 증가, 이것을 통한 세포내 Ca2+과부하억제, 심비대 또는 심장 리모델링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섬유아세포의 증식억제 또 마크로파지나 T림프구 등 면역담당세포의 활성화억제에 의한 염증성 사이토카인생산억제 등 여러 작용에 의한 간접적인 심근보호작용을 보여준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한다(표 참조).

심혈관조직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SERM에 기대

폐경여성에 나타나는 노작시 숨이 차거나 동계, 흉통 등의 증상은 통상적인 검사에서는 이상이 나타나지 않고 갱년기장애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노데교수는 그러나 『내인성 에스트로겐이 저하되면 심근확장능이 저하하고 노작시 숨이 차거나 교감신경활성이 상승하여 동계가 일어나거나 심비대에 의해 심근혈류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허혈이 되기 쉽고 흉통이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폐경여성이 호소하는 증상의 일부는 내인성 에스트로겐의 저하에 의한 심혈관기능장애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심에코검사에서 최초로 심근확장 부전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사실에서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에 HRT에 의한 심근보호효과가 기대되지만 자궁체암이나 유방암의 발생 또 프로게스테론병용에 의해 정맥내혈전의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라고 한다.

최근 미국에서 개발된 골다공증을 적응증으로 임상사용되고 있는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SERM)은 에스트로겐수용체와의 결합이 조직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조직특이성을 보이며 자궁이나 성선, 유선조직에 대한 작용은 약하지만 골다공증이나 동맥경화의 예방에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노데 교수는 동물실험에서 SERM의 하나인 랄록시펜이 심근세포비대억제효과와 심근경색 축소효과, NO와 EDHF의 생산 증가를 매개하는 심근을 보호하는 작용이 있음을 확인했다.

현재 랄록시펜에 의한 관상동맥질환의 재발예방을 목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 Raloxifen Use The Heart(RUTH) trial이 진행되고 있으며 2004년에 그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노데 교수는 『향후 대규모 임상시험에서도 여성 참가자를 늘리고 분석할 때에는 폐경이나 HRT의 유무를 고려하고 또 약제의 효과판정에서는 성차와 연령에 관한 상세한 서브분석을 실시해야 한다. 55세 이상의 여성이 갱년기에 들어가 만성심부전환자가 증가하고있는 가운데 그 기초질환인 허혈성 심질환이나 심비대에 대한 케어는 앞으로 더욱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SERM같은 에스트로겐관련제제에 의한 치료는 사회적으로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에스트로겐 이용한 심보호효과 남성도 동일

끝으로 노데 교수는 내인성 에스트로겐의 영향은 폐경여성만 받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폐경전 여성에서도 에스트로겐수용체나 에스트로겐생산계의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 동맥경화나 심질환 등이 야기되는 경우가 있다.

또 동물실험에서는 에스트로겐 또는 SERM에 의한 심근보호효과가 수컷에서도 확인되고 있다고 한다.
노데 교수는 『연령을 매치시킨 남성과 여성에서 허혈성 심질환의 발병빈도를 비교하면 75세 이상의 폐경여성에서는 남성보다도 높아지고 또 심부전의 발병빈도에서도 폐경여성이 같은 연령대의 남성보다 높다고 보고되고 있다.

남성에서도 혈관내피세포나 심근세포에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존재하며, 혈중 에스트로은 폐경여성과 폐경전 여성의 중간정도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남성의 혈중 에스트로겐 레벨을 폐경전 여성의 에스트로겐 레벨까지 컨트롤할 수 있다면 심보호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심혈관조직에 선택적으로 작용시킬 필요가 있어 금후 SERM같은 약제가 폐경여성 이외에도 널리 적응되도록 더 많은 연구가 실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