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만성간장애의 종착점인 간경변을 치료하는 방법은 복수나 식도정맥류 등 합병증에 대한 대증요법만 있을 뿐 현재 생체 간이식 외에 근치요법은 없다. 하지만 최근 미량의 약물투여로 간경변을 완치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본 삿포로의대 니이츠 요시로 교수팀은 간섬유화의 원인으로 생각되는 간성(肝星)세포에서 콜라겐 생산에 필수적인 샤페론 단백질(chaperone protein)에 small interfering RNA(siRNA)를 투여해 래트의 치사적 간경변을 치유시키고, 간을 재생시키는데 성공했다. Nature Biotechnology 2008년 3월 30일 온라인판에서 보고된 결과를 니이츠 교수로부터 직접 들어본다.

타깃은 활성 간성세포의 샤페론단백질 gp46

간섬유화의 제1 원인인 간성세포는 간의 유동벽과 간실질세포 사이에 있는 디세강(space of Disse) 속에 존재한다.

생리적 조건하에서는 비타민A를 흡수하여 세포질 속에 저장하는 역할을 하지만, 병을 일으킨 간조직에서는 활성산소나 여러 가지 사이토카인의 자극을 받아 활성화된다.

그렇게 되면 줄기섬유아세포 형질로 바뀌어 대량의 콜라겐을 생산하게 된다.

콜라겐은 활성화된 간성세포의 소포체 속에서 프로 콜라겐으로서 생성된 후 α체인이라는 폴리펩타이드 체인 3개가 합쳐진 특이한 나선구조를 형성하여 세포 밖으로 분비되어 침착된다.

콜라겐 생성 과정에서 나선구조의 형성과 안정화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게 소포체에 존재하는 샤페론 단백질이다.

사람의 콜라겐 특이적 샤페론이 heat shock protein 47(HSP47), 래트에서는 gp46가 사람 HSP47의 호모로그에 해당한다.

니이츠 교수팀은 간섬유화 억제 타깃으로 콜라겐 특이적 샤페론을 겨냥했다.

샤페론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시켜 래트의 간성세포에서 콜라겐 생성을 막는 전략이다.

비타민 A혼합 리포솜에 siRNAgp46 탑재 

지금까지 콜라겐 합성을 막아 간섬유화를 억제시키는 시도는 많았지만 임상 응용까지 도달한 경우는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치료의 타깃을 특정 세포나 특정 분자에 특화시킬 수 없어 광범위한 부작용이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니이츠 교수팀은 이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 간성세포가 원래 비타민A 흡수에 특화된 세포라는 점에 착안해 전략을 세웠다.

“비타민A는 혈중에서는 레티놀 결합단백질(RBP)과 결합해 존재하는데 이 단백질을 간성세포 표면의 RBP에 대한 수용체로 인식한 비타민A는 이 수용체를 통해서 RBP와 결합한 형태로 세포 속으로 들어간다.

별세포 속에 들어간 비타민A는 RBP에서 떨어져 나가고, 이어 세포질에 존재하는 세포속 RBP(CRBP)와 결합한 다음 또다시 떨어져 나가 비타민A 리셉터와 결합하여 핵으로 이동한다.

여기서 래트 콜라겐의 샤페론인 gp46를 특이적으로 억제하는 small interfering RNA(siRNA)를 리포솜에 탑재한 약물전달 시스템(DDS)을 생각했다. 물론 이 리포솜을 확실히 간성세포에 전달하기 위해 리포솜의 지질이중막에 비타민A를 혼합하기로 했다.”

타깃 mRNA를 특이적으로 절단하는 siRNA는 21∼23염기의 2본쇄(double chain) RNA가 이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이보다 약간 긴 27염기 2본쇄 RNA가 저농도로도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교수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gp46mRNA를 절단하기 위한 최적의 배열상태를 결정하여 27염기의 2중 체인 siRNA(이하 siRNAgp46)를 만들어 비타민A를 혼합한 리포솜에 도입(이하, VA-lip-siRNAgp46)했다.

정맥를 거쳐 래트 체내에 들어간 VA-lip-siRNAgp46는 간성세포 표면에 있는 RBP리셉터를 통해 들어간 후 리포솜에서 방출돼 1본쇄가 된 siRNAgp46는 RNA-induced silencing complex(RISC 복합체)에 흡수된다.

RISC 복합체는 siRNAgp46를 가이드로 삼아 gp46mRNA에 결합해 절단시킨다. 이를 통해 간성세포 소포체 내에서 콜라겐이 지속적으로 생산되지 못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그림).

 

치사적 간경변 모델 구명

VA-lip-siRNAgp46가 치사적 간경변 래트를 살릴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우선 1% 디메틸니트로사민(DMN) 1mL/kg을 주 3회 연속해서 래트 복강 내에 투여했다.

대조군에 투여하는 약제는 비타민A를 섞지 않는 siRNAgp46 탑재 리포솜(lip-siRNAgp46), siRNA의 타깃을 gp46 외에 무작위 배정한 mRNA로 한 경우(VA-lip-siRNA random), siRNA 무탑재(VA-lip), 비타민A 단독, 인산완충 생리식염액(PBS)을 준비했다.

DMN으로 처리한 래트는 복강내 투여한지 24일째에 중증 간경변이 발생하는데, 그 후에도 3주 동안 복강내 투여를 계속했다.

VA-lip-siRNAgp46와 대조군에서 사용된 약물 현황은 0.1mg/kg 주 2회, 0.5mg/kg 주 2회, 0.75mg/kg 주 2회, 0.75mg/kg주 3회를, 각 군 모두 DMN 처리한 다음 3주째부터 정맥주사하여 4주 연속 투여해 생존율을 추적했다.

래트는 실약군, 대조군 모두 주 2회 투여에 6마리, 주 3회 투여에 12마리씩 배정했다.
대조군의 경우 실험한지 7주째에 모든 래트가 사망했다. VA-lip-siRNAgp46 투여군은 약물 농도에 비례하여 생존율이 높아졌다. 0.1mg/kg 주 2회군은 6주까지 모든 래트가 생존했지만 8주까지 80% 이상이 사망, 관찰기간 11주까지 모두 사망했다(대 조절군 P<0.05).

0.5mg/kg 주 2회군은 7주까지 모든 래트가 생존, 65%가 11주 이상 생존했다(P<0.0001).

0.75mg/kg주 2회군은 8주 이후 1마리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으며 나머지 83%는 관찰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생존했다(P<0.0001). 특이한 사실은 0.75mg/kg 주 3회 투여군에서는 12마리 모두 생존했다(P<0.0001,).

 

간은 치사적 간경변에서 재생 가능

VA-lip-siRNAgp46 0.75mg/kg을 주 3회 4주간 투여한 DMN 처리 래트의 간조직을, 약물투여 종료 직후인 47일째와 3주 후인 70일째에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모든 래트가 거의 정상적인 간구조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회복 정도는 47일째에는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70일째에는 원래의 간 조직에 가까운 형상과 부드러움을 되찾고 있었다.

또한 혈청 빌리루빈 치나 세포외 매트릭스 형성의 마커로서 중요한 혈청 히알루론산치가 정상 래트에 가깝게 나타나 기능적으로도 매우 뚜렷하게 회복됐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니이츠 교수는 “우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VA-lip-siRNAgp46 투여가 단순히 세포 외에 콜라겐 침착을 억제시킨 것 뿐만 아니라 좀더 강력한 메커니즘이 작용했다고 보고 활성화 간성세포의 아포토시스가 유도된 사실을 TUNEL 염색으로 확인했다.

“활성되어 줄기섬유아세포로 형질이 바뀐 간성세포는 대량의 콜라겐 생산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침착된 콜라겐에서 서바이벌 시그널을 받아 이른바 일종의 오토클라인 기구가 작용하여 더욱 증식·활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악순환이 siRNAgp46의 투여로 차단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간이 정상인 래트에는 siRNAgp46를 투여해도 간성세포에는 아포토시스는 물론 전혀 아무런 변화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다른 래트 간경변 모델서도 효과

니이츠 교수팀은 이번 효과를 재확인하기 위해 CCl4 간경변 래트, 담관 결찰 간경변 래트에도 동일한 치료를 했다. 그 결과, 간섬유화가 사라지로 간조직이 재생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실험은 간경변을 극복하면 간은 어렵지 않게 재생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교수는 연내에 원숭이를 이용한 전 임상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