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뇌졸중 환자에 음악을 들려주면 회복되는 정도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핀란드 헬싱키 뇌연구센터와 헬싱키대학 심리학부인지뇌연구소 테포 사르카뫼(Teppo Sarkamo) 교수팀은 뇌경색 환자에 하루 2시간 정도 음악을 들려주면 아무것도 듣지 않은 환자나 소설 등을 들려주는 오디오 북을 들은 사람에 비해 언어적 기억이나 집중력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기분도 좋아지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Brain(2008; 131: 866-876)에 발표했다.

이러한 효과가 사람에서 확인된 것은 이 연구가 처음이다. 사르카뫼 교수팀은 이번 지견에 대해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연구자인 그는 “특히 이 단계에서 다른 사회복귀요법이 아직 불가능한 경우에 음악요법을 시도할만한 가치가 있다. 이 요법은 인지력 및 기억력을 쉽게 회복시키는 방법으로, 각 환자에서 치료의 타깃을 좁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실시할 수 있다”면서 음악요법의 효과를 강조했다.

교수팀은 2004년 3월∼06년 5월에 왼쪽 혹은 오른쪽 대뇌 반구의 중대뇌동맥(MCA)에 경색을 일으킨 환자 60례를 대상으로 단일 무작위 비교시험을 실시했다. 개입시기는 환자 입원 후 되도록 신속하게 실시됐다.

그는 “회복기 첫 몇주 또는 몇개월 사이에 뇌는 극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뇌경색 발병 후 급성기에는 되도록 빨리 음악요법을 시작하는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뇌의 변화는 외부 환경의 자극을 통해 증폭될 수 있는 것으로 이미 판명됐다고 한다.

60%서 언어기억 개선

환자 대부분은 뇌경색 때문에 주의력이나 기억력 등의 인지 과정에 문제가 있으며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교수팀은 환자를 음악청취군, 언어청취군, 대조군 등 3개군으로 무작위로 나누었다.

그 후 2개월 동안 음악청취군에는 환자가 좋아하는 장르(팝스, 클래식, 재즈, 포크송 등)의 음악을 또 언어청취군에는 좋아하는 오디오 북을 들려주었다.

한편 대조군에는 소리를 들려주지 않았다. 또한 3개군 뇌경색의 표준적 사회 복귀요법을 받았다.

교수팀은 뇌경색 발병 6개월 후까지 환자를 추적조사하여 평가했다. 시험을 끝까지 마친 환자는 54례였다.

그 결과, 뇌경색이 일어난 첫번째 주에 비해 3개월 후에는 음악청취군의 60%에서 언어기억이 개선됐다.

한편 언어청취군에서는 18%, 대조군에서는 29%였다. 마찬가지로 집중적 주의(지적활동을 조절·완수하고 반응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는 음악청취군에서 17%가 개선됐지만, 언어 청취군과 대조군에서는 개선되지 않았다.

이러한 차이는 6개월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음악청취군에서는 대조군에 비해 우울 경향이나 기분의 혼란정도도 적었다.

교수팀은 “3개군 간 인지기능 회복의 차이는 음악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음악(63%)에는 가사도 포함돼 있었다”면서 환자의 회복 정도를 개선시키는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음악의 구성요소(즉 악곡과 보컬의 조화)라고 밝혔다.

교수팀은 또 이번 결과를 단일시험에서 나온 것이라서 향후 기대되는 바가 크지만 신경학적 기전을 해명하는데는 추가 연구를 재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음악을 들려준다고 해서 모든 환자에 효과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결과를 신경학적 기전을 해명하는 증거로 보아서는 안된다. 음악요법은 다른 치료법의 대체가 아니라 언어요법이나 신경심리학적 사회복귀요법 등 적극적인 치료에 부가하는 존재다.”

한편 교수팀은 뇌경색 환자의 회복을 돕는 음악요법의 신경학적 기전으로 다음 3가지 항목을 제시햇다.

(1)도파민작동성 중간피질변연계(기쁨, 보상, 각성, 동기마련, 기억 관련 신경계)를 통한 각성(경계), 주의, 기분을 강화시킨다

(2)뇌손상 영역의 회복을 직접 자극시킨다: 뇌의 유연성, 즉 손상 후 신경네트워크를 수복 및 쇄신시키는 능력에 관여하는 보편적인 기전을 자극한다

(3)뇌경색 발병 첫 몇주간∼몇개월 사이에는 뇌의 유연성 관점에서 보면 사회복귀요법 훈련에 이상적이지만 이 치료가 가능한 시기에는 대부분 하루의 약 4 분의 3은 치료를 전혀 받지 않는다.

대부분의 환자가 병실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움직이지도 않고 누구와도 접촉하는 경우가 없다는 사실은 다른 연구에서도 증명돼 있다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음악을 들으면 인지기능이 회복돼 우울한 기분을 없앨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음악요법은 저렴해서 쉽게 실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결론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