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노스캐롤라이나주 다람】 듀크대학의료센터 하워드 로크먼(Howard Rockman) 박사는 노스캐롤라이나대학(UNC)과의 공동연구에서 비대해진 심장이 건강한지 심질환의 잠재적 위험을 갖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경우 비대해진 원인인 생리학적 스트레스의 성질보다는 지속기간이 더 중요하다고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2006;116:1547-1560)에 발표했다.

비대 이전에 심근세포 이상

로크먼 박사는 “이 차이는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심장의 비대는 운동에 대한 자연스럽고 유익한 반응으로 일어나기도 하지만 심부전 등 병상을 경고하는 초기 징후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에 의하면 마우스를 이용한 실험에 기초한 지견은 심비대에 관한 장기간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박사는 “운동선수의 심장은 정상인보다 크다. 한편 고혈압환자의 심장도 정상보다 큰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운동 등으로 인한 심장부하는 유익하고 고혈압 등의 부하는 해로운 것일까.

운동을 하는 경우 혈중 산소를 증가시키기 위해 펌프 운동을 하는 심실이 커진다. 그러나 심부전환자에서는 심장벽 자체의 두께와 중량이 증가하기때문에 혈액을 뿜어내는 효율이 떨어진다.

박사는 “왜 일부 심장 스트레스(부하)는 심장에 좋은 영향을 주지만 다른 스트레스는 심질환을 일으키는가라는 의문에 대해 1세기 이상 격한 논쟁이 반복돼 왔다. 일반적인 견해에 따르면 운동은 단속적이지만 고혈압은 만성상태이기때문에 심장스트레스의 지속기간이 키포인트라고 생각돼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병적인 상태를 일으키는 것은 스트레스의 기간이 아니라 그 성질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서 마우스의 심장에 단속적인 고혈압 등의 스트레스를 가하면 심근세포의 이상과 혈관이 손상되는 일련의 질환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또 이러한 잠재적인 유해반응은 심장 자체가 비대해지기 전에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심장의 분자서명이 열쇠

연구팀은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마우스에 고혈압을 유발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봉합사로 대동맥 주변을 조일 수 있게 하고 이 실을 체외에서 조작했다.

이번 마우스 실험에는 동맥을 하루 2회, 90분간씩 결찰하는 군(고혈압군)과 1일 2회, 90분간씩 수영 또는 회전차에서 달리게 하는 군(운동군) 등 2개군으로 나누어 검토했다.

간격을 두고 전 개체를 대상으로 심장과 심혈관계를 유전학적 그리고 조직학적으로 분석했다. 운동군과 고혈압군을 비교한 결과 매우 일찍부터 중요한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로크먼 박사는 “7일이 지난 시점부터 수영을 시킨 마우스의 심장은 커졌다. 고혈압 마우스의 심장도 마찬가지로 비대해졌으며 외견상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각 심근세포는 이미 뚜렷한 구조적 이상과 세포이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심근세포의 표면이나 근세포에 위치하는 베타 아드레날린 작동성 수용체의 기능에 확실한 변화가 나타났다. 이 수용체는 세포막에 존재하는 단백질 스위치로서 운동이나 스트레스에 반응하여 심장의 펌프작용을 증진시키기 위해 아드레날린 호르몬으로 활성화시킨다.

박사는 “혈압이 높아지면 근세포가 늘어나는데 이로 인해 혈관내막의 완전성을 방해하는 인자가 혈류속에 방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달리기나 수영 등 지구력을 높이는 운동은 심장부하가 늘어나도 근세포에 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유익하다. 반면 혈압을 급격하게 높이는 활동은 심비대라는 병적 상태에 이를 수 있다.

박사는 “웨이트트레이닝의 경우 과도한 심장 부하가 돌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번 실험의 마우스에 나타난 것처럼 심비대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패닉 상태에서 갑작스레 깨어나는 경우가 많은 수면시 무호흡 환자는 비정상 마우스와 유사한 심비대를 보이는 것으로 예측된다. 즉 일상생활에서 절도 있는 생활이 요구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과에서 박사는 “심장의 비대와는 스트레스에 대한 시간의존성 심장의 반응이지만 그 자체는 반드시 심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는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심장의 적응, 또는 쇠약을 유발하는 요인은 심장의 비대 자체가 아니라 과다한 스트레스를 받은 심장의 분자서명(molecular signature)에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