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급성 부신기능부전(adrenal insufficiency, AI)이라도 적절한 치료와 당질 코르티코이드를 투여하지 않으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존스홉킨스대학 로베르토 살바토리(Roberto Salvatori) 박사는 “AI 증상은 비특이적인데다 종종 장기간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지 않아 매우 위험한 상태에서 경과를 보낸다”고 JAMA(2005;294;2481-2488)에 발표했다.

여러 문제일으키는 징후

AI가 사망을 일으킬 정도의 위험한 질환이라는 점 외에도 적절한 대처가 필요한 이유가 몇가지 있다. 특징적인 증상이 있는 경우, 특히 자가면역질환 기왕력이 있거나 하수체기능 저하증과 일치하는 징후가 있으면 AI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문제삼을만한 징후로는 만성피로감, 관절통, 식욕부진, 이유없는 체중감소, 복통, 구토, 설사 등이다. 저나트륨 혈증은 원발성(primary), 이차성(secondary) 등 모든 AI에서 일어날 수 있다.

식염부족, 기립성저혈압, 전해질이상 등의 광질 코르티코이드 결핍 징후는 원발성 AI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징후가 종종 알도스테론이나 코르티졸의 결핍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피부나 점막의 과도한 색소침착은 원발성 AI에서만 나타난다.

자가면역성 부신염 이후에 원발성 AI가 발생했다면 멜라닌 색소가 없어져서 피부색이 하얗게 변하는 백반증, 갑상선기능저하증(하시모토갑상선염), 악성빈혈과 1형 당뇨병이 발생할 수 있다.

별다른 이유없이 심혈관이 악화됐을 경우에도 AI를 고려해야 한다. 패혈증, 폐색전증, 급성신부전, 급성심근경색, 심부전 환자에서는 부신출혈이나 경색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항인지질항체의 존재와 약리적 항응고요법을 실시한 경우에도 부신출혈 또는 경색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살바토리 박사는 “조조(早朝) 혈청코르티졸 수치에 관계없이 원발성 AI환자는 이차성에 비해 심한 증상을 보인다. 이차성 AI환자는 스트레스가 없으면 괜찮지만 신체적으로 무리하는 경우에는 심혈관계 부조나 저혈당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한다.
단계적 정밀검사 필요

심혈관계 질환이 중증일 경우에는 AI 의심 뿐만아니라 검사결과를 기다릴 필요없이 당질 코르티코이드를 투여해야 한다.

AI가 의심된다면 가장 비용이 들지 않는 검사방법부터 단계적으로 한다. 우선 혈청코르티졸을 측정한다. 이때 아침 6~8시에 채혈한 혈청 코르티졸치와 혈장부신피질자극호르몬(ACTH)을 이용한다.

물론 검사하기 전에 직업력을 세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교대근무자이거나 통상과는 다른 생활패턴을 가진 경우에는 코르티졸의 서카디언리듬(circadian rhythm)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혈청 코르티졸 수치가 3㎍/dL 이하라면 혈장 ACTH치가 원발성과 이차성을 구별하는 도움이 된다. 조조 코르티졸수치가 3.1~17.9㎍/dL라면 부신동태 기능을 시험해 본다.

한편 살바토리 박사는 “이러한 검사는 모두 감도와 특이도가 완벽하지 않아 임상경과 중에 판단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단, 저단백혈증이 중증이면 약 90%의 혈청 코르티졸이 알부민과 코르티졸결합 글로불린과 결합하기 때문에 예외로 해야 한다.

혈청 알부민치가 1.5g/L 이하인 중증 환자에서는 종종 총 코르티졸 치가 18㎍/dL 이하로 확실히 낮아지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유리(遊離) 코르티졸은 정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환자에서는 총 혈청코르티졸 측정치의 신뢰성이 낮아져 AI 지표로서 유리 코르티졸을 측정해야하지만 이 측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게 단점이다.

때문에 중환자실에서 혈청 코르티졸치를 통해 AI로 진단된 환자에게는 외래에서 다시 검사하여 평생 당질 코르티코이드를 투여해야 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단계적 진단 외에 다른 검사로는 인슐린저항성검사(ITT)가 있다. 정맥에 투여한 인슐린으로 일어난 저혈당에 대한 코르티졸의 반응을 보는 이 방법에서는 인슐린저항성을 가진 비만환자의 경우에 인슐린 투여량을 늘린다.

중요한 메티라폰 시험

기타 중요한 시험으로는 뇌 및 신경계와 면역계를 연결하는 시상하부·하수체·부신축(HPA)의 혈청 코르티졸 수치의 급속한 저하에 대한 반응을 알아보는 메티라폰(metyrapone) 시험이 있다.

부신피질자극 호르몬 방출호르몬(CRH) 자극검사는 CRH자극에 대한 하수체의 ACTH분비 반응과 혈청 ACTH 증가에 따른 부신피질의 코르티졸 분비증가 반응을 보는 것이다.

ACTH 자극검사는 부신피질이 ACTH 급성자극에 반응한 코르티졸 분비능을 알아보는 것으로 부신피질의 병적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살바토리 박사는 ITT를 반복 실시한 결과를 확인하지 않으면 환자에게 평생 당질 코르티코이드를 복용시킬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거나 당질 코르티코이드를 투여하지 않는 것도 위험한 것이라며 불완전한 이차성 AI를 확정진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의심되는 증례에는 경험있는 의사가 치료의 필요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아울러 이차성 AI는 장기간의 당질 코르티코이드 치료가 갑자기 중단돼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AI가 존재하는 경우 그 원인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원발성 AI에 대해서는 환자의 나이, 관련질환, 임상특징, 병력 등에 따라 정밀검사를 결정한다.

항부신항체측정이 자가면역성 부신염 진단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감도는 100%에 미치지 못하지만 특이도는 높은 편이다. 부신백질 디스트로피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장쇄지방산을 측정해야 한다.

부신출혈, 전이성질환, 감염증 등은 CT를 통해 판명할 수 있다. 때로는 부신생검도 필요하다. 박사는 “이차성 AI에서 외인당질 코르티코이드로에 노출 경험이 없는 경우 하수체 종양이나 시상하부 종양을 제외시켜 주기 때문에 MRI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장기투여 부작용 예방

한편 살바토리 박사의 결론은 지금까지의 치료법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살바토리 박사는 “AI 치료는 각 환자에 맞춰 신중하게 해야 한다.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주의깊게 처방돼야 하며 환자 증상을 개선시키면서 장기투여로 인해 발생하는 뼈, 혈압, 체지방률, 당대사에 대한 부작용을 피하기 위한 최소량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이드로코르티존(10~12.5mg/㎡)이 바람직하며 1일 2~3회 나누어 투여해야 한다. 장시간 작용형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선천성 부신과형성처럼 ACTH의 분비를 억제하면서 보충요법을 하는 경우에 이용할 수 있다.

간에서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대사하는데는 시토크롬 P450 (CYP)3A4가 관여하기 때문에 이 효소활성을 높이는 작용을 가진 약제(페니토인, 리팜피신, 바비트레이트계 약제)나 저하시키는 약제(프로테아제 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투여량을 조정해야 한다.

임신부에게는 투여량을 조절할 필요는 없지만 임신초기이고 경구섭취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비경구적투여법도 고려해야 한다.

박사는 “AI환자는 응급시 자신의 질병을 의료진에게 알려주기 위해 당질 코르티코이드를 투여해야 한다고 적힌 팔찌나 목걸이를 지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원발성 AI에 광질코르티코이드(mineralocorti-coid)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제시했다.

혈청 디하이드로에피안드로스테론치와 테스토스테론 치를 측정해 보면 적정량을 제대로 복약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Arlt W. et al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1999;341:1013-1020).

스트레스하에서는 증량

살바토리 박사는 스트레스 상태에서의 치료에도 충분한 기술을 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는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증가한다. 발열, 침습성이 높은 치과치료나 진단시 유지량을 2배로 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AI환자는 구토나 설사시에는 심혈관계에 이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때문에 구토나 설사가 잦으면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침습성이 높은 외과수술, 중증 감염증, 심근경색 등이 발생했을 때에는 다량의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투여된다. 박사에 따르면 최대 권장투여량은 하이드로코르티존의 경우 8시간마다 50mg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플루드로코르티존이 불필요하다. 원발성 AI환자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50mg이라는 투여량은 이차성 AI에서는 과다 투여일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박사는 “250㎍의 ACTH 자극에 대해 코르티존 증가가 9㎍/dL 이하인 환자가 패혈증성 쇼크에 빠진 경우 하이드로코르티존(50mg 6시간마다)과 플루드로코르티존(1일 0.05mg)을 투여하면 사망률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Annane D, et al. JAMA 2002;288:862-8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