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워싱턴주 시애틀】 워싱턴대학 보건·지역의료학 토마스 보건(Thomas Vaughan) 교수와 프레드허친슨암연구센터 연구팀은 아스피린과 이부프로펜 등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NSAID)가 바렛식도 환자에서 식도암 위험을 크게 낮춰줄 가능성이 있다고 Lancet Oncology (005;6:945-952)에 발표했다.

바렛식도란 하부 식도의 편평상피세포가 위의 상피세포인 원주상피세포로 대치되는 것을 말한다.

발암 위험 3분의 1로 감소

바렛식도는 만성 가슴쓰림현상(heartburn)과 관련하는 전암성(前癌性) 증상으로 미국인에는 약 100만~200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는 바렛식도에 NSAID가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 연구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연구기간도 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표연구자인 프레드허친슨암연구센터 보건 교수는 “아스피린과 이부프로펜같은 NSAID를 상용하는 바렛식도 환자는 상용하지 않은 환자만큼 비율이 높고 단기간에 발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NSAID를 복용하는 환자는 복용경험이 전혀 없는 환자에 비해 식도선암 발병 위험이 3분의 1”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시작한지 5년째에 식도암 발병률은 복용경험이 없는 환자에서 14.4%, 과거 복용자(연구에 참가하기 전 1년 이상 규칙적으로 NSAID를 복용했던 환자)에서 9.7%, 현재 복용 중인 환자(1주에 1회 이상 복용하는 환자)에서 6.6%였다.

계속 복용해야 효과

연구결과는 NSAID의 정기 복용으로 바렛식도의 진행이 억제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 방어효과는 상당히 단기간에 사라진다는 사실도 판명됐다.

교수는 “방어효과는 복용을 계속하는 환자에 한정돼 있는 것같다. 아스피린 등 NSAID의 복용을 중지하면 그 효과는 즉시 사라진다”고 지적. “NSAID 복용 중지 3년 후의 식도암 위험은 한번도 복용한 적이 없는 환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되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전에 실시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아스피린 등의 NSAID는 심혈관질환과 결장직장암의 위험, 사망률을 유의하게 감소시킨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예비적 연구는 NSAID의 유방암과 폐암에 대한 방어작용의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NSAID는 여러 암과 다른 질환의 발병을 뒷받침하는 만성염증을 감소시켜 발암에 방어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NSAID는 사이클로옥시게나제(COX)-2 효소의 생산을 억제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이 경로에 장애가 발생하면 이상세포가 성장하는 것을 막아주고 프로그램 세포사의 정상 과정, 즉 아포토시스가 쉬워진다(모두 발암을 억제할 수 있다).

바렛식도환자가 식도암을 발병할 위험은 연간 약 1%에 불과하지만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예상이 어렵다.

식도암 예방이 중요

진행성 식도암환자의 대부분이 진단 후 1년 이내에 사망한다.

보건 교수는 “대부분의 바렛식도환자에서 식도암이 발생할 확률은 낮지만 일단 발병하면 조기에 사망하기 때문에 이를 막는 방법을 발견하는게 매우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바렛식도와 관련한 암위험을 낮추고 저렴한 비용으로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희망을 준다”고 설명했다.

현재 바렛식도환자에서 식도암 위험을 낮춰준다고 증명된 내과적, 외과적 치료법은 없는 상황이다. 기껏해야 역류, 즉 가슴쓰림 증상의 치료와 내시경적 식도를 조사하여 조직검체를 통해 암과 전암성 변화의 징후를 자주 검사하는 방법 외엔 없다.

식도암 초기검출 위한 연구

이 연구를 위해 보건 교수는 바렛식도환자 350명의 1995~2003년 데이터를 수집했다. 연구 시작 당시 피험자에게 기왕력, 식사, 복용 중인 약제에 대해 질문을 하고 혈액검체를 채취했다.

그 후에는 피험자에게 정기적인 내시경검사를 실시하고 질환의 진행 징후를 면밀하게 관찰했다. 내시경검사의 빈도는 병기에 따라 결정했다.

이번 연구대상자는 워싱턴대학에서 1983년에 시작된 ‘시애틀바렛식도프로그램’에서 질환 진행을 주의깊게 관찰한 바렛식도 환자군으로부터 선별됐다.

현재는 프레드허친슨암연구소를 중심으로 워싱턴대학 연구자들과 협력하에 실시 중인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식도암의 예방 또는 초기 검출을 위해 식도암 발병의 생물학적 기전의 해명과 암으로의 진행을 촉진시키거나 억제하는 라이프스타일 등의 구별, 그리고 위험이 높은 유전자 마커의 발견이다.

공동연구자인 프레드허친슨암연구소 브라이언 라이드(Brian J. Reid) 박사가 이끄는 바렛식도 연구팀은 암을 초기에 검출하면 식도암의 5년 생존율을 약 10%에서 80% 이상으로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급증하는 식도선암

이번 연구의 또다른 유망한 결과로는 좀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과체중 감소와 금연이 바렛식도 진행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암협회(ACS)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연간 1만 4,500명 이상이 식도암을 일으키며 1990년대 후반 이후 식도선암(바렛식도과 관계한 형태)의 발병률은 다른 어떤 암보다 급속한 증가를 보이고 있으며 현재 미국 여러 지역에서는 74년보다 4~9배 높은 상태를 보이고 있다.

식도암의 약 60%를 차지하는 식도선암은 워싱턴주의 서부 주민에서 가장 유병률이 높다는 사실 외에는 특별한 이유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식도선암은 여성보다 남성이 8배 많고 흑인남성보다 백인남성이 5배 많다. 하지만 최근 여성과 흑인에서도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보건 교수는 “식도선암의 발병률은 서구화된 국가에서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이유는 없지만, 바렛식도와 암의 주요 위험인자인 위산 역류를 진행시키는 비만이 한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비만은 여성과 흑인에도 많아 또다른 특별한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호르몬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현재로서는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는 버지니아의료센터 브리검 여성병원, 하버드대학 연구자들도 참여했으며 미국립보건원이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