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듀크대학과 UCSF(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 하버드대학 등 일부 대학의학부는 우울증에 걸린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고 밝혀 의대생들의 우울증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생 25%가 우울증

최근 듀크대학은 재학생들이 우울병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은 온라인 포럼 토론방을 개설했다. 10일간 진행한 포럼기간 중 100건 이상의 새 글이 올라왔으며 토론방 히트수는 1천건을 넘었다.

이 포럼은 펜실베이니아대학 4학년인 줄리 로젠탈 씨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편집장인 수잔 오키 박사가 NEJM (2005;353:1085-1088)에 발표한 ‘의학부에서의 우울증에 관한 논문’에도 소개된바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의대생은 타 학과생에 비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 최근의 연구를 근거로 발표됐다. UCSF 의대생 1, 2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의대생의 약 25%는 우울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의대생 대부분은 우울증에 걸렸어도 도움을 거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제니퍼 치아 박사가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Health(2005 ;53:219-224)에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우울증에 걸린 의대생 가운데 치료를 요청한 경우는 4분의 1에 불과하다.

노스웨스턴대학 페인버그의학부 학생부장인 정신과 안젤라 누자렐로 박사의 경험에 따르면 법대생에 비해 의대생은 정기적으로 카운슬링받는 경우가 적고 응급 진찰받는 경우가 많았다.

박사는 “의대생은 버틸때까지 버티는 경향이 강해 도움을 요청할 땐 이미 우울증 치료가 어려운 지경에 이른 상태”라고 말했다.

의대생의 우울증에 대해 말할 때 현업에 종사하는 의사의 우울증에 대해서도 언급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울증 부인하는 의료문화

치아 박사는 우울증 치료를 두려워하는 의사는 상당수에 이른다고 말하고 “자신의 우울증치료법을 모르면 환자 치료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NEJM와 가진 인터뷰에서 치아 박사는 의료문화는 의사에게 건강해야 한다는 사실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의사는 자신은 질환에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우울증에 걸려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움을 원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문화를 바꾸는게 가장 어렵고 시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논문은 의사는 환자가 아니라 치료하는 입장이며 자신이 병을 앓아서는 안된다는 윤리에 대해 언급한 누자렐로 박사의 의견도 소개했다.

박사는 “의대생은 우울증에 대해 배우면서도 자신이나 친구의 우울증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것은 부인(否認)의 심리 중 하나로 ‘의사가 되려면 건강해야 한다’는 독특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하버드대학 정신과 로리 레이몬드 박사는 의대생은 우울증에 걸리는 특이적인 요인을 갖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의대생만이 가진 특징

의대생은 좋아하기도 하지만 불확실하기도한 미래에 자신의 장래가 한정돼 버렸다고 느끼고 있다. 그리고 의대생의 우울증에 관련하는 다른 요인으로는 좋은 성적을 요구하는 압력, 동료와의 경쟁, 수면부족, 과다한 학습량을 들 수 있다.

임상 실습시 로테이션이 시작하면 지도의사와 학생은 끊임없이 팀이 바뀌게 되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환자 각 1명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의사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전문과목 선택의 압력도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의대생들이 등록금을 은행에서 빌리고 있다는 점도 원인이다.

로젠탈씨와 오키 박사는 의대에서 우울증 비율이 높은 또다른 이유는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이 더 많은 의대에 입학한데 있다고 시사했다. 박사는 이를 신약의 효과라고 말한다.

누자렐로 박사에 따르면 모든 의대생은 심각한 과로상태에 있다. 과중한 학업에 즐겁지 않은 인간관계로 심신이 피곤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은 모든 의대생에 해당될 뿐만아니라 의대생의 우울증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불면과 우울한 기분이 학생의 상황을 단순히 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임상적인 우울증의 징후인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

개인정보 보호가 열쇠

최근 일부 의대에서는 학생의 우울증 문제에 대해 다루기 시작했다. 물론 우울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레지던트 추천장이나 경력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학생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상담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고 한다.

인터넷 인터뷰에서 치아 박사는 정신질환에 대해 카운슬링이나 기타 어떠한 지원을 학생이 요구해도 기록에 남기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단 성적이 평소만큼 좋지 않았던 기간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학생자신이 이를 기록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할 때에는 예외로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