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전달물질이 발병에 관련

【미국·노스캐롤라이나주 다람】듀크대학의료센터 인간유전학센터 마가렛 페리카크-반스(Margaret Pericak-Vance) 소장은 관련 유전자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새로운 방법을 이용하여 복잡한 유전자의 상호작용이 자폐증 위험의 원인이라는 증거를 최초로 보고했다.

이 소장은 신경 임펄스를 정지 또는 지연시키는 뇌의 기전이 이 질환에 관련하고 있다고 Amercian Journal of Human Genetics(2005;77:377-388)에 발표했다.

조기 진단으로 이어져

페리카크-반스 소장의 이번 발견으로 뇌속 뉴런의 ‘오프-스위치(off switch)’의 중요한 성분을 코드하는 유전자, 이른바 GABA(γ아미노낙산) 수용체 유전자가 자폐증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GABA는 신경전달물질이며 어떤 뉴런이 다른 뉴런 수용체에서 발화했을 경우 억제반응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이다. GABA수용체는 신경세포막에 존재하는 단백질 스위치로 GABA에 의해 이러한 억제반응이 유발된다.

이번 연구에서 GABA의 뇌 시스템은 복잡한 유전자-유전자상호작용으로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시사됐다.

지금까지 발견된 결과나 이번 새로운 어프로치에서 얻어진 지견은 결과적으로는 자폐증 조기진단 방법으로 이어져 새로운 자폐증치료에도 유용해질 것으로 보인다.

소장은 “자폐증 원인과 관련한 유전자는 발견하기 어렵다. 많은 유전자가 관여하지만 개개의 유전자는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10개 유전자, 아마도 100개 유전자정도가 자폐증에 관여하고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폐증은 특정한 1개의 유전자에서 영향을 받는게 아니라 조합된 특정 유전자 또는 유전자 세트의 상호작용에서 유래한다. 자폐증에서 이러한 유전자 조합의 역할을 최초로 엄격하게 테스트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분석법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에서는 자폐증으로 진단되는 소아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신경정신학에서 가장 유전되기 쉬운 복잡한 유전자질환의 하나인 자폐증에는 사회적 상호작용·커뮤니케이션의 장애, 관심 또는 행동의 한정·반복 패턴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GABA에 중요한 역할

페리카크-반스 소장에 따르면 지금까지 여러 연구를 통해 자폐증과 관련한 유전자가 발견됐지만 질환과 일관된 관련성을 보이는 단독유전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자폐증 환자에서의 GABA와 GABA수용체의 농도변화를 포함한 여러 증거를 통해 질환에서 뇌기전이 어떻게 관여하는지 밝혀지고 있다. 또 GABA가 뇌의 조기발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증거도 있다.

듀크대학 연구팀과 다른 연구자가 실시한 과거의 연구에서 제15 염색체의 특정 부위가 자폐증 위험에 관여하는 것으로 시사됐다. 이 영역에는 3건의 GABA수용체를 코드하는 유전자가 존재하고 있다.

GABA의 주요 기능은 신경세포의 발화 억제이기 때문에 GABA는 신체를 ‘안정시키는’ 지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GABA시스템은 과도한 자극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일종의 정보 필터 역할을 한다.

공동연구자이자 이번 연구를 지원한 허스만재단 회장인 존 허스만(John Hussman) 박사는 “GABA시스템의 장애는 지각정보로 뇌를 압도하여 자폐증에서 발생하는 행동과 세포손상 패턴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GABRA4유전자가 관여

페리카 반스 소장팀은 백인 470가족에 대해 GABA수용체의 일부를 코드하는 14개 유전자를 연구했다.

이 중 266가족에는 자폐증환자가 2명 이상이고 204가족은 1명의 자폐증환자를 갖고 있었다. 소장은 특정 유전자 변이와 질환의 관련성을 테스트했다.

또 특정 유전자를 조합시켰을 때 나타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도록 설계된 복잡한 통계학적 방법을 이용했다.

그 결과, GABA수용체 유전자인 GABRA4가 자폐증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GABRA4는 제2의 GABA 유전자인 GABRA1과 상호작용하여 자폐증 위험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장은 “이것은 자폐증 근저에 있는 상호작용의 복잡성을 해명하는데 중요한 발견이다. 이를 통해 이 질환에 관여하는 다른 유전자에도 분석적 접근을 응용할 수 있다. 이러한 발견은 자폐증 위험이 높은 개인을 발견하는 스크리닝 방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공동연구자인 듀크대학 인간유전학센터 임상정신과 마이클 쿠카로(Michael Cuccaro) 박사는 “이 새로운 발견은 질환의 복잡성에 관한 중요한 신정보를 자폐증에 이환된 가족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 “디아제팜이나 일부 항간질제 등 기존의 약물요법은 GABA시스템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 GABA시스템이 자페증의 신경학적 원인과 관련하는 것이 해명되기 시작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미국립보건원(NIH), 미국자폐증연구협회, 허스만재단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