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감염연구재단(이사장 송재훈)이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5회 항생제와 항생제내성에 관한 국제심포지엄’(ISAAR 2005)를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항생제 내성의 도전과 극복을 위한 전략’이라는 주제로 전 세계 40여개국 2,500여명의 의학자와 보건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송재훈 교수는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아시아국가들의 항생제 내성의 현 주소와 이에 대한 범 아시아 차원의 정책대안도 제시했다.

항생제내성 아시아 가장심각
아시아항생제내성전망
다국가 공동대처 필요
 

매년 전 세계에서 사망하는 5,700만명의 사망자 중 약 20 % 인 1,100만명이 각종 감염질환으로 사망한다.

이는 심혈관계 질환에 이은 두 번째 주요 사망원인으로 현대 첨단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가장 고전적인 질병인 전염병이 전혀 정복되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그림1].


[그림1]  각 질환별 사망원인

 

오히려 매년 신종 전염병이 출현하여 인류를 공포에 몰아 넣고 있으며, 2003년도의 사스에 이어 현재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공포의 조류 독감으로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전염병의 위협을 더욱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감염질환의 치료제인 항생제의 효과가 없어지는 항생제 내성이다.

항생제 내성은 이미 범세계적인 문제로 날로 심각해지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에서도 현재 항생제 내성의 현황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위기 상황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그림2].

[그림2]   6대 주요질환의 사망원인
 


특히 항생제 내성의 문제가 가장 심각한 지역은 아시아 국가들임이 최근의 연구를 통하여 계속 밝혀지고 있다.

한국 페니실린 내성률 55%


송재훈 교수가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시행하여 최근 미국 감염학회지 등 국제 유수 학술지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폐렴, 뇌수막염, 중이염의 가장 흔한 원인균인 폐렴구균의 페니실린 내성률이 베트남의 경우 71 %, 한국 55 %, 홍콩 43 %, 대만 39 %로 미국 33%에 비해 현저히 높은 내성률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치료제인 에리스로마이신에 대한 내성률은 더욱 높아서 베트남 92 %, 대만 86 %, 한국 81 % 등 아시아 국가들의 내성률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그림3][그림4].


[그림3] 페니실린과 에리스로마이신 내성률 비교
 
   

[그림4] 세계 각 국의 에리스로마이신 내성률 비교

 

이는 미국의 31%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그림5].

[그림5] 세계 각 국의 페니실린 내성률 비교
 

특히 여러 항생제에 동시 내성을 보이는 다제 내성 폐렴구균의 빈도는 아시아가 다른 지역보다 2~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 항생제 치료의 실패 위험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3가지 항생제에 대한 내성률이 동아시아가 63.2%인데 비해 미국 25.8%, 아프리카 24.8, 라틴아메리카 20.1%, 유럽 18.4%였다.[그림6]


[그림6]  세계 각 국의 다제내성 비교





 

아시아지역
다제내성 2~3배 높아

또한 아시아의 페니실린 내성률은 52%로 미국 37%, 유럽 22%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다.


이러한 폐렴구균의 내성 결과는 송재훈 교수의 최근 연구를 통하여 처음 알려지면서 해외 학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질균이나 장티푸스균의 항생제 내성률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내성을 보이고 있다.

그 외에 포도상 구균, 장구균, 대장균 등 인체 감염의 주요 원인균들의 항생제 내성률에 있어 아시아 국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확인되고 있다.[그림7]

[그림7]항생제 내성균의 전파확산도
 


특히 송 교수의 연구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항생제 내성 균주를 서로 주고받는 내성균 전파 현상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음이 확인되어 이 문제는 아시아 대륙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면 페니실린 내성 폐렴구균은 한국, 대만, 태국, 홍콩,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국가 간에 내성균이 교류되고 있음이 확인되었으며,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 구균도 한국, 중국, 일본 등이 동일한 균주들을 상호 전파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항생제 내성 문제에 국제적인 공동 연구 시스템이 작동되어야만 효과적인 대처를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림8]

[그림8] 지난 10년간 신종전염병 발생 모식도

 

이를 위하여 송재훈 교수는 항생제 내성 감시를 위한 아시아 연합 (ANSORP) 이라는 국제공동 연구 기구를 만들어 아시아 13 개국의 33 개 병원을 네트워크로 연결한 항생제 내성의 감시 체계를 구축하였다.

ANSORP 는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결성된 감염 연구 분야의 국제적인 연구 시스템으로 한국 의학자가 주도하여 조직된 최초의 국제연구기구이기도 하다.


ANSORP 는 이미 지난 수 년 간 아시아 지역에서 내성의 현황과 내성균의 전파에 관한 국제 공동 연구를 주도하였으며, 이를 통하여 아시아 국가들이 전 세계에서 내성문제가 가장 심각한 지역임을 처음으로 규명한 바 있다.


ANSORP 는 향후 아시아 전역의 120 개 이상의 병원을 네트워크로 엮는 대규모 국제 기구로 발전할 예정이어서 세계 학계의 큰 관심으로 모으고 있다.

ANSORP 가 주축이 되어 앞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항생제 내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시행하여야 할 전략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항생제 내성의 국제적인 감시 활동 ▲항생제의 올바른 사용 ▲ 효과적인 병원 감염관리 ▲국제공동 연구 활동과 신약의 개발 등이다.

항생제 내성의 국제적인 감시 활동은 모든 전략의 핵심적인 기반이 되는 것으로, 아시아 각 국에서 주요 병원균의 내성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확인하여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기초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토대로 항생제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내성 출현을 예방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항생제 오남용 심각


특히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오남용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며, 의사의 처방없이 항생제를 마구 사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항생제의 오남용은 비단 환자 치료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농축산업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항생제에 대한 규제가 비교적 엄격한 미국에서조차 가축 사료에 섞는 항생제 사용의 80 % 정도는 불필요한 사용이라는 보고가 있은 바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 국에서도 이는 심각한 문제로 향후 엄밀한 조사 과정을 거쳐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아시아 국가들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은 가짜 항생제가 많다는 점이다. 가짜 항생제는 추산컨대 전체 항생제의 약 5 %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중 70 % 정도가 개발도상국에서 사용된다.

세계보건기구의 통계에 의하면 가짜 항생제의 51 % 는 아예 항생물질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이러한 약이 감염 질환의 치료제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바로 환자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하다.

또한 28 % 는 항생물질의 함유량이 부족하여 적절한 치료가 되지 않음은 물론 항생제 내성을 유도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항생제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서는 각종 교육, 홍보, 캠페인은 물론 종합적으로 항생제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국가 및 병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항생제 사용을 규제하는 규정이나 법규를 만든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므로 정책 당국은 해당 학계와 일선 의료기관 및 농축산업 종사자들과 유기적으로 협조하여 체계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항생제 내성균의 문제점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묘책은 전혀 없는 상태이며, 이미 세계보건기구에서도 내성이라는 현상은 근본적으로 퇴치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ANSORP와 같은 국제 연구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다국가 공동 대처 방안을 준비하고, 이를 토대로 지속적으로 내성에 대한 여러 가지 전략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화·종교차가 내성 영향

항생제 내성에 대한 유럽의 전망

유럽인들은 의학적 치료를 포함해 많은 면에서 다양하다. 프랑스나 그리스 사람들은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사람들이 사용하는 항생제의 양보다 평균 4배 더 사용하는데, 주로 겨울에 많이 사용하며, 대부분 호흡기계 감염으로 인한 것이다.

의료시스템도 각기 다른데, 영국에서는 다른 의사에게 진료 받기가 힘들지만 벨기에는 쉽고, 스페인에서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처방전 없이 항생제를 살 수 있다.

영국 대부분의 병원은 여전히 큰 규모의 나이팅게일 병동을 갖고 있지만, 스칸디나비아에서는 2인용 침실을 사용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내성의 종류와 전파에 영향을 미친다.

항생제처방
문화·종교차이 보여

병원균의 내성은 항생제 처방이 증가하는 남부와 동부쪽으로 갈수록, 페니실린과 폐렴구균에 대한 외래환자의 처방 빈도가 높을수록 현저한 직선상을 나타내며 증가한다.

기후가 따뜻하고 건조하여 호흡기계 질환이 많지 않은 남부에서 외래환자에게 항생제를 더 많이 처방하는 이유는 문화적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구교도의 교리는 구원이 성직자와 성찬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고 가르치지만 북부 신교도의 교리는 고통은 개인적으로 이겨내야만 하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것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사소한 감염증에도 의학적 치료를 찾는 현대의 문화적 성향에서도 이 특징이 아직도 나타나는데 항생제 처방을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려는 것이 북부 신교도의 강한 청교도의 영향일 수도 있다.

이러한 것은 엉뚱한 견해일지 모르지만 폐렴구균에 대한 페니실린 내성률이 높은 북부 지역 국가인 폴란드와 아일랜드가 구교도라는 것은 주의를 끌만한 사실이다.

한 연구에서는 60km 거리에 있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네덜란드의 한 도시와 벨기에의 한 도시가 종교의 차이로 항생제 소비가 다름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연관 관계를 이해하지 못해도 이 연구에서 네덜란드인들은 상기도 염을 감기 혹은 유행성감기라고 부르고, 벨기에인들은 기관지염이라고 부르는 명백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역사적 동일성도 영향줘

메티실린 내성 포도알균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가 떠오르고 있다. 스칸디나비아와 네덜란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에서 그 발생률이 높은 상태이므로, 찾아서 파괴하는 정책으로 고위험군 환자를 격리하고 있다.

1990년대 초까지 영국은 메티실린 내성 포도알균을 어느 정도 통제했지만, 이 정책이 침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압력으로 점차 사라져서 더욱 강력한 메티실린 내성 포도알균을 발현시켰다. 남부 유럽에서는 이러한 찾아서 파괴하는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필자는 역사적인 다양성을 강조했지만 동일한 영향도 있었다. 여행과 통신수단이 증가하면서 민족간의 생활형태와 양상의 차이는 감소하였고, 최근 유럽연합이라는 새로운 단일 세력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1958년에 6개국이 참가하고 1990년에 15개국, 2004년에 이르러 25개국으로 늘어나, 로마제국 이후 처음으로 유럽 법률제정의 중심이 생긴 것이다.


항생제 사용촉진 및 억제하는 유럽연합


최근 유럽연합은 항생제 내성에 관심을 두어, ESAC (항생제 소비에 관한 유럽 조사)와 EARSS (유럽 항생제 내성 조사 기구)의 주도로 항생제 내성에 대한 자료를 발표했다.

또한 항생제 감수성 시험에 대한 유럽 기구(EUCAST)를 통해 유럽 의약품 평가 위원회에 의견을 제출하고 있다.

EUCAST는 내성이 없는 균주에 대해 약동학적인 원리와 정확한 MIC 범위를 기초로 한 세균의 성장 정지점을 밝혀내면서 NCCLS와 균형을 이루고 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유럽연합은 항생제의 사용을 촉진하는 동시에 억제하는 입법기관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덴마크에서는 닭의 위장구균 내성을 감소시켰고 돼지의 경우는 아니었다. 이러한 것이 인체 병원균의 내성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미지수이다.

이런 뜻밖의 결과가 가축류에 치료목적으로 항생제 사용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논쟁하는 이들도 있다.

그밖에 유전자 변형 농작물에서 변형 유전자가 인체의 병원균을 도와줄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항생제 내성 표식자 사용을 제한하여, 임상시험에 공식 원칙으로 만들어 관리를 강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유럽연합이 입법기구로서 항생제 안전성을 보증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유럽연합이 관리를 강화함으로써 비용이 증가하고 과정이 복잡하게 되어 생물공학기술과 제약산업의 혁신이 힘들어지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내성은 많은 병원균에게로 퍼지는 동안, 유럽연합이 이러한 경향을 역전시키거나 내성균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혁신적 항균제 개발 연구 필요


내성균에 대한 항생물질 개발을 위한 산업적 연구는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하향세는 때로는 제약산업의 자산배당을 반영하는 주기적인 변화를 나타내면서, 항균제의 내성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내성 세균에 대한 새로운 제제의 개발경로를 감소시키게 된다.

여기에는 기업 생산성 부족, 임상시험 규모의 증가, 제너릭 약품간의 경쟁 증가, 의약품 가격에 대한 압력, 복잡하고 혼란스런 시장상황, 제약회사의 합병 등의 복잡한 원인이 있지만 이런 이유들이 항균제 개발 연구 분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수일지도 모르지만 많은 크고 작은 기업들이 항균제 분야는 포기하고 연구 분야를 매우 축소하면서도 의학적 필요성이 없는 거대한 시장에만 자리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문제다.

항균제 개발을 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회사들이 있지만 이 정도의 노력으로는 세균의 약물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롭고 더 나은 제제를 계속 개발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 학술적이면서도 산업적 연구의 수준과 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자료제공 :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송재훈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