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다람】 “교배에 성공하려면 성이 다른 개체가 필요하다.”

이러한 유성생식의 기본적인 개념이 감염성진균 Cryptococcus neoformans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듀크대학의료센터 분자유전학·미생물학 조지프 하이트먼(Joseph Heitman) 교수는 C. neoformans는 ‘동성(同性)’주와 접합을 통해 자손을 생산할 수 있다고 Nature(2005;434:1017-1021)에 발표했다.

이번 소견으로 사람 감염과정에서 진균생물학의 이해를 높이고 아울러 동성생식의 발견은 성의 진화를 규정하는 기본원리를 해명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형태의 성주기 발달

연구책임자인 하이트먼 교수는 “성은 일반적으로 다른 유전자의 조합을 가지며 새로운 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는 자손을 생산하는 수단이다. 이번 소견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성주기(sexual cycle)가 C. neoformans에서 발달하여 접합형이 같은 주(株)끼리 유효생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나타났다.

C. neoformans에 감염된 환자가 가진 접합형은 단일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고 진균이 정상적으로 유성생식할 가능성이 적기때문에 이러한 능력은 진균에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C. neoformans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진균으로, 면역억제제나 화학요법에 의해 면역기능이 낮아진 장기이식환자나 암환자, HIV감염자/에이즈 환자 등 면역부전 환자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고 중추신경계에 침입하여 질환을 일으킨다.

따라서 이러한 면역억제나 화학요법의 증가, HIV감염/에이즈의 유행 등으로 인해 이 균의 중요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동식물에서는 성염색체에 따라 성이 결정되지만 진균에서는 ‘접합형 유전자자리(인접하지만 대개는 염색체 전체에 미치지 않는 복수의 유전자)’에 따라 성이 결정된다.

C. neoformans에는 단일 유전자 영역(유전자자리)에 의해 결정되는 2개의 접합형(a와 α)이 존재한다.

대표연구자인 듀크대학 자오롱 린(Xiaorong Lin) 교수는 “C. neoformans에 감염된 사람에서 얻어진 진균분리주 대부분은 α접합형이다. 진균을 비롯한 생물의 성비(性比)는 대개 1:1이지만 C. neoformans에서는 한쪽 접합형이 우세해 접합 기회가 확실히 적다”고 설명한다.

1996년에 또다른 연구팀은 이러한 α분리주가 자실체(fruiting body)를 형성하고 포자(spore)를 생산하는 등 유성생식과 유사한 과정을 보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이 연구팀은 단성에 의한 자실체 형성은 세포가 동일 크론으로 무성분열하는 경우에 의해서만 발생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α주 자실체 형성이 열쇠

이 사실은 연구자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C. neoformans는 2개의 접합형이 관여하는 명확한 성주기를 갖고 있다.

하이트먼 교수는 “단성의 집단구성을 갖는 대부분의 생물에서는 어떻게 유성생식능이 유지되고 있는지 그 해답을 쥐고 있는 것이 α주의 자실체 형성”이라고 설명한다.

교수팀은 실험을 통해 α분리주의 자실체 형성 중에 무성생식이 아닌 접합의 특징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단일성에 의해 자실체가 형성되는 과정에는 세포의 융합과 감수분열이 관여하고 있기때문에 이에 따라 동성주끼리 유전자를 교환할 수 있게 된다.

감수분열은 세포가 2개의 반수 체세포(각각 반수의 염색체를 갖는다)로 분열하는 과정이다.하지만 2체배의 동식물과는 달리 C. neoformans의 정상상태는 반수체라고 교수는 설명한다.

린 교수는 “이번 소견은 확실한 임상적 의의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질환의 생물학적 원인에 관한 지견이 늘어나면 비용효과가 높은 진단·치료법의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자가수정에서 개체간의 유성생식으로의 진화는 진균계, 식물계 외에 동물계에서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판명된 진균의 전략은 이러한 진화를 촉진시키는 조건을 연구자가 널리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