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 결과에 대한 한국적 해석
위험인자따라 호르몬치료 결정해야

Women's health initiative(WHI)연구는 미 국립보건원(NIH)에서 자금을 받아 수행된 여성 건강을 위한 가장 규모가 크고 비용이 많이 든 연구로 여성에서 심혈관질환, 유방암, 대장암, 골절의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방법들에 대한 이점과 위험성을 알기위한 연구였다.

이 연구는 1993년부터 1998년까지 16만1,809명의 50세에서 79세 사이의 폐경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연구와 관찰연구로 미국 40개 임상센터를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병합치료의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계획연구기간인 8.5년에서 단축된 5.2년만에 중단되어 2002년 7월에 결과가 발표되었으며, 2003년에 그에 대한 후속결과가 보완되어 발표되었다.

그러나 에스트로겐 단독투여의 경우에는 2002년 병합치료 중단후에도 심혈관질환이나 유방암의 위험도에 증가가 없어 연구가 지속되었지만 뇌졸중에 대한 위험 증가로 2004년 4월에 Anderson등이 분석하여 JAMA에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WHI연구에 대해서는 고령의 대상군, 이중맹검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등의 한계점으로 인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폐경후 호르몬치료는 안면홍조, 야간발한, 불면증, 정서불안 등 폐경후 초기증상의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또한 생식기위축, 성교통 등의 아급성 증상 및 골다공증 같은 만성 합병증에 대해서도 예방효과가 입증되어 WHI결과만을 임상에 그대로 적용시키기에는 다소간의 논란이 있다.

이에 조선의대 정혁 교수는 WHI 연구결과에 대해 장단점이 있지만 국내 환경에 맞는 형태로 재해석하여 발표했다.

심혈관질환의 한국적 적용

심혈관질환에 대한 폐경후 호르몬 치료를 한국적 상황에 적용시키면 다음과 같다.

60세 이후의 미국인에게 가장 많은 사망원인을 차지하는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인자는 가족력, 흡연, 혈중지질농도, 고혈압, 혈액응고 인자의 문제, 비만, 당뇨 등을 들 수 있다.[그림]

[그림] 미국여성의 실제사망원인(a)과 사망원인별비교(b)
 


그러나 한국 여성의 경우 상당한 차이가 있다.[표]

[표] OECD국가의 관상동맥질환 위험인자 비율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많이 포함한 WHI 연구에서도 호르몬 치료에 의한 관상동맥질환의 위험도는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밝혀내지 못했다.

병합치료의 경우 증가하는 경향을, 단독 치료의 경우에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두 방법 모두에서 호르몬치료가 관상동맥질환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킨다는 통계적 입증을 하지 못했다.

이런 결과로 심혈관질환의 예방을 위해 호르몬치료를 사용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이유로 호르몬치료를 할 경우 심혈관질환의 위험 때문에 호르몬 치료를 배제할이유도 없다.

그러나 자궁이 있는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여성에게는 호르몬병합치료 이외의 다른 제재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호르몬을 사용하더라도 MPA가 아닌 자연프로게스테론제제나 WHI 연구에 사용되었던 용량보다 저용량의 호르몬제제를 단기간 사용해야 한다.

호르몬치료 10∼15년후 치매빈도 감소시켜

우리나라의 알츠하이머 유병률에 대한 역학적 연구에 의하면 65세 이상의 노인 중 약 4.2%가 이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호르몬 치료와 관련한 역학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라 외국 연구를 따를 수 밖에 없다.

WHI-memory study(WHIMS)연구는 치매 및 인지기능에 대해 호르몬 치료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했지만 이 역시 기존의 많은 meta-analysis와는 다소간의 차이가 있는 결과다.

특히 65세 이상의 고령의 여성을 대상으로 연구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최근 치매와 관련한 많은 보고들이 60세 이전의 비교적 젊은 폐경 나이에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던 경우에는 치매가 많이 발생될 수 있는 고령의 나이에도 치매 발생률이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았던 여성보다 치매발생률이 낮거나 늦게 나타났다.

그러나 60세 이후에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에는 알츠하이머 질환의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보고들이 많다.

이와같은 조기치료의 장점에 대한 신경학적인 이론은 치매와 같은 임상적 퇴행성 증상이 나타나기전 10∼15년 전에 이미 뇌의 신경퇴행성변화가 시작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퇴행성 변화가 시작되는 시기에 호르몬치료는 10∼15년 후 치매의 빈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WHI연구의 대상자들이 65∼79세 고령의 여성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고령의 여성에서 호르몬치료를 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복합적인 문제점에 의해 치매 및 인지기능의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

정혁 교수는 이와 관련해 “치매 이외의 문제들에서도 폐경후 호르몬의 60세 이전의 조기사용에 대한 장점들이 최근 많이 보고되고 있어 이에 대한 결론은 앞으로 더 체계적인 연구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뇌졸중치료에 동양인 유리

미국여성들에 비해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동양인에서는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관상동맥질환 발생률이 1/5∼1/10정도로 작고, 임상적으로 출혈성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뇌졸중에 이환될 확률이 매우 적다.

이번 연구대상인 미국인의 경우 호르몬 치료와 관련된 허혈성 뇌졸중의 빈도가 80%로 출혈성에 비해 월등히 높아 한국인과는 상대적인 차이를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 역시 허혈성 뇌졸중의 빈도가 점차 증가하지만 허혈성 뇌졸중의 원인에서도 그 차이를 보인다.

미국인의 경우 여러 유전적사회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심장질환의 빈도가 높지만 한국인에서는 심인성 색전증의 빈도가 10∼15%로 높게 나타난다.

또한 혈전의 선천적 위험인자인 factor V Leiden돌연변이는 한국인에게는 없고, 심혈관질환과 유사한 뇌졸중 발생에 대한 위험인자의 비율이 미국의 경우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런 결과들을 바탕으로 정혁 교수는 “호르몬치료로 인한 뇌졸중의 발생에 대해 WHI연구군이나 일반미국인에 비해 한국인이 좀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2년 호르몬 병합치료와 2004년 에스트로겐 단독투여군 모두에서 허혈성 뇌졸중이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증가했다는 사실은 임상의사들이 호르몬 치료를 하는데 있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중성지방 200mg이상시 허혈성 뇌졸중 30% 증가

또한 혈중 지질평가를 하는데 있어서 에스트로겐 치료에 따른 중성지방의 증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보고(Hiroyasu 등)에 의하면 중성지방의 증가는 응고인자 factor VII와 plasminogen activator inhibitor를 상승시키고,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켜 동맥경화증과 혈전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즉 200mg이상의 중성지방을 가진 사람은 정상(150mg/dL)의 중성지방을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약 30% 이상의 허혈성 뇌졸중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혁 교수는 “국내 여성들이 WHI대상군과 차이를 보이지만 WHI결과 중에서 유방암의 증가보다는 뇌졸중이 가장 현저한 결과를 보인만큼 뇌졸중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위험인자를 잘 파악해 호르몬의 종류, 호르몬의 투여량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용량호르몬 유방암 발생감소시켜

동양 여성들은 서양여성에 비해 유방암의 발생빈도가 현저히 낮은 반면 미국의 백인, 덴마크, 스위스 등이 가장 높고, 같은 서구인이라도 동구권 국가여성에서는 중등도의 발생빈도를 보인다[그림1].

[그림1] 국가별 나이증가에 따른 유방암 발생률(Parkin et al. 1992)
 
특히 우리나라의 유방암 발생곡선은 20세 이전에는 극히 드물고 40세 이후부터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50∼54세에서 가장 높은 발생빈도를 보이다가 이후 서서히 감소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유방암 증가양상은 뚜렷해 2003년 통계에 의하면 여성에서 암 발생률은 1위를 보였지만 암사망율에서는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에 이어 5위로 나타났다.

정혁 교수는 “이런 결과는 유방암의 경우 다른 암에 비해 진단이 비교적 쉽고 조기에 이뤄지며 예후가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 교수는 “WHI결과에서 보았듯이 호르몬 병합치료의 경우 유방암의 발생빈도가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한국인에서 유방암의 발생빈도는 미국인과의 발생통계 등을 비교해 볼 때 호르몬 치료로 인한 유방암 발생률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유방암이 폐경이후 나이가 많아질수록 증가해 여성의 위험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에 호르몬이 투여됨에 따라 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위험기가 지난후 호르몬 치료를 한다는 차이점이 암의 발생과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WHI에스트로겐 단독치료의 경우 유방암의 발생이 23% 감소하는 결과를 보여 향후 프로게스테론 제제를 비롯한 저 용량호르몬 등의 사용은 유방암의 발생을 감소시킬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장암 추가 연구 필요

우리나라의 최근 10년사이 대장암에 의한 사망률은 80% 정도 증가해 그 상승속도는 높아지고 있으며, 여성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약 8.7명이 대장직장암으로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그림2]

[그림2] 암으로인한 사망자수(여성). [2002년 통계청 발표]
 
그러나 에스트로겐이 어떤 기전에 의해 대장암의 발생을 감소시키는지에 대한 정확한 작용은 아직 규명되어 있지 않다.

현재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론은 에스트로겐 수용체-β(ER-β)가 대장암 발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되고 있다.

에스트로겐을 투여하면 ER-β를 상승시킨다던지, 암조직내에서 ER-β를 불활성화시키는 ER-β methylation을 에스트로겐이 억제시켜서 대장암의 억제와 관련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과 2004년에 보고된 WHI결과를 보면 앞으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그러나 HERS II 연구와 2002년 WHI호르몬병합치료의 결과 대부분의 보고는 호르몬 치료, 특히 에스트로겐이 대장암의 발생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혁 교수는 “WHI의 에스트로겐 단독치료의 결과만을 가지고 에스트로겐이 아닌 프로게스테론이 대장암의 억제에 관여하는가에 대한 결론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골다공증에 효과적인 호르몬치료

WHI연구결과가 발표된 후 폐경증상이 있는 골다공증 환자의 치료는 호르몬치료가 일차적으로 선택되며 폐경증상이 없는 여성에서는 호르몬치료이외의 치료제를 선택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호르몬치료의 골다공증에 대한 효과는 인정되지만 심혈관질환, 유방암에 미치는 부작용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2004년 WHI에스트로겐 단독치료결과는 심혈관질환이나 유방암의 발생률을 감소시킨다는 결과를 보여 위 지침은 다소 완화되어도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호르몬치료는 골감소증 및 골다공증의 예방 및 치료효과가 있으며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척추, 대퇴골 및 기타 골절)의 예방효과가 있다.

60세이전 호르몬치료 장점 더 많아

Shelley(J Gen Intern Med 2004;19 :791-804)는 30개의 연구보고를 종합해 사망률과 호르몬치료에 관한 통계를 분석했다.

이 보고에 의하면 60세 이하에서 호르몬 치료를 하였던 군에서는 심혈관질환, 악성종양, 그 외 다른원인으로 사망한 사람들을 포함한 통계에서 전체적인 사망률이 0.67로 감소했다.

60세 이후에 호르몬 치료를 받았던 군에서는 전체적인 사망률에서 통계적인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즉 60세 이전의 호르몬치료가 사망률을 낮출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WHI연구에서도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유방암, 대장직장암 등에서 60세 이전에 호르몬을 사용한 군에서는 60세 이후에 비해 발생률이 적었다.

전체사망률에서도 60세 이후 호르몬 사용군은 대조군에서 보다 더 사망률이 감소했다.[표]

[표] 60세 전후의 암, 심혈관질환, 기타 사망과의 비교
 
사망률의 감소이유는 골절로 인한 합병증의 감소, 당뇨병, 패혈증 등의 감소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외에도 HDL증가, LDL감소 등 수많은 이점이 복합적으로 관계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정혁 교수는 “이런 많은 연구를 종합한 결과 호르몬 치료가 60세 이전의 폐경여성에게 사용될 경우에는 호르몬으로 인한 위험보다 장점이 많은 것으로 보이며, 60세 이후에 호르몬 치료를 시작할 경우에는 호르몬 치료로 인한 위험이 더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골다공증 예방에 ‘걷기’ 효과적
50세이상, 저교육, 저소득일수록 위험 높아져


여성의 골량은 폐경을 전후하여 급감하며, 평균수명 연장으로 폐경여성에서 골다공증의 임상적 중요성은 증가했다.

폐경역학연구회는 한국폐경여성의 골다공증 위험 인자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로 골다공증의 위험인자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2001년 1월 이후 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기를 이용해 골밀도를 측정한 폐경여성중 이전에 호르몬요법이나 골다공증 치료제를 투여받은 적이 없는 한국 폐경여성 1,165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대상여성에게는 생활방식, 인구학적 인자, 과거병력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이중 WHO 진단기준으로 요추에서 골감소증을 보인 경우는 380례, 골다공증은 138례였다.

조사결과 나이가 50세 이상인 경우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 침상생활을 오래한 경우, 경제상태가 나쁜 경우, 이전에 골다공증으로 진단받은 적이 있거나 골절을 경험한 경우, 폐경기간이 긴 경우, 모유수유를 2년이상 한 경우, 단백질 섭취부족, 콜라를 많이 마시는 경우에 골다공증의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체질량지수가 25kg/㎡이상이거나 음주, 우유 및 유제품·오렌지 쥬스·녹차 섭취, 매일 1km이상 걷는 경우 골다공증의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가족력, 내과적인 질환, 수술 등의 기왕력, 햇빛의 노출 등의 경우에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 한국여성에서 우유, 오렌지, 쥬스, 녹차, 콩 등의 섭취, 걷기가 골다공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평소에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