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신약을 출시해도 나름대로 등급이 매겨지는 시대가 되고 있다. 약효는 기본이며 여기에 나름대로 첨단을 자부하는 약물전달시스템(DDS : Drug Delivery System)을 갖춘 약만이 살아남는 시대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기존 성분에 새로운 투약기술을 접목시킨 약을 속속 출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즉 아무리 좋은 신약이라도 투약이 불편하면 성공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신약 개발과 함께 자연스럽게 약물전달시스템도 점차 발전하고 있다. 때문에 신약이 나오면 어떤 기술이 적용됐는지도 관심거리다.

최근 발매된 신약 가운데 단연 주목을 끄는 약물전달기술은 ‘패취기술’이다. 오래전부터 사용돼 온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진보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적용되지 않았던 치매 분야까지 확대되면서 가능성이 나타났다. 노바티스의 엑셀론이 대표 약물이다. 경구제에서 붙이는 첩부제로 바꿔 치매환자의 순응도를 크게 개선한 제품이다. 노바티스 측은 경피 약물전달기술이 적용되면서 효과는 경구제와 같지만 부작용을 줄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패취 기술에 흡수시간까지 연장시키는 이중 기술이 적용된 제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최근 나온 듀로제식 디트랜스(고용량)은 매트릭스 기술을 적용하여 한번 붙이면 최고 3일 이상까지 효과가 지속된다. 편리성을 최대한 끌어올린 약이라고 할 수 있다.

경구제에서는 서방기술이 단연 강세다. 최근 나온 쎄로켈XL, 웰부트린XL 등이 대표적인 제품. 이들 약물은 한번에 녹지 않고 24시간 동안 일정하게 방출되기 때문에 하루에 2번 이상 복용할 필요없이 한번으로 충분하다. 약뒤에 SR, XR, CR 등이 붙은 것이 서방형 제제임을 알려준다.

이 기술 역시 진일보하고 있다. 조만간 출시될 정신분열치료제인 인베가와 통증치료제인 저니스타는 오로스(OROS) 기술이 적용됐다. 이 기술은 처음에는 고용량이 방출되다가 일정시간이 지나면 일정 용량을 유지된다. 일종의 제어방출 시스템인 셈이다.

얀센 관계자는 “저니스타는 마약성 진통제 특성상 아주 적은 약물이 24시간 천천히 방출되면서 치료에 필요한 최적의 혈중농도를 유지해 준다. 따라서 이상적인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사제를 경구제로 바꾸는 기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해 초 한미약품이 공개한 오라스커버리 기술이 바로 그것. 이 기술을 통해 한미 측은 아직 주사제 밖에 없는 파클리탁셀, 이리노테칸 성분의 항암제를 정제로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오락솔의 경우 내년에는 주사제로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큰 정제를 먹기 좋게 작은 제형으로 바꾸는 기술도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동제약은 기존의 파스틱을 기존과 같지만 새로운 공법을 활용하여 부형제, 붕해제 등 첨가제의 용량을 줄여 크기를 절반 이상 줄인 제품을 선보여 환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러한 기술이 적용된 의약품이 기존 제품을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 이전 제제와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투약이 훨씬 편리해지고, 게다가 부작용까지 줄이는 약물의 기본 3박자를 갖춰 기존 약들을 수세에 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제약업계가 숙원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첨단 약물전달시스템이다. 이 기술을 확보하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때문에 국내제약사를 비롯 다국적 제약사들이 약물전단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