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선점 효과위해 빨리 끝내는 게
버티다 실리․회사 이미지 다 잃어

신약 출시 전 가장 중요한 과정인 약가 결정. 제조사는 좀더 높게 보험공단은 좀더 낮게 팽팽한 줄다리기 과정이다.

최근 신약에 대한 약가 협상(급여여부 포함)이 속속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제약사들이 높은 가격을 고수하면서 보건당국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가격을 낮추라는 당국의 요구에 맞서 절대 낮출 수 없다는 제약사 입장이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

대표품목은 한국릴리의 골당공증 치료제 포스테오를 비롯해 GSK의 항암제 타이커브, MSD의 당뇨병치료제 자누비아, 머크주식회사의 항암제 얼비툭스, 노바티스의 루센티스 등이다.
이밖에도 국내사들의 개량신약 다수가 협상과정에 있다. 문제는 급여 및 약가협상 기간이 무기한으로 늘어나면서 마케팅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상당수 많은 제약사들이 선택의 고민에 빠져 있다. 계속 버텨서 조금이라도 나은 약가를 받을지 아니면 정해진 약가를 그대로 수용할지 주판알을 튕기는 것이다. 버티자니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약가를 낮추자니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 쉽게 결정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앞서 약가(또는 급여)협상을 마친 품목을 보면 대체적으로 적당한 합의가 전체적으로는 이득이라는 분석이다. 약가를 양보하고 대신 빨리 내다 파는 것이 시장선점 효과차원에서 훨씬 이득이라는 것이다.

올해들어 급여 신청 약품 가운데 협상을 마친 품목은 약 6개. 이 중 절반이 넘는 4개가 원하는 약가를 포기하고 시장 선점을 선택했다.

대표적인 품목이 아스텔라스의 요실금치료제 베시케어다. 약가협상 과정에서 경쟁품보다 약 300원 낮은 ´´수모´´를 당했지만 대신 빠르게 시장을 진출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에서 그대로 받아들였다. 아스텔라스 관계자는 “일찌감치 협상을 마무리하는 대신 빠른 시장 진출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얀센과 한독약품도 실리를 선택했다. 이들은 최근 골이형성증치료제 다코젠과 천식치료제 알베스코의 가격을 기존 약 대비 50%가량 낮춰 급여판정을 받았다. 특히 알베스코는 한독약품이 천식시장을 노리는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시장 선점 쪽으로 무게를 두었다.

한국BMS제약의 스프라이셀은 끝까지 버티어 봤음에도 불구, 손해본 케이스다. 4차 협상까지 가는 마라톤 협상에서도 회사가 원하는 가격은 얻지 못했다. 회사 측은 아무리 적게 받아도 6만2천원은 되야한다고 밝혔지만 최종 약가는 5만5천으로 결정됐다.

허가 이후 약가가 고시되기까지 총 1년 5개월이 걸렸으니 약가협상기간을 빼면 1년 동안 판매하지 못하고 허송세월만 한 셈이다. 게다가 시민단체로부터 비싼 약을 파는 제약사로 낙인까지 찍혀 그야말로 실리와 회사 이미지 모두 잃어버렸다.
현재 대부분의 신약들은 협상을 통해 가격을 최대한 보전해 보겠다는 판단이지만 심평원과 공단의 입장은 단호하다. 즉 기존약에 비해 크게 개선된 약이 아니라면 제대로된 약가를 줄 수 없다는 비용 효과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빨리 출시하는 게 이익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제약경기가 좋지 않아 대부분 빨리 급여 또는 약가협상을 할 수 있도록 자세를 낮추고 있으며 이에 관한 문의도 많아졌다”면서 “앞으로는 협상이 완료되는 신약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현재 약가를 청구 중인 당뇨병신약인 자누비아, 황반변성치료제 루센티스, 유방암치료제 타이커브의 약가 결정에 어떤 변화가 나올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추가 협상을 통해 오히려 약가를 회복한 경우도 있다. 종근당의 클로피도그렐 개량신약인 프리그렐은 애초 공단이 요구한 가격 513원에서 410원 높은 923원의 약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