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약순응도 높이는 효과, 약가재조정 때문
절반 나눠 복용은 절대 불가, 더 큰 병 얻어

이브푸로펜 성분의 알리펜(대우약품),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화이자), 심질환약물인 노브라민(보령제약), 에이즈 치료제인 레야타즈(한국BMS제약)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함량이 정확히 2배 차이가 나는데도 가격이 같은 약물이다.

“약물성분 함량은 2배 차이가 나지만 가격은 동일하다.” 상식적으로 용량이 2배이면 가격도 2배라야 하지만 치료제에서는 그렇지 않는 약물들이 있다.

신약도 이런 경우가 있다. 요실금 치료제 베시케어(한국아스텔라스)도 5mg과 10mg의 가격이 같다.

오히려 고함량이 더 저렴한 경우도 있다. 천식치료제 세레타이드 에보할러는 250mcg용량이 125mcg보다 오히려 201원 싸다.

이러한 약가 구조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처방횟수를 줄여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즉 같은 가격이면 1mg 약물을 1일 2정 처방하기 보다는 2mg을 한 알 처방하는 것이 환자들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 또한 제약사의 의도와는 달리 약가재평가로 인해 제약사들이 약가를 조정한 원인도 있다.

한편 성분 함량이 2배인 약물을 절반 가격에 복용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안전사고의 문제도 있다. 고함량 약물을 2개로 나누면 절반 가격에 저함량 약을 복용할 수 있다는 꼼수를 부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약값이 비싸서 일정부분 이해되지만 자칫 혹 뗄려다 혹 붙일 수 있어 절대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예컨대 요실금 치료제 베시케어의 경우 분절했을 때 코팅되지 않은 약성분이 혀에 직접 닿게 되면 혀가 마비될 만큼 떫은 맛이 나 복용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분절시 생기는 약 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실명할 위험도 있어 매우 조심해야 한다.

베시케어를 만드는 한국아스텔라스 측은 분절을 예방하기 위한 의도적인 조치는 아니었지만 나름은 분절 방지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아예 분절이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 약도 있다. 리피토는 정제 중심의 두께가 더 두꺼워 반으로 나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설사 분절했어도 여러 조각이나 가루가 되기 때문에 정확한 투여량을 알 수 없어 오히려 약물 오용에 따른 피해만 입게 된다.

심평원 관계자는 “상당수 약물을 억지로 분절해 혀에 직접 노출시킬 경우 매우 쓰거나 비릿한 맛이 난다”고 말하고 “약값 몇푼 아끼려다 더 큰 병을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