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사의 박 모 이사는 대머리 환자도 아닌데 최근 발모제인 프로페시아를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다. 이유는 전립선치료를 위해서다. 이는 해당 성분이 2가지 질환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프로페시아와 동일한 성분인 프로스카를 복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성분으로 두 가지 이름을 가진 약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반드로네이트 성분의 골다공증 치료제인 본비바는 유방암 골전이 치료제(항암제) 본드로나트로 판매되고 있다. 또 졸레드론산 성분으로 골파제트병 치료제(희귀병 치료제)인 조메타 역시 아클라스타라는 1년에 한번 투여하는 골다공증 치료제로 재탄생했다.

또한 올해 안으로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이 레바티오라는 폐동맥고혈압 치료제로 출시된다. 아울러 면역억제제인 에베리머스 성분의 써티칸 역시 조만간 신장암 치료제로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용량이 다른 신약이 출시되면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아클라스타가 출시되면서 골다공증치료제 시장은 1,000억원에서 올해 1,500억원대 규모로 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폐동맥고혈압 시장 역시 레바티오가 나오면서 130억원에서 300억원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베리므스가 뛰어든 신장암치료제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이처럼 한 가지 성분으로 두 가지 의약품 만들어내다 보니 타 제약사들로부터 질투도 받는다. 쉽게 만든 제품을 고가에 판매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에 해당 제약사는 정색한다.“기존 성분이라도 새로운 치료제로 개발하려면 전임상과 모든 임상을 해야 한다. 결코 쉽게 만드는 제품이 아니다.”

하지만 신약개발시 막대한 비용이 신물질 개발과정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개발비가 크게 절약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 이러한 신약 개발 과정의 어려움을 아는 제약사들 역시 “쉽게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약가는 여전히 높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한편 고용량 약제를 사서 쪼개 먹으면 약값을 절약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나올 법하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실제 개원가들에서는 그런 사례는 없는데다 쪼갤 경우 가루 형태가 되는 등 정확한 용량을 만들어 낼 수가 없어 이론상으로만 가능할 뿐이라고 한다.

한 개원의는 “정량이 아니면 부작용이 우려되는 약물들이라 정확한 처방을 받아서 복용해야한다”면서 “레바티오로 비아그라 효과를 내려면 발휘하려면 5알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